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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특별위원회 위원장의 꼼수- 이동익 신부(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총무)

일반 연명의료 중단 절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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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29일 `무의미한 연명의료 결정 제도화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그 배경과 목적을 보면, 2012년 11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의 제도화를 추진하기로 의결함에 따라 2012년 12월 초 의료ㆍ종교ㆍ윤리ㆍ시민단체 등 각계 분야 위원들로 구성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 논의를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특별위원회)가 보건복지부 내에 설치됐다. 공청회는 특별위원회가 지난 6개월 동안 연명의료 중단의 요건과 적용 범위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검토 및 의견수렴을 토대로 마련한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권고(안)`을 국민에게 알리고, 그 자리에서 제시된 의견을 참고해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보고할 최종 보고서를 만들기 위한 자리였다.

 안락사를 반대하는 가톨릭교회 입장에서 특별위원회가 발표한 권고안은 안락사 관련 내용이 배제됐다는 점에서 다행이었으며 전반적으로 특별위원회의 노고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세부적인 면에서 필자가 주목했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권고안의 제목이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이라는 용어가 최종 발표된 권고(안)에서는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권고(안)`으로 발표됐다. 전자의 제목이 의료진 중심이라면 후자의 것은 환자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둘째, 대상 환자를 임종기 환자로 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삶의 마지막 시기의 회생 가능성이 없고 급속도로 악화일로에 있는 환자에게 고통과 부담만 가중시킬 뿐, 질병을 호전시킬 어떠한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없다면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선택하는 것이 환자에게 다가오는 죽음을 자연스럽게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수용 가능하다.

 셋째, 연명의료 결정에 있어서 어떠한 경우에도 통증 조절, 수분ㆍ영양 공급, 단순 산소 공급 등 일반 연명의료는 중지할 수 없다고 명시한 것도 환영할 만하다. 공급되는 영양과 수분을 환자 상태에 의거해 적절한 방법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 특별위원회의 권고라는 것을 확인한 점에서 의의가 크다.

 넷째, 환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방법에 있어서 환자가 현재 또는 곧 닥칠 상태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받고 이성적으로 판단해 의사와 함께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를 제시했고 아울러 담당의사가 확인한 사전의료의향서도 제시됐지만 공청회에서는 연명의료계획서에 대해 주로 설명했으며, 동시에 사전의료의향서가 지닌 윤리적 문제점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지적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필자는 공청회가 지난 며칠 후,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각 위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접하면서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공청회 당일에는 언급조차도 없었던 두 단어 때문이었다. "… 영양공급 등 일반 연명의료는 중지할 수 없다"는 문장이 "… 원칙적으로 중지할 수 없다"로 바뀌었고, 환자의 명시적 의사를 확인하는 방법에서 특별위원회가 강조한 연명의료계획서와 동일한 비중으로 `생전유언`(Living Will)이라는 선택항목을 끼워 넣은 것이다. `원칙적으로`라는 말은 그 의미를 법률적으로 확장하면 예외를 인정한다는 것이고, 생전유언은 1975년 미국의 안락사교육위원회가 작성 배포한, 이른바 `안락사 지시서`라고도 불리던 것이다.

 특별위원회가 이미 지난 6개월간의 회의를 거쳐 결론을 내렸고 공청회에서 확인했듯이 임종자에 대한 일반 연명의료는 `원칙적으로`가 아닌 `절대로` 중단될 수 없으며, 또한 환자의 의사 확인에서 생전유언은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는 것이 특별위원회와 공청회의 최종 결론이 돼야 하지 않겠는가.

 공청회 당일 발표된 특별위원회 권고안과 공청회에서 제시된 중의(衆意)와는 전혀 다른 내용을 특별위원회 위원장 이름 하에 최종 권고안으로 확정하려는 의도가 대체 무엇인지 그 배경이 의심스럽다. 한마디로 특별위원회 위원장 서신으로 특별위원회에 대한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졌고 개최됐던 공청회의 의의(意義)가 무색해졌다.


이동익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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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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