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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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제48차 과달라하라 세계성체대회 참가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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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세계성체대회는 아시아 교회 참여가 두드러진 대회였다. 한국과 필리핀 등에서 적지 않은 신자들이 참가하였고 한국 신자들이 참가한 공개 교리강좌에는 이례적으로 한국어 동시통역까지 있었다.

 필리핀의 비달 추기경은 10월14일 과달라하라 엑스포 회관에서 세계 87개국에서 온 추기경 주교들과 수많은 성직자 수도자를 비롯해 1만5000명 신자가 참가한 공개교리강좌에서 교회생활의 중심인 성체성사 를 주제로 강의했고 이어 필자 부부도 같은 주제에 대해 발표했다. 그리고 이날 저녁에는 교황청 이주사목평의회 의장인 일본의 하마오 추기경이 과달라하라 시내 라 미네르바 광장에서 수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체거동 미사를 주재하고 강론했다.

 비달 추기경은 성찬 거행과 사랑과 봉사의 계명은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고 하마오 추기경은 다수결 원칙은 소수가 내세우는 진리를 잃어버릴 위험이 있으며 은총과 성령은 다수결 기준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고 강조했다.

 필자 부부는 한국 교회 발전상 민족 화해 노력 등을 소개하는 한편 이러한 교회의 신자로서 부족하기 이를 데 없지만 우리 부부와 자녀들은 각기 서로에게 십자가이며 이 십자가는 우리 구원을 위해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주신 것인 만큼 이 십자가의 지혜를 받아들이는 것은 곧 일상 생활의 제대에서 성찬례를 거행하는 것 이라고 우리 나름대로 살아온 여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러한 참여는 아시아 교회가 세계 교회에 더욱 적극적으로 이바지하는 교회로 성장하였음을 보여 주는 것이기에 한편으로는 매우 기쁘고 또 한편으로는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특히 부족하기 이를 데 없는 필자 부부에게 이번 대회에서 과분한 일을 맡는 은총을 베풀어 주셨기에 더욱 그러하다.
 한편 10월16일 오전에는 참가자들이 나흘 동안 공개 교리강좌를 들으며 언어 그룹 별로 성찰한 내용들을 종합해 보고했고 주일과 성체성혈대축일 미사 성체조배 고해성사를 포함해 합당한 준비를 하고 자주 영성체하며 이를 이웃에게 권장할 것 선교 정신을 진작시킬 것 일상생활에서 신앙을 증거할 것 가난한 이들과 영적ㆍ물적으로 나눔으로써 봉사할 것 개인 희생의 영역과 대화와 친교의 정신을 새롭게 할 것을 다짐했다.

 10월17일 오전 할리스꼬 경기장에서 교황특사인 요제프 톰코 추기경 주례로 장엄하게 봉헌된 폐막미사 끝에 위성으로 연결된 대형 화면에 바티칸의 베드로 대성전에서 성체성사의 해 개막미사를 주재하시는 교황님 모습이 나타났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7만여 참석자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내며 교황 만세 를 외쳤다. 연로한 교황님께서는 힘겨워 하시면서도 처음과 마지막 대목을 직접 말씀하셨고 나머지 대목은 국무원 부원장 산드리 대주교가 대독하였다. 많은 신자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두 손을 합장하고 교황님 말씀에 귀기울이는 모습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교황님께서는 성체는 빛의 신비이다. 죄에 억눌린 인간의 마음 때로는 온갖 고통에 시달려 방향을 잃고 헤매다 지쳐버린 인간의 마음은 빛이 필요하다. 새로운 천년기가 시작되었으나 여전히 폭력과 테러리즘과 전쟁으로 타격을 받아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이 시기에 아직도 멀게만 보이는 평화를 찾는 도정에서 세상은 빛이 필요하다 고 역설하셨다. 교황님께서는 이어 이 성체성사의 해에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성체성사를 더욱 분명하게 알고 더 정성을 다해 거행하며 더욱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성체조배를 하고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해 형제애와 봉사를 더욱 능동적으로 실천할 것 을 권고하셨다.

 이제 제48차 세계성체대회는 막을 내렸지만 그리스도에게서 다시 시작하여 일상생활에서 성체의 신비를 살며 그리스도의 빛을 우리 시대의 모든 사람에게 전파할 사명은 우리 모두가 계속해서 수행해야 할 몫으로 남아 있다.
한홍순(한국외국어대 교수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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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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