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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성월 특별 기고] 순교영성의 현대화 - 곽승룡 신부

현대에서 순교영성이 지니는 의미는/ 복음이 삶에서 신앙으로 드러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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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승룡 신부
 

■ 순교, 복음의 증거

한국 천주교회는 순교자들이 흘린 피와 땀의 신앙 위에 세워졌다. 그 신앙은 순교자들의 가슴 속 깊은 곳에 뿌려진 복음의 씨가 맺은 열매였다. 전 세계 가톨릭교회에 유례 없는 선교사 없이 복음화의 꽃을 피운 독특한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는 다름 아닌 성경 속 복음의 증거였다. 한국 천주교회가 18세기 말 남인 신서파 학자들로 시작한 ‘위로부터의 신앙’ 곧 학자들로부터 출발한 신앙이 어떻게 ‘백성들의 신앙’으로 변화하였는가를 통찰하는 것은 순교영성의 현대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중국에서 천주교 세례를 받은 이승훈을 비롯한 초기 한국 천주교회 신진 학자들은 서학에 관련된 한문 서적들을 조선으로 많이 가지고 들어왔는데 그것을 즉시 한글로 번역을 한 것은 순교영성의 현대화에 있어서 매우 의미 있는 사목적 영성적 실천방법이다. 그때 한글로 번역된 서적들은 성경직해, 성경직해광익, 4복음서요약, 교부들의 가르침, 기도서 등 성경 속 복음서들과 관련 있는 책들이었다.

■ 복음의 생활화

초기 한국 천주교회의 순교영성의 뿌리는 무엇일까? 그것은 신앙과 생활이 만나는 초기 순교자들의 모습에서 잘 나타난다. 순교영성은 한마디로 오늘날과 같이 복음을 공부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복음이 신앙인들 삶 안에서 움직여 일어난 증거였다. 보령 출신 백정 황일광과 내포지역의 양반 유군명의 삶에서 대표적인 순교영성의 복음적 뿌리를 발견할 수 있다.

보령의 황일광처럼 삶을 복음적으로 기쁘게 살다간 분도 드물 것이다. 그는 백정 출신으로 어린 시절은 아주 어렵게 보냈지만 천주교 입교한 후에 상상도 못할 대접을 신자들로부터 받았다. 신자들은 그가 백정임을 알면서도 일반사람들과 똑같이 대해주었고, 그를 양반집 방에까지 초대하였다. 밝은 성격의 황일광은 “나의 신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너무나 점잖게 대해주니 천당은 이 세상에 하나가 있고 후세에 하나가 있음이 분명하다”고 농담을 할 정도였다. 1801년 신유박해 때 그는 서울 정약종(아우구스티노)의 집에서 하인으로 있으며 땔나무를 하러 나갔다가 체포되었는데, 그는 이것도 기쁘게 받아들였다. 결국 그는 고향 홍주에서 한겨울인 1월 30일 참수를 당해 두 번째 천국으로 갔다.

내포의 유군명은 조선에서 공적으로 사노비가 해방되었던 19세기 말보다 100년 앞서 자신이 소유한 노비들을 자유인으로 풀어주었다. 자기가 소유한 재산을 가난한 이웃에게 나누어주고 자신을 따르라고 말씀하신 주님의 복음을 실천한 양반이었다. 같은 신자라도 조선시대의 사회풍습에서 사람취급도 하지 않는 천민을 신분의 벽을 넘어 받아들이는 일과 자신 소유의 노비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바로 복음이 움직인 힘, 복음의 생활화였다. 현대에 있어 순교영성이 지니는 의미는 바로 그 순교영성의 뿌리인 복음이 신자들의 삶 안에서 움직이는 신앙으로 드러나야 한다.

■ 순교영성의 순례(camino de martyrium)

한국 천주교회는 수년 전부터 도보성지순례가 교구마다 유행이다. 순교성월이나 성모성월에 본당 단위로 성지순례를 하고, 여름방학 때마다 학생들의 도보순례도 일상이었는데, 이제는 본격적으로 주5일 근무제가 시작되면서 소단위 순례객들이 성지에서 눈에 많이 띈다. 가족들, 소공동체 및 신심단체 순례객들이 성지를 찾는 모습은 순교영성의 현대화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모습이다.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에서 주관한 125위 하느님의 종 시복시성을 위한 순교성지 도보성지 순례도 그 한몫을 단단히 하였고, 주교회의 성지순례사목소위원회가 발간한 전국 성지 120여 곳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담긴 성지순례안내 수첩에 실려 있는 모든 성지를 순례하고 확인 도장이나 사인을 받아온 신자들에게 축복장과 소정의 선물을 수여하는 것도 순교영성의 현대화를 실천하는 것이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최근 걷기·웰빙(참살이) 열풍으로 성지순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신자들은 성지순례가 단지 건강을 위한 관광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하고 성지순례안내 수첩이 순교자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신심 가득한 순례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순교영성의 순례를 위해 무엇보다도 신자들이 현대 순교영성의 현대화를 위한 바람직한 모습은 한국 103위 성인의 삶과 영성 그리고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가 발간한 하느님의 종 125위 약전에 실려 있는 시복시성 대상인들의 삶과 영성을 지속적으로 독서하는 것이다. 그들의 삶과 가르침은 한국천주교회의 신앙의 유산으로서 마치 초기 그리스도교 교부들의 삶과 가르침에 매우 가깝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들은 순교영성의 생활화 및 현대화를 위해 가족, 소공동체 그리고 신심단체들 안에서 매일 기도와 영적 독서로써 한국 103위 성인들과 시복시성을 위한 하느님의 종125위의 삶과 가르침을 읽고 생활화해야 한다.


곽승룡 신부(대전가톨릭대학교 신학원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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