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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사임] 특별기고 | 교회사적으로 본 교황 사임 / 김태형 신부

“교회에 대한 존경·배려에서 나온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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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형 신부
 

지금까지 정통 교황이 사임한 경우는 두 번이다.

1294년 7월 5일, 85세로 교황직에 오른 첼레스티노 5세는 분도수도회 분파 출신의 은수자로서, 교회의 통치와 행정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교황직 수행에 부적합하다고 인식됐다. 이에 추기경들이 사임을 권고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고, 교황 자신도 교황의 삶을 원하지 않았으며, 은수생활에 대한 열망과 나이로 인한 지병 등으로 5개월 9일 만인 1294년 12월 13일 사임했다.

두 번째로, 3명의 교황이 생겨난 서방교회 분열을 해결하기 위해 열린 콘스탄츠공의회(1414~1418)에서 그레고리오 12세가 1415년 7월 4일 사임했다. 그는 교회 일치를 위한 공의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사임서를 공의회에 제출했고, 공의회가 이를 수락했다.

교황 사임은 신학적, 교회법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첼레스티노 5세 교황 사임 이후 신학자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교황은 교회법적으로 최고권자인데, 교황의 사임은 누가 받아줄 수 있는가? 여기에서 공의회주의가 등장한다. 보편 공의회가 교회 안에서 최고 의결권을 가지며, 교황도 그 결정에 복종해야한다는 이론이다.

두 번째 교황 사임, 즉 그레고리오 12세 교황의 사임도 이 이론에 따라서 사임이 수락됐다. 이후 공의회주의는 점차 교황 수위권과 교황의 무류지권에 밀려 힘을 잃고 이단으로 배격되었다.

교황 사임은 오래 전부터 교황의 임무가 무엇인가에 집중되어 많이 토론되어 왔다. 여기서 교황직의 목적은 교회의 유익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교황이 직무 수행 능력이 없다면 교회의 유익을 위하여 사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교황은 자신으로 인하여 이웃에게 부당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을 거부해야 하는 애덕에 관한 보편적 원칙 때문에, 여러 가지 이유로 교회를 통치할 수 없다면 직무를 포기해야 한다고 학자들이 주장해왔다.

이러한 논쟁에도 불구하고 교황 사임은 생소한 일이다. 신학적, 교회법적 문제들이 다시 제기될 여지가 생겨났고, 다시 한 번 더 공의회주의와 같은 신학적인 주장들이 대두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임은 큰 전환점이다. 종신직으로 여겨졌던 로마교구장 직무에 대해 교회의 유익성, 하느님의 절대 진리 수호라는 면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교황직은 보편교회의 절대 권력을 가진 수장으로, 그 권력을 내려놓을 수 없는 자리가 아니며, 이번 교황 사임은 교회를 위한 참 봉사자로 교황 직분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교회에 대한 존경과 배려에서 나온 행동이다.

그러므로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임은 참된 봉사자의 길을 스스로 열어간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 교회를 배려하고 존경하는 행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미래교회 안에서 교회 직무자들에게 좀 더 교회를 위해 유익하고 활력적인 봉사를 요구하는 행위이며, 교회를 위해 현재 자신의 자리나 지위에 얽매이지 말라는 교훈적인 성격도 강하다. 활력을 잃지 않고, 새로운 힘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교회를 위하여 직무자들의 용기와 결단을 촉구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김태형 신부(대구가톨릭대 교회사-역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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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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