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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사형, 폐지되는 그날까지] 6. 김현 교무, 원불교 광주 전남 교구장

사형제 폐지는 시대적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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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이든 그 시대가 지향하는 정신적 가치가 있다. 나라의 민주화와 민족의 화해와 통일은 우리 시대가 지향해온 최상의 가치이고 풀어야할 제일의 과제라 할 것이다.

시대는 우리에게 민주와 통일을 넘어 생명과 평화라는 가치를 향해 전진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사형제도의 폐지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같이하는 상징성을 갖는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이생의 모든 행위는 과거의 업(業)에 의한 것이며 업은 다시 업을 만들므로 마치 피로써 피를 닦는 것과 같은 것이라 했다. 진정으로 업을 쉬는 길은 참회와 자비라 했다.

가해자는 진정으로 참회하고 피해자는 큰 자비로 용서함으로써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져야 업이 쉬어진다. 사형제도는 참회와 용서의 기회를 잃게 하는 결과가 된다.

극형이 죗값에 대한 응징의 의미가 있다 해도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참회하지 않는 죄인이라면 원한만 키워 끝없는 윤회의 굴레만을 만들어갈 뿐이다.

실제로 사형집행이 유보되는 기간에 성직자들의 교화노력에 힘입어 참회생활로 마음의 평안과 해탈의 심경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피해자 중에도 용서를 베풀고 화해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실천해 보이는 경우가 많이 있다.

사형이라는 극단적인 제도만 피한다 하더라도 오심에 의한 살인을 막을 수 있고, 중죄인이라도 참회를 통해 거듭날 수 있으며 용서와 화해로 선업을 창조할 수 있다.

사형제도는 몸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죽이는 일이다. 소태산 대종사님은 “살, 도, 음(살인 도둑질 간음)을 범한 죄인이라 하더라도 마음만 살아있으면 부처를 이룰 수 있다”고 하셨다.

사형제도의 폐지는 인권국가의 기본을 다지는 길이며 정신의 지도국으로서의 격을 갖추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이 경제적 성장이나 교육수준만 높이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도덕이 그렇게 살아나야 되고, 그래서 서로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권의식과 평화의 마음들이 깃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 시점에서 사형제 폐지는 우리 사회의 정신적 건강성과 공동체 정신의 정도를 측정할 바로미터라고 생각한다.

우리를 죽였으니 너도 죽어야 한다는 극단적 생각들, 네가 우리 사회에 존재함이 우리 모두를 불안하게 할 뿐이라는 접근은 우리 모두를 그 사형의 집행자로 만들 뿐이다.

이는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생명가치가 동물이든 식물과 광물이든 언제나 존귀한 가치가 있고 서로 은혜로운 관계라는 원불교의 생명존중 사상에도 맞지 않다.

사형제 폐지를 말할 수 있는 두 번째는 바로 사회공동의 책임 때문이다. 오랫동안 소년원에서 교정지도를 담당했던 후배의 괴로움을 들을 수 있었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그들의 많은 수가 결손가정의 형제자매들이었다는 사실이다.

한 국가의 국민으로 태어나,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동안 겪게 되는 아픔과 좌절 그리고 죽음은 한 부모나 한 개인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 마음의 상처치유는 사회나 종교인을 비롯한 전 구성원의 책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왜 이런 지경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는지, 우리들은 그들을 위해서 무엇을 주었고 어떤 기회를 제공했던가?

우리들은 그들을 처음부터 외면하고, 계층적 분류에 익숙해서 오히려 그들은 선택의 폭이 좁은 범죄자로 몰아 세웠는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공동체 정신을 살려내고, 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근본적이고도 정확한 분석을 통해 서로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내놓고 공유해야 할 것이다.

사형제도의 촉력은 우리의 공동체를 부정하는 국가주의의 또 다른 형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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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7-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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