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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교황 베네딕토16세의 전례개혁에 대해

유럽교회 위기 혼란 염두 화해 친교 일치에 역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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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네딕토 16세의 2006년은 “전례개혁의 해”였다. 지난 10~11월 교황은 “트리엔트식” 라틴어 전례를 지역 주교의 허락 없이도 어디에서든 거행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트리엔트식 전례 허용

이에 대해 프랑스 교회가 가장 민감했는데, 이는 ‘트리엔트식’ 전례를 옹호하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개혁을 반대, 전통주의 분열파로 낙인찍혔던 마르셀 르페브르(Marcel Lefebvre) 대주교의 출신국이라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프랑스는 전체 인구의 10 미만으로까지 하락한 열심한 신자 수에 비해 전통을 옹호하는 냉랭한(?) 신자들의 수가 더 많고, 그러다보니 이번 교황의 개혁에 반발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프랑스 주교들에게 ‘트리엔트식 전례 허용’은 공의회의 전례개혁뿐 아니라, 교회 일치에 대해서도 큰 위협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공의회 이후 교회적 친교에서 분리된 사제들 및 평신도들과 화해하려는 (교황의) 뜻에 함께 한다”고 밝혔다.

전례문 개정, 유럽교회 현실에 대한 교황 의지 반영

지난 12월 교황은 미사경본의 핵심적 문구를 수정했다. 즉, 성찬의 전례에서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에서 “모든 이를”이라는 대목을 “많은 이를”로 바꾼 것이다. “모든 이를 위하여”라는 말은 그리스어 복음서의 “uper pollon”라는 표현에 상응하는 라틴어 “pro multis”를 번역한 것이다.

이는 각 언어로 번역된 미사경본을 사용한 지 40년이 지난 시점에서 밀떡과 포도주를 축성하는 양식을 바꿈으로써 복음서의 원래 내용을 회복하는 한편, 현재 유럽교회의 정통성의 위기에 대한 확고한 신앙의 표명이기도 하다.

교황청은 지난 10월 17일자로 전 세계 주교회의에 교황청 경신성사성 장관인 프랑시스 아린제(Francis Arinze) 추기경의 이름으로 이런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추기경들은 전통적인 “pro multis”에 대한 명확한 번역이라는 점에서 호응했다.

이 결정이 미사전례 자체에 대한 효력을 좌우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못하지만, 복음서에서 표현하고 있는 주님의 의도에 더 정확한 해석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황의 이러한 미묘한 개혁에 대해 교회 안팎에서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지금의 유럽교회의 현실에 대한 교황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확고한 교의적 원칙 고수 및 전통 보수파 포용

현재 유럽교회는 이슬람의 열풍에 둘러싸여 정체성의 혼란에 빠져 있다.

이런 시점에서 그리스도교의 분명한 교의적 원칙은 중요한 요인으로 떠올랐다. 특히 이번 결정과 관련해, 그리스도교 신앙은 그리스도의 희생으로 구원의 문이 ‘모두에게’ 열려 있고 ‘모든 이들’이 알아듣도록 ‘모든 이들’에서 출발은 하지만, 그 구원이 각자의 응답과 참여가 없다면 결코 ‘모든 이들’에게 도달하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즉, 선포는 ‘모든 민족들’(마태 28, 19), ‘모든 피조물’(마르 16, 15) ‘모든 민족들’(루카 24, 47)에게 하지만, 구원은 구원받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많은 사람을’(마태 26, 26~30; 마르 14, 22~26; 루카 22, 14~20는 구체적으로 ‘너희를’이라고 명시)위해서만 열려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신앙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은사를 받아들이고, 그리스도의 신비에 참여하는 초월적인 생활을 통해 ‘많은 이들’ 사이에 포함되도록 초대받은 사람이다.

교황은 ‘모든 이들을’이라는 번역을 사용하고 있는 각국의 주교회의에 앞으로 1~2년 안에 신자들에게 합당한 교리교육을 시켜 이 새롭고 더 올바른 양식(formula)을 사용할 것을 요청하는 한편, 로마식 미사경본의 차기 판에서도 이점을 유념하여 적용하도록 지시하였다.

그리하여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기초부터 흔들리고 있는 유럽교회의 현실에 직면하여 그리스도교의 강경한 교의적 원칙을 구축함과 동시에 전례를 통해 그간 교회 안에 소수세력으로 존재해 왔던 전통 보수파들까지도 포용하려 했던 것이다.

김혜경(세레나.가톨릭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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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7-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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