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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조기 태아성별 확인법 개발, 무엇이 문제인가?

유전질환 개연성만으로 낙태 조장… 낙태 전제로 한 무책임하고 비윤리적 연구개발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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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인회 교수 (마리아요셉,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제일병원 의료진이 임산부 혈액으로 임신 12주 이전에 태아 성별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5월 30일 보도됐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남자 태아에게만 유전되는 근이영양증(근육병), 혈우병, 망막색소변성증 등 X 염색체 유전질환 보인자를 가진 여성이 임신했을 때, 태아 성을 감별하여 특정 성별에만 유전되는 질병의 대물림을 낙태 등의 방법을 통해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현행 법률상으로도 허용되지 않는 낙태를 전제로 한 무책임하고 비윤리적 연구개발 행위다.

 한 예로 근이영양증과 같은 X 염색체 유전 질환의 보인자를 가진 임산부의 태아일 경우, 여아는 위험이 없지만 남아는 발병 위험이 50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건강할 확률에 속하는 50의 남자 태아도 단지 유전질환을 가지고 태어날지도 모를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로 낙태를 당할 것이다. 비록 유전질환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해도 그 이유만으로 생명의 존재가치를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차단하고자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우선 12주 이전의 태아 성별 확인은 위법이다. 의료법 제20조 태아 성 감별 행위 등 금지에 관한 조항에서 "의료인은 태아 성 감별을 목적으로 임부를 진찰하거나 검사하여서는 아니 되며, 같은 목적을 위한 다른 사람의 행위를 도와서도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의료인이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나 임부를 진찰하거나 검사하면서 알게 된 태아의 성(性)을 임부, 임부의 가족, 그 밖의 다른 사람이 알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개정 2009.12.31)고 명시하고 있다.

 만일 의료인이 이를 어기고 태아 성 감별 목적의 진찰ㆍ검사를 하거나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의 성별을 고지한 경우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하고,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유전질환을 가진 태아의 낙태는 우리가 악법으로 단정하고 있는 모자보건법 제14조 1항 1호와 2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낙태 허용의 범위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조항에 의하면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에 낙태를 허용한 것이지, 태아 자체의 질환이나 결함이 있다고 낙태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기 태아 성감별은 결국 유전성 질환을 가질 소인이 있는 성별의 태아에 대한 불법 낙태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성별 확인 방법은 질병 위험이 없어도 선호하는 성별을 가려내려는 데 남용될 수 있으며, 원하지 않는 성별일 경우에는 불법 낙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번에 개발했다는 성감별 방법이 임상에 적용돼 임신 초기에 태아 성별을 알아낸다면 미리 유전질환을 진단할 수 있고 신속한 산전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실제로 유전질환에 대한 산전 치료가 가능한 경우는 거의 없다.

 더구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46조 2항에서는 배아, 난자, 정자 및 태아의 유전질환에 대해 유전자 치료를 금하고 있다. 치료할 수도 없고 치료 자체가 금지돼 있는데 태아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겠는가? 결국 해법을 불법 낙태에서 찾으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개정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는 난자, 정자, 배아, 태아 등에 대한 유전자 검사와 연구 허용에 관한 조항이 삭제됐다. 이처럼 법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울대병원 불임클리닉을 비롯한 국내 불임클리닉에서 착상 전 진단을 통해 선별적으로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게 해준다고 홍보하고 있으며, 실제로 착상 전 진단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태아 산전 치료를 위함이라는 명목으로 불법 조기 태아 성감별까지 가능하게 된다면 무고한 태아의 희생만 증가될 것이 분명하다.

 신기술의 개발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 결과가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신중히 검토한 후 책임질 수 있는 한도 내에서만 연구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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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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