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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교황님 만난 날/로마한인신학원 원장 전달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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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한인신학원 원장 전달수 신부가 교황 베네딕토 16세 즉위식과 이후 특별히 김수환 추기경의 한국 추기경 서임 요청과 관련한 내용들을 보내왔다. 이를 발췌해 소개한다.


 새 교황님 즉위 미사가 거행되기 이틀 전 김수환 추기경님과 정부 경축 사절단이 로마에 도착했다. 문화관광부 정동채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사절단은 로마에 있는 이탈리아 주재 한국 대사관과 교황청 한국 대사관에서 머물 것이기에 나는 추기경님을 모시고 로마 한인신학원으로 왔다. 오면서 추기경님은 즉위식이 끝나고 개인적으로 교황님을 만나뵙기를 원하셨다.
 즉위식 하루 전날 교황궁내원 비서실장 대주교님께 전화해 그 가능성을 타진해보자 때가 때인지라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고 하셨다. 그래도 나는 노구를 이끄시고 12시간 비행기를 타고 오신 추기경님이 떠나시기 전에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꼭 만나뵙기를 원하시니 사정을 감안해 주시도록 청했다.
 교황님 전례담당관에게 전화해 김 추기경님이 오셨다고 알리니 사제급 추기경들 중 서열이 첫째이시니 즉위식 미사 중에 주교급 추기경 옆에 서서 공동집전하실 것이고 기도문을 읽으실 거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당일 9시15분까지 추기경님을 모시고 오라고 했다.
 나는 본당 미사를 주례해야 했으므로 추기경님은 재정담당 신부가 모시고 갔다. TV를 통해 지켜보니 추기경님은 반지 축성 기도문과 성찬 기도문을 잘 읽으셨다.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걱정을 했으나 다행이었다. 미사가 끝나고 신학원에 돌아오신 뒤에도 교황님 만나실 생각을 하시면서 연락이 왔느냐고 물어보셨다. 추기경님 교황님 개인 알현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편지를 쓰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라고 아뢰니 그러자고 하셨다.
 사실 교황님은 즉위식 이후 하실 일이 많으셨다. 사도 성 바오로 대성전을 찾아 전례를 거행하며 로마의 주교로서 라테란 대성전에서 착좌하시고 교황청 소속 여러 곳을 방문하셔야 이른바 교황 취임식을 모두 치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이 기간에는 개인 알현을 금지하는 것이 관례라고 하지만 우리 추기경님의 일정은 급하기만 했다.
 다음 날 추기경님은 아침 식사 중에 로마를 떠나기 전에 대성전에 들러 돌아가신 교황님과 요한 23세 교황님께 하직 인사를 드려야겠네 라고 하셨다. 9시15분에 출발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궁내성 비서실에서 연락이 왔다고 했다. 긴급 사항이라는 표시와 함께 팩스가 한 장 와 있었다. 읽어보니 오전 11시30분에 교황님 개인 알현이 있으니 모시고 오라는 내용이었다.
 추기경님과 나는 수단으로 갈아입고 출발해 대성전에 들러 전임 교황님과 요한 23세 묘소를 찾았다. 추기경님은 하직 인사라고 하셨다. 성전 여러 곳을 둘러본 뒤 교황님을 만나러 갔다.
 대기실에는 레바논에서 온 총대주교님 일행과 베네주엘라에서 오신 추기경님이 미리 와 계셨다. 추기경님의 알현은 두번째였다. 총대주교님이 15분간 알현하고 나왔고 나는 그 뒤를 이어 추기경님과 함께 교황님을 알현했다. 무릎을 꿇고 친구하고 신학원장이라고 소개하자 언제 신학원이 세워졌으며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시고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하셨다.
 교황님을 약 1분간 만나 몇마디 나누면서 느낀 첫 인상은 한마디로 말해 아주 좋은 할아버지 였다. 누구나 친근하게 가까이 갈 수 있는 좋은 할아버지 손자 손녀들과 웃으면서 손잡고 이야기하는 할아버지 모습 그대로였지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이 주는 엄한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약 15분 후에 나오신 추기경님도 비슷한 인상을 들려주셨다. 가깝고 친근한 동료 쉽게 대화할 수 있는 분 이라고 하시며 흐뭇해하셨다.
  어떻게 서울에 추기경이 두 분 있을 수 있는가? 라는 말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들 한다. 이탈리아 피렌체대교구를 예로 들면 현 교구장은 69세이신데 2년 전에 추기경이 되셨고 전임자는 75세에 은퇴하신 실바노 추기경이시다. 아주 건강하시고 아직도 활동 중이시다. 이 대교구에는 추기경이 두 분 계시는 것이다. 이와 같은 대교구가 두 군데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추기경을 청할 바에는 서울대교구를 추기경좌가 되게 해달라고 청해야 한다고들 한다.
 우리 추기경님께서 그렇게도 간절히 교황님 뵙기를 원하시고 또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셨는데 도대체 그것이 무엇일까? 어르신의 깊은 뜻은 헤아릴 수 없으나 우리나라 교회를 너무 사랑하시며 그래서 우리 교회의 미래를 위해 단단한 기초를 놓으시려는 심정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다음 날은 추기경님이 한국으로 떠나는 날이었다. 점심식사가 끝난 후 우리말로 공지사항을 한마디 한 후 아시아계 신부들을 위해 이탈리아어로 이렇게 말했다. 김 추기경님께서 오늘 저녁 한국으로 떠나십니다. 로마에 언제 오실지 몰라 어제 교황청에 하직 인사를 드렸다고 하시지만 빠른 시일 안으로 한국에 추기경 한분이 나시면 서임식 때 다시 오실 겁니다 라고 말하자 식당은 박수소리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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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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