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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성월 특별기고(3) / 한국교회사 얼마나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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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사의 대표적 순교자로는 김대건 성인을 들 수 있다. 김대건 성인은 자신의 순교를 눈앞에 두고 살아 남을 신자들에게 한글로 된 한 장의 편지를 남겼다. 이 편지의 후반부에서 김대건 성인은 『하느님을 섬기고 자기 영혼을 구하기 위해서는 지나간 성인 성녀의 발자취를 본받아 성교회의 영광을 더하고 하느님의 착실한 군사이며 양아들임을 증거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김대건 신부는 누구인가? 그는 1836년 말 16세의 어린 나이에 사제의 길을 걷기 위해 유학을 떠나 1845년 8월에 신품을 받고 귀국해서 1846년 9월에 순교했던 인물이다. 그는 10년에 걸친 공부의 결과를 자신의 고국 조선 땅에서 겨우 9개월 정도밖에 펴지 못했던 아까운 사람이었다. 김대건이 체포된 시점은 그가 갓 신품을 받고 귀국하여 겨레를 구원하고자 하던 스물여섯의 풋풋한 젊은 꿈을 펼쳐나가려던 찰나였다. 그러나 그는 체포로 인해 그 꿈을 접어야 했고 자신의 역할을 대신할 그 무엇을 찾아내어 신자들에게 전해주려 했다. 이러한 그의 소망은 죽음을 앞에 두고 더욱 절실했으리라. 이 때 김대건이 선택했던 최선의 방법은 신자들에게 성인 성녀의 발자취를 본받으라는 충고였다. 이는 그가 성인 성녀의 발자취인 교회의 역사를 공부하여 본받으라고 제시한 것이다. 김대건 성인은 교회사의 효용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유언과도 같은 편지에서 바로 이 점을 강조했다. 이제 김대건 성인의 순교 후 한 세기 반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 교회와 신자들은 때가 되면 잊지 않고 김대건 성인을 칭송해 왔다. 그러면서도 그가 남긴 『성인 성녀의 발자취를 본받으라』는 유언은 소홀히 했다. 사실 우리 자신과 교회는 너무나 오랫동안 성인 성녀의 발자취를 본받아 하느님의 아들임을 증거하려던 사람들의 기록을 소홀히 여겨 왔다. 그렇지만 우리 교회는 항상 성인을 본받아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그 김대건 성인의 유언을 잊거나 홀대하면서도 말이다. 과연 우리는 그 중요한 우리 교회사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가톨릭교회는 성경과 함께 성전 즉 「거룩한 전통」을 계시의 양대 원천으로 삼아왔다. 교회는 자신의 역사 전통과 경험을 성경과 함께 소중히 간직해 왔다는 말이다. 이러한 관행에 따라 우리나라 교회는 성경 및 성전과 함께 우리 자신의 교회사를 또 다른 「거룩한 전통」 즉 「성전」에 준하는 믿음의 보화로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면 오늘의 믿음살이에서 우리 교회사는 더 중요한 몫을 담당해야 한다. 예비신자 교리와 신자 재교육과정에 올바른 교회사 교육이 요청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교회의 주요 구성원들이 교회사를 올바로 알아야 한다. 특히 우리 교회의 지도자들은 자신이 교회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부터 알아야 한다. 또한 이들을 위해서는 교회사 연구자들도 우물 안의 개구리로만 머물지 말고 교회의 역사적 전통을 밝히기 위해 쇄신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편 「전통」은 우리 신앙의 원천임과 동시에 역사학에 있어서도 본질적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가톨릭교회와 역사학은 모두 전통을 존중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를 생각하면서 자신의 연구에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또한 우리 주변에서 횡행하는 교회사에 대한 잘못된 아마추어리즘도 적절히 경계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 교회사는 순수한 열성이나 사업적 관심에서 오해되거나 곡해된 측면도 있다. 우리 교회사에 대한 낭만주의적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 「전설 따라 삼천리」 식의 교회사는 이제 다시 정비되어야 한다. 이 현상은 한국교회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태는 얼마 아니 가서 틀림없이 교회사에 대한 환멸을 초래시킬 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교회사에 대한 사실의 확인과 함께 교회사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이 무엇인지를 늘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신자들은 교회사란 단순한 지식의 암기가 아니라 우리 믿음살이의 지표이며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신앙의 지혜임을 확인하고 이를 사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교회사의 고전적 기록들을 직접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신앙의 선조들이 보여준 진실된 삶은 오늘의 독자에게도 가슴에 벅차 오르는 감격을 안겨 주리라. 그들의 비밀스런 격려는 우리 믿음살이와 살림살이를 올곧고 힘차게 이끌어 주리라 믿는다. 조 광(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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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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