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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공동의 집’과 ‘개인의 집’(김사욱 시몬, 「기후위기와 생태영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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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한 대학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후 위기와 패스트 패션’ 관련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의 70 이상이 유니클로와 같은 패스트 패션을 쇼핑하는 것은 지구에 영향을 끼친다고 하면서도, 패스트 패션은 유행에 민감하고 저렴한 가격이므로 쇼핑한다고 대답했다. 결국 소비의 유혹은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곤 한다.

지난 2월 15일 날씨의 변화에 대해 방송 기상캐스터들은 “하루 만에 봄에서 겨울로, 널뛰는 날씨에 ‘어리둥절’”이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원인이 기후 온난화라는 설명은 하지 않았다. 1월 14일 충남 서산의 대산공단 온실가스 첫 관측 결과, 이산화탄소 대기농도가 480ppm이었다. 기상과학연구원은 이를 인위적인 오염원에 의한 배출농도 수준이라고만 설명했다. 전 세계 평균이 480ppm이라면 이는, 미국 기상청 설명에 따라 지구 평균온도 2도를 넘어서는 경계치다. 온실가스 증가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돌입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언론의 반응은 없었다. 결국 데스크의 인식에 따라, 기후 위기 관련 기사도 그저 단순한 하나의 뉴스일 뿐이다. 메인 뉴스로서의 가치가 있는지보다 광고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는 않는지가 더 판단 기준이 되는 듯하다. 언론의 상업적이며 선택적 기준에 따른 무관심은 대중들에게도 기후 위기는 그저 ‘변화가 심한 날씨’일 뿐이다.

기후 위기 대비는 미래 세대가 겪을 극심한 날씨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를 대비하는 일이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씀하신 ‘공동의 집’ 위기에 대비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비책이 현재 누리는 소비의 즐거움과 행복을 줄여야 하는 문제와 부딪칠 때, 대부분은 소비에서 행복을 찾는 ‘개인의 집’을 선택하며, 이곳의 기후는 나와 연관성 없는 영역이 돼버린다. 경제 부유층은 기후 문제에 영향을 받지 않는 환경에서 살기에 공고한 개인의 집으로 인식한다. 결국 ‘극심한 날씨 변화’에 따른 피해자는 경제적 빈곤층이다. 그러나 기후학자들 중에서도 극심한 날씨 변화로 인한 미래의 피해는 없다는 회의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이들이 있다. 이는 우리가 경험해보지 않은 사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온실가스 증가 수치에 대해서도 무의미하다고 말하며 기후 위기설을 일축하기도 한다.

결국 공동의 집에 살고 있는 인류는 그들이 사는 현재의 집을 개인의 집으로만 인식하는 것이다. 현세대는 아직 미래 세대에 책임을 질 필요가 있는가? 현세대에서 미래 세대에 걸쳐 있는 아이들을 둔 부모는 미래 세대의 고통에 도덕적 책임도 져야 하는가? 이런 질문에서 부모들 역시 현시대 문제인 아이들 사이의 학벌 경쟁에만 관심 있을 뿐이다. 최근 여당 대표의 ‘RE100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떤가?’라는 발언이 그 정점에 있다. 이는 윤리학에서 데렉 파핏의 ‘비동일성 문제’ 제기로 확장된다. 비동일성 문제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실제로 현 상황은 기후문제에 대한 무관심에서 비동일성 문제로 벌어지고 있다.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론과 관련한 여러 공론에서 고통과 피해의 당사자인 미래 세대조차 경험해보지 않은 현상보다는 현재 행복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다수의 행복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제레미 벤담의 ‘공리주의’적 담론조차 동의되지 않는 것이 현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을 믿으며, 성 바오로 사도의 “만물이 그분 안에서 창조되었고,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해 창조되었고, 그분을 향해 창조되었다”(콜로 1,15 참조)는 말씀을 인식하지 못하는 최일선 본당도 ‘공동의 집’이 아닌 ‘개인의 집’이 아닐까.



김사욱 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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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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