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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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사유재산에 관한 교회가르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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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재산권의 사회적 차원
사람들이 자신의 것이라고 마음대로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초등학교 앞에 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세칭 러브호텔을 지으면 어떻게 될까?
동네 주민들이 어린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그러한 호텔을 못 짓도록 데모를 할 것이 불을 본 듯하다.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아파트에서 피아노 연주회 연습을 핑계삼아 밤낮 없이 피아노를 두드려댈 수는 없다. 왜 내 땅인데 내 마음대로 러브호텔을 지을 수 없고 왜 내 아파트와 내 피아노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가? 왜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을 마음대로 사용?처분할 수 없는가?
그것은 사유재산권이 자연권이라 할지라도 절대적인 권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권리가 아니라는 것은 그 권리의 주체가 자의에 의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권리 행사에 있어서 제한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사유재산권의 권리를 행사하는데 있어서 제한의 근거와 기준은 무엇인가? 사유재산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근거를 우리는 사유재산의 사회적 차원이라 부른다. 이는 소극적인 의미에서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자유롭게 소유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자신의 소유라 하더라도 자신의 자의에 의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어떤 윤리적 기준이 있음을 뜻한다. 그리고 적극적인 의미에서 재산의 소유나 사용은 공동선에 합치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우리는 사유재산의 사회적 성격 혹은 사유재산의 사회적 차원이라 부른다. 1. 창조의 관점에서 사유재산이 사회적 차원을 지니는 것은 세상 모든 만물을 하느님께서 창조하시고 『하느님은 온 인류에게 땅을 주시어 아무도 제외되거나 특권을 누리지 않고 그 모든 구성원들의 생계를 유지하게 하셨다. 여기에 지상재화의 보편적 목적의 근거가 있는 것이다』(백주년 31). 여기에서 땅은 협의의 토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만물을 의미한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시었으며 인류에게 세상 만물을 다스릴 권한을 부여했지만 어떤 특정인의 소유로 삼으시지는 않으셨다. 창조주 하느님은 먼저 인류를 창조하시고 그들의 몫으로 세상을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세상만물을 창조하시고 그것을 돌볼 인류를 창조하셨으며 최초의 인류에게 이 세상을 다스릴 권한을 주시면서 어떤 부분은 아담에게 어떤 부분은 하와에게 나누어주시지 않으셨다. 하느님은 인류의 대표인 최초의 인류에게 세상을 맡기셨다.
이는 하느님은 세상 만물을 어떤 특정인을 위하여 창조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인류를 위한 세상을 창조하신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재화는 궁극적으로 어떤 특정인에 예속되는 것이 아니라 온 인류에 속한 것이다. 여기서 온 인류란 오늘의 인류뿐 아니라 미래의 인류까지도 포함하여 지칭하는 말이다. 이 세상의 재화를 인간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권한을 구체화한 것이 사유재산권이다. 인간은 사유재산권을 행사하면서 먼저 창조주가 세상재화에 심어준 목적을 성취하려고 노력하여야 한다. 즉 지상재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 목적이 달성될 수 있도록 사유재산권을 사용하여야한다. 이를 위해 사유재산권은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의 유익(공동선)을 위해서 사용되어야 한다. 2. 사회성과 사회적 차원 인간은 본성상 사회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기에 인간은 사회 안에서 태어나고 성숙하며 사회를 통해서 완성되어 가는 존재이다. 달리 말해서 인간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이는 곧 인간은 사회적 그물망(web) 속에서 다른 사람과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인간의 삶이 사회적 그물망 안에서 이루진다는 것은 개인의 행동이 다른 사람과 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어떤 개인적인 행동이라도 다른 사람과 전혀 관련이 없는 행동은 있을 수 없다. 특히 사회에서 한정된 재화를 소유하고 관리하는 사유 재산권의 행사는 항상 다른 사람과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자신의 행동으로 재화를 소유하고 사용할 때 개인만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을 지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재산을 소유하고 사용하는 행위가 개인의 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때문에 사유재산의 소유와 사용에는 사회적 차원이 존재하는 것이다. 3. 노동의 결실인 사유재산 인간은 노동을 통하여 자신에게 필요한 재화를 획득하게 된다. 따라서 사유 재산의 기원이 노동에 있다고 본다. 인간은 노동하는 중에 역사적 차원을 지닌 도구와 기술을 사용하고 습득함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은 다른 이들과 더불어 노동하며 다른 이를 위하여 노동하기에 노동은 사회적 차원을 지니고 있다. 즉 현대사회에 있어서 노동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더불어 일하며 다른 사람을 위하여 노동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노동이 사회적 차원을 지니고 있다면 노동의 결실로 소유하게 되는 재산 역시 사회적 차원을 지녀야 한다. 왜냐하면 노동과 사유 재산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맺고 있으며 결과는 원인에 근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4. 세상 평화와 사회적 차원 사회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사회적 차원이 필요하다. 성 토마스와 레오 13세 교황은 재산권이 자연권이며 인간의 본성과 평화로운 사회생활을 위해 필요하다고 보았다(참조: 새로운 사태 8)사유 재산의 소유와 가진 자들이 지나친 사치와 낭비는 사회적 불만과 분열을 초래할 수 있기에 사유재산의 소유와 사용에 있어서 사회적 차원이 존중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을 19세기 말의 상황과 빈부 차이가 극심한 국가에서 일어나는 사회적?정치적 불안이 잘 증명해 주고 있다. 사실 『성실한 관찰자는 누구나 지나친 부을 소유한 소수와 궁핍하게 하는 다수의 큰 차이가 현대 사회에서 심각한 해악이 되고 있다는 것을』(사십주년 27) 쉽게 깨달을 수 있다. 5. 결론 사유재산권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보장해 주는 수단으로 자연법에 속한다.
하지만 사유재산권 행사는 개인의 자의적인 의향에 전적으로 맡겨진 것이 아니라 인류 사회의 공동선을 위하여 제한 받는다. 그 이유는 앞에서 보았듯이 사유재산권이 순수한 개인적인 권리가 아니라 사회적 차원을 지닌 권리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참된 자유와 존엄성은 예수님께서 자신의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에 순명하고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십자가를 통하여 완성되었다. 사유재산권이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위한 권리라면 우리는 이 권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이기적인 입장에서 자신과 가족만을 생각하며 재산을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인류전체의 공존공영을 위해 재산의 사회적 차원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사용할 것인가? 어느 것이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실현하는 길인가 생각해보자.
김명현 신부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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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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