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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진리 안의 사랑」에 비춰본 기업경영(2)

이타적 기업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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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승 교수(스테파노, 경희대 경영대학,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
 
 1950년대 미국의 GM 회장 찰스 윌슨은 "GM에게 좋은 것이라면 당연히 미국에게도 유익한 것이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미국 산업화시대 전성기에 일개 자동차회사가 갖는 사회적 지배력을 짐작하게 하는 말이다.

 하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에게 좋은 것은 당연히 너에게도 좋은 것`이라는 발언은 매우 독선적 표현이기도 하다.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면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시장에서는 기업경영 논리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포용이 존재하기 어렵다. 또 나의 승리를 위해 상대방에 대한 착취는 정당한 것이 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결국 최대한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일 뿐이고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에 대해 오히려 사회는 고마워해야 한다.

 그러나 월가로부터 촉발된 금융위기와 부익부 빈익빈, 자연환경 파괴 등 결코 지속가능할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세계화 현실 속에서 기업이 갖는 사회적 사명에 대한 깊은 성찰이 기업인들 사이에 일어나고 있다.

 내가 나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게임에 임할 때 상대방도 역시 마찬가지의 이기적 태도를 취하게 된다. 그러면 적어도 한 당사자는 합리적 승자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현실은 모두의 공멸로 이어지게 된다.

 농부가 탐욕에 눈이 멀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순간 거위는 죽고 더 이상의 황금알은 없다. 현명한 농부라면 거위를 건강하게 보살펴 스스로 알을 많이 낳게 했어야 했다. "거위에게 좋은 것이 농부에게도 유익하다"는 깨달음이 필요했던 것이다.

 새로운 문명시대에 사회에 유익함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기업만이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이타적 기업 경영이념이 등장하고 있다. 독일 베네딕도수도회 재정담당 책임자인 안셀름 그륀 신부는 "경영이란 다른 사람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섬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종업원은 기업이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존경심을 갖고 대해줄 때 그 조직을 위해 헌신하게 된다. 회사에 대한 종업원의 애정은 제품과 서비스 품질향상으로 이어지고, 소비자 만족과 충성심을 낳게 된다. 이로 인한 제품경쟁력과 시장점유율 향상은 안정된 투자를 이끌어내는 선순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게 된다.

 이타적 기업은 자기중심적 경영이념을 초월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인간적 소통과 공감을 통해 보다 높은 공동체 가치를 창출한다. 이런 이타적 기업의 출현은 우리 사회가 선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 아닐까?

 #가톨릭 기업인들 책임 더 막중해

 가톨릭 사회교리는 인간이 `하느님의 모습으로`(창세 1, 27) 창조되었다는데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러한 논리에서 "인간의 침해할 수 없는 존엄과 자연규범의 초월적 가치가 경제적 차원에서도 적용되어야 함"(「진리 안의 사랑」 45항)을 강조하는 것이다. 기업이 나의 이익만을 위해 인간을 착취와 희생의 대상으로 도구화시키는 것은 그 자체가 정의롭지 못한 것이다.

 이타적 기업의 출현과 더불어 나타난 새로운 기업경영 이념은 전통적 기업형태로서의 사회적 책임활동 외에도 정부조직, 비정부 기구,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형태의 사적ㆍ공적 영역을 포함하는 새로운 사회적 연대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특히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돼가는 현대사회에서, 인간다운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빈곤ㆍ차별ㆍ부패ㆍ환경 등 여러 산적한 국제사회 문제에 대한 이타적 기업의 책임 있는 역할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범위는 이제 인류사회의 글로벌 어젠다를 아우르는 실로 막중한 것이 됐다.

 기업경영의 소명 안에서 이타적 사랑을 실천해 나가는 우리 가톨릭 기업인들의 영적 성찰의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오로지 사랑 안에서만, 이성과 신앙의 빛으로 밝혀진 사랑을 통해서만 더 인간적이고 더욱 아름답게 하는 가치를 지닌 발전 목표를 추구할 수 있습니다."(「진리 안의 사랑」 9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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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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