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특별기고/과학 그리고 하늘 위의 하늘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박용휘(성애병원 PET 센터소장)
“참 과학의 정신은 진실·정밀·양심”

생명 조작, 진리인 듯 혼돈 일으켜
세상은 과학으로 돈벌기에만 몰두
모든 존재는 창조물로서 존중돼야

[전문]
원로 의학자 박용휘 성애병원 PET 센터소장이 기고문 ‘과학 그리고 하늘 위의 하늘’을 보내왔다. 박소장은 최근 황우석 사태를 통해 드러난 생명경시 풍조와 상업주의에 빠진 과학계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며, 신앙인으로서 참 과학의 정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히고 있다. 과학이 자칫 총명을 흐리게 하고 혼을 빼가는 도구로 전락하기도 한다는 박소장의 글을 요약해 싣는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 그것은 깨달음뿐이다

인류는 1543년 지동설을 발표한 폴란드 프라우엔볼그 대교구 교구장이자 천문학자이며 의사였던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를 기억한다. 그 논문은 2세기부터 확고부동한 사실로 내려온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을 뒤집은 엄청난 것이었다. 그 업적은 요즘 말로 하자면 노벨상을 여러 번 타고도 남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

하늘에서 보면 지구는 정해진 힘을 갖추고 한 처음부터 정해진 운동법칙을 따라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돌고 있다. 지구는 세차운동(歲差運動)이 곁들여진 오묘하기 그지없는 자전과 공전 궤도를 따라 태양주위를 회전하고 있는데, 그 회전이 해가 뜨고 지고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흐르는 까닭이 된다. 그러나 지구가 왜 그렇게 돌아야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구가 돈다는 사실은 새로운 깨달음 곧 발견이었다. 발견이란 ‘가려졌던 무엇인가가 드러나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것을 서양에서는 ‘닫혔던 뚜껑을 열었다’하여 discover, entdecken이라 한다. 발견은 결코 무엇인가를 무에서 새로이 만들어냈다는 뜻이 아니다. 발명 역시 이미 존재하는 물체와 이치를 활용하여 일정한 목적을 위해 도구나 기계로 만들어 냈다는 뜻에 불과하다.

태초폭발의 과학

과학자들은 우주 탄생을 태초폭발로 설명한다. 곧, 삼라만상이 어느 한 순간에 일어난 대폭발로 말미암아 허무에서 시작되어, 무수한 궤멸과 형성을 거듭하면서 생겼다는 학설이다. 사람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것은 태초폭발 후 160억년이 지난 지금도 처음 정해진 설계에 따라 생성이 진행되고, 영원한 미구에 있을 완성을 향해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진화라고 한다. 진화란 이미 만들어진 물질과 존재가 성장하여 깨지고 다시 합치고 변모하면서 정신과 지혜를 포함한 높은 기능을 갖춘 상태로 변해가는 절차와 질서를 말한다. 그것은 없었던 것이 무에서 생겨나는 창조와는 전혀 다른 질서다. 지구를 비롯한 우주에서 일어나는 뭇 현상과 그것이 일어나는 이치를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과정을 탐구라고 한다. 탐구는 관찰과 실험과 고찰을 통해 한 현상의 실상과 내용과 의미를 밝혀내고 다지는 절차인데, 그것이 곧 과학이다. 다시 말하면 과학은 ‘존재와 운동’ 그리고 ‘존재와 운동 상호간의 관계’를 알아내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유기체 생성의 가설과 쿼크

수소, 산소, 탄소와 질소가 한 방식을 따라 결합하면 무기 또는 유기물이 생긴다. 단순한 유기물이 포개지면 복합체가 되고, 더 뭉치면 단백질이 형성되어 하등동물이 생긴다는 가설이 있다. 그 복합과정에는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 에너지의 하나가 벼락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하등동물이 어쩌다 영장류가 되고 마침내 사람이 된다는 가설이 증명 안 된 고전 진화론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그 진화모델은 기본물질을 구성하는 쿼크(quirk)는 물론 전자와 반물질이 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실제 그 아무도 과학이 밝혀낸 최소의 알갱이인 쿼크 하나를 만들지 못하는데, 이유는 소립자들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인간이 쿼크의 존재를 알게되는데만 60만년이 걸린 셈이다. 앞으로 더 작은 소립자가 발견되지 말라는 법은 없고, 오히려 발견될 확률이 높을 지도 모른다. 그 발견 또한 발견에 그치는 것이지 창조가 될 수는 없다. 다행스럽게도, 과학자는 모든 명제를 순리에 따라 이해하려하고 또 전통적으로 그렇게 짚고 넘어왔기 때문에 지금 전대미문의 예지가 쌓였고, 그를 선용하여 우리는 어마어마한 복락을 누리고 있다.

자연에의 외경

물질과 생명과 천체에 대한 지식이 쌓이면서 인간의 두려움은 차츰 외경심으로 승화되었다. 프린스턴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아인슈타인은 어느 날 난데없는 신의 존재에 대한 한 학생의 질문을 받고, “모든 존재의 조화 안에서 스스로를 드러내는 신을 믿는다”고 대답했던 적이 있다. 그 보다 300년전 뉴턴은 “나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바라보면 바닷가에 앉아 있는 어린아이가 된다”고 술회했다.

과학의 성취와 본질

인간은 우주에 로켓을 쏘아올리고, 그러던 어느날 달을 탐사하고 돌아왔는가 하면, 수백 Km 상공에 거대한 천체망원경을 설치해 놓았다. 21세기의 나사(NASA)는 탐사선이 우주 먼지를 수집해 오는 것을 기다리면서, 다른 한편으로 명왕성을 향해 무인탐사선을 쏴보냈다. 이런 놀라운 일들은 60만년 전 동굴에서 나온 호모사피엔스가 이룩한 위대한 과학적 업적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자 신을 닮은 존재다. 그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예를 들어 대량의 수소를 불태우면 폭발적 에너지가 생긴다는 것을 알고 마침내 그 힘을 이용해 로켓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인류는 또 우주선을 이용하여 우주라는 것이 땅 위의 모든 존재와 하늘에 떠있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과 별구름 그리고 그들이 뭉친 1000억개의 은하계가 수학공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운동법칙을 따라 운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알게 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수천년 전의 신명기(10, 14)와 열왕기(상8, 27) 그리고 창세기와 요한복음서(1, 1)는 우주가 실존한다는 사실, 지구가 탄생하고 그 안에 존재하고 있는 삼라만상이 창조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창조의 의미와 원동력이 말씀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서사시처럼 아름다운 글로 그것도 가장 간결하고 사실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 우리 머리 위에는 드높은 하늘이 있다. 그 하늘에서는 바람이 일고 구름이 떠돌며 비가 뿌려지고 눈이 흩날린다. 그러다 하늘은 때로 천둥번개와 더불어 벼락을 내리치며, 이윽고 약속의 무지개를 띄운다. 그러면서 성경은 하늘 위에 또 다른 하늘이 있다는 사실을 기술하고 있다. 이는 지구와 우주를 쉽게 알 수 있도록 묘사한 가장 알뜰한 설명이다.

물리학자들은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 태초폭발설을 내놓았다. 그것은 갈릴레오와 뉴턴 그리고 아인슈타인에 이어, 조지 갸모우와 스티븐 호킹 등이 시도한 우주의 기원과 진화를 설명하려는 학설이다. 그리고 그 학설은 끝없는 우주팽창과 3도K 배경초단파의 발견, 우주 안에 널려있는 헬륨의 확인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우주와 생명의 탄생

창세기에 따르면 지구와 그 생명체는 다음 순서로 생겨났다. 먼저 빛과 어둠이 만들어지고, 물이 갈라져 창공과 땅이 나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6-04-09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5

마르 12장 31절
너는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