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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삼보일배-왜 새만금 갯벌 살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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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오만과 욕심과 야욕이 뒤섞여 농락당하고 있는 땅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종착지인 서울 광화문까지 305Km에 해당하는 먼 거리를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는 고행의 길을 문규현 신부님과 세 분 성직자가 걸었다.

 하루에 2000번 이상 60일 이상 절한 무릎은 새까맣게 죽어 버리고 말았다. 형 문정현 신부는 몇 번이고 동생의 고행 길을 인간적 애정으로 말렸으나 내가 너를 누구에게 보내든지 너는 가야하고 무슨 말을 시키든지 해야한다 (예레 1 7)는 하느님 말씀이 온 몸에 박혀 있는 듯한 그의 신념을 꺾지 못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 분들이 고난의 길을 걸으셨을까? 네 분 성직자는 새만금 간척사업이 나쁘고 반인륜적 국가사업이라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오랜 만에 전라북도에 투자하는 국가사업을 방해하자는 것도 아니다. 네 분 성직자도 그 동안 정치 사회적 이유로 오랫동안 외면당해 왔던 전라북도의 경제부흥을 간절히 원하신다. 전라북도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았다면 노숙을 하고 길거리에서 식사를 하면서 삼보일배 고행의 길을 걷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새만금을 생각해 보자. 새만금을 비롯한 서해안 지역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우리나라가 내세울 자랑거리이다. 새만금을 원래의 갯벌 상태로 되돌려 주어야 하는 이유 세가지만 들어보겠다
 첫째 갯벌은 인간이 도시문명 속에서 쏟아내는 온갖 오염물질을 묵묵히 받아들여 정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뿐만 아니라 1억2000만 평의 갯벌에는 온갖 생물이 모여 산다. 인간도 새만금 갯벌의 혜택을 수 천년 동안 누리며 살아 왔다.

 매년 여름철만 되면 갯벌이 없는 동해안과 남해안의 적조는 바다와 어민을 죽이지만 서해안은 아직도 적조 피해를 입지 않고 있다. 바로 갯벌이 있기 때문이다. 바다 생물의 90 이상도 이 갯벌에 와서 산란한다. 새만금은 이렇게 육지와 바다를 살리고 새만금 자신 역시 생명의 보물창고임을 입증하고 있다. 이제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하구 갯벌을 왜 없애려 하는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둘째 새만금 간척을 위해 33Km 방조제를 다 쌓게 되면 만경강 동진강으로 흘러드는 오염물질을 정화하지 못해서 새만금은 썩게 될 것이다. 시화호는 갯벌도 잃어버리고 본래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한 가슴 아픈 정부 정책사업의 단적 사례였다. 시화호의 시행착오는 갯벌을 이해하지 못해서 실수한 정책이라고 치자. 그러나 새만금은 실수한 정책으로 치부하고 선례로 하기엔 너무 엄청난 갯벌이다. 시화호보다 무려 6배반이나 큰 갯벌이다.
 오염된 새만금이 정상으로 복구되기까지의 시간은 10년-20년으로 될 문제가 아니다. 100년-200년이 걸리지도 모른다.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32.6Km에 해당하는 북해 이젤만과 마르크만을 막은 대제방은 자랑거리였는데 결국은 담수화를 포기하고 원래의 습지로 되돌려 주기로 결정했다. 일본도 간척사업을 포기한 갯벌을 복구하는 데 30년이 지났으나 아직 원상복구가 안 되었다고 한다. 벌써 10 정도의 새만금 갯벌이 훼손되었다.

 셋째 왜 하필 새만금이냐? 새만금에 투자될 자금이 앞으로도 28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돈을 다른 방법으로 사용한다면 전라북도 사람들은 우리나라 어느 지역보다도 부유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새만금 사업을 계속 강행한다면 아마 오염물질을 처리하느라 28조가 다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경제적 잉여 생산가치도 생기지 않을 곳에 이 많은 돈을 사용하게 된다면 국력낭비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하구갯벌인 새만금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상품화한다면 경제적 이익은 충분할 것이다. 이미 네덜란드도 이렇게 시행하고 있다.

 이제 대통령께서 신구상계획단 을 구성한다니 한편으로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네 분 성직자의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 네 분은 자연을 착취 대상으로 보고 자연에게 온갖 폭력을 일삼는 인간들을 대신해서 참회의 길을 걸으신 것이다. 인간에게나 자연 생태계에나 너무나 착하고 소중한 새만금을 이제는 더 괴롭히지 말고 원래 평화로웠던 상태로 되돌려 주는 것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황창연 신부(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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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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