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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군사목에 대한 제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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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성당 공동체를 위해 묵주 기도 1500단과 예물을 봉헌합니다.

 3년 전 어느 주일미사 때 군종병들이 미사예물 2만원과 함께 제대에 올린 미사지향이다. 진한 감동과 더불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기본 을 충실히 가르쳐 병사들을 전례로 인도하겠다는 나의 사목목표가 열매를 맺어감과 동시에 그 기본을 바탕으로 스스로 성장해가는 그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군사목의 마지막 손과 발이 될 군종병들을 위해 군종병 교육을 여러 차례 실시했다. 이런 교육을 하며 열악한 여건을 감안 성서공부나 기타 좋은 소재를 다 포기하고 기본 만 가르친 뒤 부대로 파견했다. 식사 전ㆍ후 기도 아침ㆍ저녁기도 삼종기도 묵주기도 부모를 위한 기도 고해성사 방법 미사의 의미와 자세 간략한 교리교육과 교수법 등이 그것이다. 이것을 매번 거의 똑같이 반복했다. 이미 한번 교육을 받은 군종병들에겐 복습과 생활화 기회요 첫 교육자들에겐 기본을 가르쳐줄 호기였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교육 뒤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일상적 기도생활 방법을 가르쳐주고 그 실천의 소중함을 일깨워줘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
 이를 보며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는 이 기본적인 것들이 우리 젊은이들 몸에 배어 있질 않아 생활화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됐고 우리 교회 젊은이들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외람된 판단일지 모르나 이 기본 을 생활화하지 못해 한국 교회 앞날이 어두운 것은 아닐까?
 그러나 기본에 충실하려 애썼지만 우리 교회 보배인 정통 전례음악 을 젊은이들에게 충분히 맛들이게 해주지 못해 아쉽기 그지없다. 성(聖)과 속(俗) 구분이 많이 결핍돼 있는 그들에게 예부터 사용해온 정통 전례음악을 통해 교회가 얼마나 거룩한지 또 공동체가 한자리에 모여 전례를 거행하는 거룩한 성당에서 몸가짐은 어떠해야 하는지 보여주며 가르치고 싶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12년 동안 전례음악을 제대로 할 줄 아는 군종병을 신학생조차 단 한명도 만나지 못해 내 짧은 실력으로 약간 가르쳤을 뿐 그 뜻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다.

 이런 체험을 통해 한국 교회 신학생 교육에 어떤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우려를 해봤다. 비록 변화무쌍한 이 세상에 적절히 대응하고 세상을 하느님께로 인도하기 위해선 신학에 관한 풍부한 지식도 중요하겠지만 사제가 된 다음 신자들과 매일 맞닥뜨릴 것은 미사를 중심으로 한 전례가 아니겠는가? 또 우리가 해야 할 예언직 사명인 복음화 역시 그 출발과 힘은 응당 거기서 나오는 것이 아니던가!
 제대를 전후해 긴 세월 동안 맛보지 못한 정통성가를 마음껏 부르고 싶어 대전 시내 여러 본당에서 일부러 신자석에 앉아 주일미사를 드려 봤다. 그러나 가는 곳마다 통일된 성가책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청소년 미사 때는 특히 정통성가가 거의 생략된 채 대중성가(복음성가)만 난무해 분심만 들었다. 아니 여느 대다수 어른들처럼 나 역시 따라가기 급급하다 보니 짜증스럽기까지 했다. 마치 제대로 된 밥상은 하나도 없고 간식만 난무해 먹어도 배부르지 않아 영양실조에 걸릴 것만 같았다. 채워지지 않는 영적 허기만 맛본 것이다.
 어쩌다가 우리 한국교회가 그 가치를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보고 (전례헌장 112항)인 성음악 전례음악의 품위를 잃고 하느님의 영광과 신자들의 성화 라는 성음악의 목적을(위항 참조) 상실하다시피까지 됐는지 안타깝다 못해 서글프다. 대중성가를 적극 권장한 전례헌장(118항)을 존중하지만 이렇게 정통 성가를 강조하는 것은 그 성성(聖性)의 무게와 질감이 대중성가와 다르고 그에 따라 신자들의 영적 성숙에 미칠 효과가 크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감히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특히 주교회의에 건의하고 싶다. 적어도 매달 첫 주일과 4대 의무축일 만큼은 한국의 모든 신자들이 단일한 하나의 정통성가를 부르며 미사성제를 드리도록 교회법으로 규정할 수는 없을까? 정통성가를 통해 하나인 교회 모습을 확인하고 그리고 거기서 우러나오는 성령의 충만한 힘을 받아 세상에 힘찬 발걸음을 디딜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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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5-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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