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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원 난민면접영상 공개 결정에 법무부 ''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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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예멘 마리브 지역 난민 캠프 임시 보호소 입구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다.  osv


“내 머리는 백발이 됐고, 여전히 정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법무부가 난민 신청자가 원하면 ‘난민 면접’ 녹화 기록을 제공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단에 항소했다. 법원이 종교적 박해 등을 이유로 12년 전 한국에 와 난민 지위를 신청한 알렉스(가명, 37)씨의 난민 면접 영상을 교부하라고 주문한 지 12일 만이다. 이에 알렉스씨는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지난한 여정에 다시 오르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송각엽)는 1월 18일 알렉스씨를 대리해 난민인권센터가 법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청구거부취소 소송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4시간 이상 분량의 난민 면접 녹화 기록을 법무부가 지정한 일시와 장소에서 열람하는 것만으로는 면밀히 확인할 수 없다는 것. 법무부 측의 “영상 기록에 통역인의 음성이 담겨,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영상 파일이 복제·배포될 가능성이 통역인들의 난민 면접 참여를 꺼리게 하는 등 난민심사 과정에 현저한 지장을 수 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취재 결과, 법무부는 또다시 통역인 신원 보호와 난민심사 관련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1월 31일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알렉스씨는 “난민심사는 마치 법무부와 그 광대들이 운영하는 대형 서커스와 같다”며 “피해자는 저처럼 최악의 생활 조건에서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잃은 난민 신청자들”이라고 질타했다.

알렉스씨는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다. 국교인 이슬람교에서 그리스도교로 개종했다는 이유로 자국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2012년 25살의 나이로 고국을 탈출해 한국에 온 그는 난민 지위를 신청했지만, 면접은 12년 동안 단 두 번만 이뤄졌다. 첫 번째는 난민 면접 조작 의혹이 일었던 2015년부터 2017년 사이에 진행됐고, 두 번째는 알렉스씨가 고국을 탈출한 핵심 배경인 종교적 박해 내용이 기술상의 문제로 녹화 기록에서 일부 사라져 있었다.

난민인권센터 김연주 변호사는 “난민 면접 녹화는 2018년 하반기부터 의무화됐지만, 당사자가 이를 통해 권리 구제를 받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 난민인권센터가 법무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자료를 보면, 교부는커녕 열람이 허가된 난민 면접 영상 건수는 2021년 2건, 2022년 5건에 불과했다.

결국 알렉스씨는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고 인도적 체류자격만 얻었다. 인도적 체류자는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 보호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기초생활보장, 교육, 학력·자격 인정, 가족결합 허용 등의 처우 기준이 없고 불안정한 체류 기간 탓에 직업 활동도 제약을 받는다.

알렉스씨는 “한국에서 난민심사를 받는 동안 심한 우울증에 걸려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 사람들도 있다”며 “고국에서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지만, 낯선 한국 땅에서 죽느니 차라리 고향에서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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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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