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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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주일 특별기고] 그리스도인 매스컴 종사자의 복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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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맞이하는 홍보주일은 주님의 승천 대축일과 함께 지낸다. 예수님이 승천하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남겨주신 지상명령은 교회의 근본적인 사명인 복음선포 혹은 복음화이다.

오늘날의 복음화가 “문화의 깊은 근원에까지 생명력 있게 복음화하는”(「현대의 복음선교」20항) ‘문화의 복음화’임을 생각할 때 이 시대의 지배적인 문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매스 미디어의 복음화 작업은 현 교회로서 매우 중대한 과제이다.

더군다나 세계화 정보화 시대에 “교회가 나날이 더 완전해지는 인간 기술이 만들어낸 힘있는 수단[매스 미디어]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하느님께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현대의 복음선교」45항 ; 「새로운 시대」11항).

이런 면에서 신앙인이면서 동시에 매스컴 전문직 종사자들의 복음화 문제를 적극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1. 다양화되고 전문화된 매스컴 종사자

제 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반포된 「매스 미디어 교령」(1963)은 매스컴 종사자를 “신문인 집필자 연기자 감독 제작자 편집자 공급인 업자 판매원 그리고 평론가와 기타 어떤 모양으로든지 매스컴에 적극 관여하는 사람들이다”(11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규정은 당시 근대 자본주의 대중사회에서 제도적 인력적 그리고 특성적인 면에서 독자적이고 고유한 매체간 경계를 전제로 해왔던 배경이 깔려 있다. 따라서 교회에서도 매스컴 종사자들에 대한 국제적 가톨릭 조직을 매체의 고유한 영역에 따라 구별 지었다.

최근까지도 UNDA(국제 가톨릭방송인 협회) OCIC(국제 가톨릭 영화 시청각인 협회) 그리고 UCIP(국제 가톨릭 신문 출판인 협회)라는 세개 분야로 나누어 활동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탈산업사회 내지 정보사회에서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으로 뉴미디어가 출현하면서 기존의 고유한 매체 영역간의 경계가 무너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매스컴 종사자들간의 매체중복 현상과 새로운 분야의 매스컴 종사자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케이블TV 지역민방 디지털위성방송 인터넷 사업과 관련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벤처산업 게임산업 광고산업 그리고 이동무선통신 분야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에 관련된 종사자 특히 연예인 등 전문적이고 다양한 매스컴 종사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여 2001년 11월에 로마에서는 기존의 UNDA와 OCIC 조직이 해체되고 SIGNIS로 일컬어지는 국제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World Catholic Association for Communication)가 창립되었다.

이 조직은 방송 통신 영상 등 모든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망라하여 회원의 다양성 조직의 개방성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구조의 효율성과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도 가까운 시일에 SIGNIS Korea 창립을 추진 중에 있다.


2. 신앙과 직업의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그리스도인 매스컴 종사자

그리스도인 매스컴 종사자는 신앙인이면서 동시에 매스컴 종사자라는 이중적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이중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동시적’이라는 표현이 더욱 적절할 것이다. 신앙과 매스컴은 서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스컴의 작업현장에서 신앙을 육화시키려는 사람이 바로 그리스도인 매스컴 종사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신앙과 매스컴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데에는 어려움이 몇 가지 따른다. 우선 매스컴 종사자들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노동의 강도가 심하다. 직업의 특성상 주말에도 근무할 수 밖에 없는 때가 자주 있어서 주일미사조차 제대로 지키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두번째로 매스컴 종사자들은 매스컴 조직이나 제도 안에서 일하기 때문에 그 환경이 주는 다양한 제한을 받게 된다. 개인적으로 복음적 가치관에 따른 기사를 쓰거나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도 시장경쟁 논리에 부합되는 이데올로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때도 있다.

세번째로 매스컴에 종사하는 신자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잘 모르거나 매우 미온적 신앙생활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톨릭 교리나 성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복잡한 사회적 현상들을 가톨릭적인 시각으로 해석할 능력이 결여된 경우도 있고 아니면 전혀 교회와 신앙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냉담 중에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여러 제한성에도 불구하고 매스컴 현장에서 신앙을 꽃피우는 역할은 그리스도인 매스컴 종사자들에게 선택사항이 아니라 당위적인 것이다.

예를 들어 안중근 의사를 생각해보자. 그는 민족의식과 신앙을 잘 조화시키신 분으로 평가되고 있다. 애국자이면서 신앙인이었던 안중근 의사의 의거는 일제에 대한 정의로운 항거였으며 복음을 유린하는 무리에 대한 응당한 거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민족애를 그리스도교의 정체성과 어떻게 통합시켜 갔는지를 보여주었다. 신앙이 신앙에 갇힌 채 민족의 생명을 외면해서는 결코 바른 신앙인일 수 없고 민족의식이 민족의식에 갇힌 채 생명의 질서를 외면해서는 결코 바른 민족의식일 수 없다. 그는 신앙과 민족의식은 따로 떼어놓을 수 있는 개체가 아니라 하나의 공통된 언어임을 보여주었다.

민족애와 신앙을 따로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듯이 그리스도인 매스컴 종사자들의 정체성도 신앙과 매스컴을 따로 떼어놓을 수 없다. “전문적 기술을 발휘하는 가톨릭 언론인들은 그 직업 자체로 언론의 사명을 다할 뿐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현세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그들은 직장에서 가톨릭의 견해를 밝힐 수 있을 것이다”(「일치와 발전」103항).

따라서 매스컴에 종사하는 신자들은 일종의 평신도 선교사로서 매스컴 분야를 하느님의 뜻대로 관리하고 거기에서 복음화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매스컴 영역은 우리 사회의 공기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그리스도인 매스컴 종사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3. 그리스도인 매스컴 종사자의 윤리적 책임감

현재 한국의 언론은 자본과 권력에 지나치게 밀착되어 왜곡된 여론수렴과 사회불의의 온상이 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상업주의에 기울어진 언론은 시청률 구독률 경쟁으로 인한 선정성 폭력성 저질성의 비복음적 가치관이 스며든 내용물들을 생산하고 있어서 수용자들의 정신과 의식 삶의 방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매스컴이 “대중을 바른 길로 인도할 수도 있고 또는 멸망의 길로 이끌 수도 있다”(「매스 미디어 교령」11항). 따라서 매스컴 종사자들의 윤리적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하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대희년을 맞아 언론인들에게 이 점을 보다 명백히 강조하고 있다. “여론에 막대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언론은 경제 세력 이윤 파당적 이익에만 이끌려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언론은 어떤 의미에서 ‘거룩한’ 임무로 여겨져야 하며 공동선을 위하여 특히 사회의 가장 취약한 집단인 어린이와 가난한 이 병자 소외되고 차별받는 이들의 선익을 위하여 여러분에게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맡겨졌다는 의식을 가지고 그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2000. 6. 4)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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