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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9년 처음으로 메리놀회 한국지부장을 맡아 6번이나 지부장직을 맡게 된 함 신부는 "날마다 `오늘도 한국사람들의 마음을 닮아야 한다`고 되뇌곤 한다"고 고백한다. [전대식 기자 jfac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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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은 많지만 희망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나아갑니다. 그리운 평양교구로 다시 돌아가기까지 한국천주교회와 함께 북녘 형제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1990년대 중반 북녘 식량난이 심각해지자 `대북통`으로 변신, 대북 나눔에 헌신해온 함제도(Gerard E. Hammond, 77) 신부가 1일 3년 임기 메리놀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에 취임했다.
1989년 이후 6번째, 전후로 따지면 12대 메리놀회 한국지부장에 취임하는 함 신부는 "대북 나눔과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 미등록 이주노동자 및 이주민 사목 등 한국교회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함께해야 할 사목 분야는 널려 있다"고 말문을 뗐다.
그래서 함 신부는 "메리놀회가 아직도 한국에서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평양교구를 비롯해 청주, 인천, 부산, 마산, 수원교구에서 활동하며 많을 때는 96명(1970년)이나 됐던 메리놀회 선교사가 지금은 20명(타이완, 일본 파견 선교사를 제외하면 18명)에 그쳐 활동반경이 아무래도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찾아보면 할 일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함 신부는 그 분야를 대북지원에서 찾았다. 1996년 첫 방북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0여 차례에 걸친 방북을 통해 북녘의 소외된 형제들, 특히 결핵환자들을 집중적으로 도왔다. 평안남ㆍ북도 40여 곳 인민병원을 중심으로 유진벨 재단과 함께 상ㆍ하반기 정기 방북과 비정기 방북을 통해 의료기자재와 약품, 영양제 등을 지원해왔다. 오는 5월 15일에도 9박 10일간 일정으로 방북하고자 통일부에 방북 신청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소리 소문 없이` 북녘 형제들과 나눔을 실천해온 함 신부는 특히 미국 메리놀회 본부와 함께 북녘 형제들을 위한 별도 예산을 배정해 지원하고 메리놀회 은퇴 사제들, 그리고 은인들 후원으로 해마다 미화 20만 달러씩 지원해왔다.
또 다른 메리놀회 선교사들도 각기 자신의 활동분야를 찾아 헌신하고 있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를 찾는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언제든 고해성사를 볼 수 있도록 상설고해소를 메리놀회 한국지부에 두는가 하면, 어르신 사목과 공소 사목, 장애인 사목, 대신학교 영성지도 등으로 특화해 활동을 펴고 있다. 물론 국내에 체류 중인 선교사 18명 중 8명은 이미 은퇴했지만 아직도 선교 열정만은 다들 뜨겁다.
"선교사는 인내와 이해심이 가장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 풍습과 문화를 이해하는 게 선결돼야 하고, 한국인 심성을 닮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내와 이해심이 없다면 선교사가 될 수 없습니다. 날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저는 `오늘도 한국 사람의 마음을 닮아야 한다`고 되뇌곤 합니다. 이 말은 제가 1960년에 입국해 청주교구 북문로성당(현 서운동성당)에 보좌로 부임했을 때 고 지학순(전 원주교구장) 주교님께 받고 나서 제가 평생 새긴 가르침입니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출신으로 1947년 메리놀회에 입회한 함 신부는 1960년 6월 사제품을 받고 한국에 들어와 올해로 사제수품 50주년 금경축을 맞았다. 1958년 대목구로 설정된 청주교구에서만 30년 가까이 교구장 비서와 청주 수동본당 주임, 충주성모학교장 등으로 재임했다. 자신을 일러 `청주함씨`라고 부를 만큼 청주교구에 애착을 보이는 함 신부는 오는 5월 9일 오전 10시 30분 청주 수동성당에서 사제수품 50주년 금경축 기념미사를 봉헌한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