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교황 사임] 특별기고 / 김혜경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상임연구원)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교황직 사임에 즈음하여/ “겸덕·용덕 갖추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 대담집 「세상의 빛」 통해서 알 수 있듯/ 대담집 「세상의 빛」 통해서 알 수 있듯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김혜경 상임연구원
 
지난 11일 저녁 무렵, 설 연휴를 보내고 있는 동안 일간지 등에서 계속해서 속보로 올라오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임 소식을 들었다. 내용인즉, 로마시간 2월 11일 오틀란토의 3명의 순교자들 시성식을 준비하기 위한 추기경회의 끝에, (추기경들 입장에서는) 거의 즉흥적으로 “교회를 위한 중대한 결정”이라며 교황께서 사임을 선언하신 것이다. 2월 28일 저녁 8시까지 교황직을 수행하기로 하고, 새 교황 선출과 관련하여 추기경회의에서 의견을 나누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올해 4월 16일이면 만 85세(1927년생)를 맞는 교황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신앙을 통해 부각시켜야 하는 문제들이 많은 상황에서, 하느님 앞에서 거듭된 양심 성찰과 오랜 묵상을 통해, ‘나이가 많아서’(ingravescentem aetatem) 육체적·정신적인 기운이 더 이상 교황직 수행에 적합하지 않다고 확신하게 되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 근거를 우리는 2010년 11월 출간된 저서 「세상의 빛」을 통해 엿볼 수가 있다. 거기에서 “육체적으로, 심적으로, 또 영적으로 교황 업무 수행이 어려울 경우 스스로 물러날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혀 당시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 바가 있었다. 따라서 이번 사임은 베네딕토 16세께서 평소에 지니고 있던 교황직에 대한 소신과 그의 신앙관이 담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그가 말한 대로) 교황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가톨릭교회를 위한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일은 598년 전에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있었던 경우를 제외하면, 2000년 교회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선례가 없어 퇴임 후 예우와 거취 문제에 대해 바티칸에서도 고심하고 있다는 것을 연일 보도의 내용이 다른 것을 통해 알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해 오던 보편교회의 사목적인 노선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이미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바오로 6세 교황의 「로마 미사 전례서」(1970, 모국어 전례)에 요한 23세 복자의 「로마 미사 전례서」(1962, 라틴어 전례) 사용을 허용함으로써 ‘더 오랜 관행’(usus antiquior)을 고수하던 대표적인 집단인 ‘르페브르의 비오 10세 형제회원 재일치 위원회’에 화해의 손을 내밀었고, 라틴어 사용을 권장하고 사용 분야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는 또 수도회 개혁의 하나로 수도회에서 관리하고 있던 로마의 성 밖의 성바오로대성당과 아시시의 성프란치스코대성당을 관할 교구장에게 권한을 위임했고, 교회의 전통을 살리고 성경에 근거한 신앙 회복을 강조하며 「가톨릭 교회 교리서」 보급을 확산시키고, ‘바오로의 해’, ‘사제의 해’, ‘신앙의 해’와 같은 특별 기념의 해 선포를 통해 지속적인 새로운 복음화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가정과 생명 문제에 있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옴으로써 일부 급진파들의 반대도 받았다. 여기에는 낙태, 동성애, 피임기구 사용, 혼전 성관계와 생명공학 분야의 기술 발전과 그것의 윤리성 문제가 포괄적으로 담겨 있다. 게다가 지금은 ‘신앙의 해’를 지내고 있는 중이고, 이미 다양한 행사들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 교황에게는 이것조차 하나의 핑계가 될 수도 있고, 그래서 적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교황직을 고수한다는 것이 어쩌면 집착일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이런 결정은 겸덕과 용덕을 갖추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베드로의 후계자임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고 하는 것이리라.

재의 수요일 다음날인, 2월 14일 로마 교구 사제들과의 만남에서 울상 짓던 사제들에게 교황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언급하며 “우리는 교회와 공의회가 진정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세상으로부터 잊혀질 것이나, 여러분과 변함없이 함께할 것이고 여러분도 그럴 것으로 확신한다”고 하였다. 교황의 연설이 끝나자 사제들은 모두 일어나 자신들의 교구장께 박수를 보내며 “교황이여 영원하소서”라고 답하였다.

교황은 로마 교구의 목자로서 교구청의 추기경, 주교, 사제들과 함께 예년과 다름없이 2월 17일부터 23일까지 연중 대피정을 하고, 27일 마지막 일반알현을 끝으로 대중과의 공식적인 만남을 마친다. 그리고 28일 17시에 카스텔간돌포로 갈 예정이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2-10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9

시편 2장 7절
주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 아들, 내가 오늘 너를 낳았노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