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특별기고] 과도한 보수는 정의에 부합하나 - 박상조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탈세에 임원들 배만 불리는 결과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사회 윤리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수`의 문제다(「노동하는 인간」 19항). 노동에 대한 보수는 정의와 형평의 법칙에 의해 결정돼야 하고(「어머니요 스승」 18ㆍ68항), 품위 있는 인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할 정도의 것이라야 한다(「사목헌장」 67항). 한 가정을 책임지는 성인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수란 가정을 꾸려 적절히 유지하기에 충분하고 가정의 장래를 보장하기에 충분한 보수를 의미한다.

 이러한 보수는 이른바 가족 임금, 즉 가장의 노동에 대한 보수로 다른 배우자가 가사 이외에 다른 유급 직업을 갖지 않아도 가족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단순 임금이거나 또는 가족 수당이나 가사에만 전념하는 어머니들에게 주어지는 배우자 보조금 같은 다른 사회 조처를 통해 주어질 수 있다. 이러한 보조금은 자신의 생활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위치에 있지 않는 동안은 실질적 필요, 즉 부양 가족 수에 상당하는 것이어야 한다(「노동하는 인간」 19항).

 국내 대기업 중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회사는 민영방송사인 서울방송(SBS)으로 나타났다. SBS는 지난해 한 해 임원을 제외한 직원들이 평균 7530만원 연봉을 받았다. 그런데 대기업 등기임원의 연봉은 삼성전자가 제일 높았으며, 1인당 평균 43억원을 받았다. 지난해 사내 등기임원 1인당 평균 연봉이 10억원 이상인 기업은 삼성전자와 (주)LG, 현대자동차, GS홀딩스, GS건설, 기아자동차,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삼성물산, 신한은행, 삼성SDI, SK텔레콤, 국민은행, 신세계 등 14개 기업에 달했다.

 대기업 임금 인상에 가장 큰 특징은 직원 연봉이 전년도에 비해 소폭 오르는 데 그친 데 비해 등기임원 연봉은 큰 폭으로 오른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와 신한은행, GS건설, 한화, 두산인프라코어, 롯데쇼핑은 지난해 등기임원 연봉이 전년도에 비해 최소 2배 이상 늘었다.

 그렇다면 등기임원의 과도한 급여는 정의에 부합하는가? 정부 최저임금위원회는 2007년도 최저임금을 시간급은 3480원, 일급(8시간)은 2만7840원으로 정했다. 일급으로 일요일을 제외한 주6일 매일 8시간을 일한다고 보면, (30-4)×2만7840원=72만3840원이 된다. 1년 열두 달 꼬박 번다고 가정하면 연간 수입은 868만6080원이다.

 정부가 2007년 발표한 전 산업 월평균 임금은 262만7540원이고, 가장 낮은 분야는 숙박ㆍ음식업이 176만8547원, 부동산업 및 임대업이 164만4520원이다.

 최근엔 생활비가 너무 많이 들어 부부가 모두 일하지 않으면 생계가 어려워지는 상황에 와 있다. 이로써 출산율이 낮아지는 문제까지 빚어지고 있다.

 보수 격차는 오래된 쟁점이다. 기원전에 이미 플라톤은 최고와 최저 보수간 차이는 4:1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저자인 슈마허 박사는 스캇 베이더라는 영국 회사 사례를 들어 7:1을 제시했고, 「기업이 세계를 지배할 때」라는 책을 쓴 코르텐 박사는 20:1을 제시했다.

 보수 격차 문제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이스비스트 교수는 교육기간이 가장 긴 의학도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한 사람의 일생 동안 교육투자비와 생활비를 비교하고 2×2×2:1, 즉 8:1을 이상적인 최고와 최저 보수간 격차로 제시했다. 여기서 2×2×2는 의학도와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의 교육비 차이를 2배, 감독자와 피감독자 보수를 2배, 경력에 의한 차이를 2배로 본 것이다. 8:1의 격차를 두는 경우 의사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 평생 버는 돈이 같아진다.

 한편 상대적 기준을 적용한 미국의 KLD라는 연구기관은 최고 경영자가 중간층 관리자에 비해 20~30배 이상, 그 기업에서 임금 순위가 가장 낮은 노동자에 비해 200배 이상, 그리고 임금 순위가 최하위인 납품업체 노동자에 비해 2000배 이상 많은 보수를 받는다면, 그 최고경영자는 과도한 보수를 받는 것이라고 보는 기준을 정했다.

 높은 급여는 인건비에 속해 과세 대상이 되는 이윤에서 공제되는 것이 아니고 비용으로 인정되어 과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 기업으로서는 이윤을 높여 세금을 내느니 급여를 올림으로써 비용을 증가시키면, 종업원에게도 이득이 되고 기업으로서는 세금을 덜 내게 되니 서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만약 이러한 생각으로 급여를 과도하게 인상한다면, 간접적으로 탈세를 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리스도교 신자 기업인은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자신이나 종업원 보수를 결정해야 할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1931년에 이미 교황 비오 11세는 재화는 모든 사람의 공동선 증진을 위해 다수 개인과 사회 계층들에게 분배돼 전체 사회의 복리가 보장되도록 해야만 한다고 가르쳤고, "이 법칙은 무책임한 부유층 때문에 어겨지는데, 그들은 자신의 행운 때문에 자신들이 모든 것을 차지하고 노동자는 아무것도 차지하지 못하는 것이 정당한 상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사십주년」 27항 참조).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7-04-22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3

2열왕 17장 13절
내가 너희 조상들에게 명령하고 너희에게 보낸 모든 율법대로 나의 계명과 규정들을 지켜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