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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주교회의 정평위 환경소위 총무 이동훈 신부 ''성탄이 우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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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훈 신부
 
   성탄을 준비하는 막바지 정성을 기울이는 이 시기에 정부에서 발표한 4대 강 하천정비 사업은 우리를 혼란의 구렁으로 몰아넣는다. 정부가 발표한 계획은 그 내용이 대운하 계획과 너무도 흡사해서다.

 지난 대선 기간 중 이명박 대통령은 한반도에 4대 강을 잇는 운하를 건설해 새로운 물류운송 수단으로 삼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3면이 바다인 지형에 운하를 통한 운송은 비효율적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자 관광 및 지역개발 계획으로 그 목적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엄청난 생태계 파괴 등을 이유로 국민 여론이 부정적이자 선거기간 막바지에는 공약에서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운하 공약은 다시 살아났다. 일방적으로 추진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과 더불어 대운하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심해지자 대통령은 지난 6월 19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여론 조사에서 대운하에 대해 국민의 60 이상이 반대한 것으로 나타나 대통령의 언급은 대운하 백지화 선언이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정부는 4대 강 하천정비 사업에 14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홍수예방과 하천환경 개선을 위해 제방 축조와 보강, 하천변 저류지 설치, 하도정비 등 치수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 사업은 대운하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죽었던 대운하가 4대 강 하천정비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살아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국토해양부의 자료에 의하면 2008년 우리나라 하천 정비 현황은 국가하천 96.9, 지방하천 84.3의 정비율을 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 하천을 정비하는데 갑자기 새롭게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한 우리나라의 홍수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은 강원도와 같은 상류의 소하천과 지방하천들이므로 홍수예방을 위해서는 이미 정비가 끝나고 있는 4대 강이 아닌 상류의 소하천에 투자를 해야 마땅하다.

 4대 강 하천정비 사업 계획의 전체 예산 14조 원 중 약 6조7000억 원이 낙동강에 집중돼 있는데, 이는 한반도 대운하 당시 밝힌 예산과 유사한 규모의 예산이며, 그중 낙동강 운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는 당시 계획처럼 낙동강에 전체 예산의 약 47를 배정하고 있다.

 정부의 치수정책이 바뀌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연구와 토론을 통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임에도 일방적으로 새로운 정책을 내놓은 것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행위이다. 또한 지방자치시대에 지자체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지방 경기를 부양해주겠다는 명목으로 대규모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것 역시 시대착오적이고 비민주적 발상이다.

 지난 5월 23일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한반도 물길 잇기 및 4대 강 정비계획의 실체는 운하 계획"이며, 정부가 대운하 연구를 위해 과천 수자원 공사 사무실에 몰래 대운하 태스크 포스(TF)팀을 꾸리고 활동하고 있다는 양심선언을 한 바 있다. 정부는 대통령 담화 이후 해체했던 대운하추진사업단에서 활동한 국책 연구원들과 수자원공사 관계자 등을 중심으로 국토해양부 산하 한강홍수통제소에 4대 강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비공개 조직을 운영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국가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대규모 사업이 어찌하여 제대로 된 연구와 여론수렴 절차도 없이 밀실에서 연구해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세계적 금융위기는 우리나라에도 큰 여파를 미치고 있다. 이에 정부는 4대 강 정비사업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해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진단은 그렇지 않다. 교황님은 10월 6일 제12차 세계 주교시노드 연설에서 "지금 커다란 은행들이 곳곳에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성공이나 경력, 돈을 추구 하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모래 위에 쌓아 올리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의 원인은 돈의 부족이나 정책의 실패이기에 앞서 인간 탐욕이 빚어낸 결과인 것이다.

 교회 사회교리는 진정한 발전은 경제적 성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천명하고 있다(회칙 「민족들의 발전」 14ㆍ17항 등). 인간 탐욕으로 인해 자원이 고갈되고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지구는 온난화의 열병을 앓고 있다. 금융위기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경제 성장만이 아닌 인간과 자연, 하느님의 말씀을 통한 올바른 가치관의 확립이 절실히 필요함을 알려주는 시대 징표와도 같다. 한편 교황님은 성탄 메시지를 통해 세계의 평화와 환경보호를 호소했다.

 최근 교황님 말씀은 국가적 혼란으로 괴로워하는 우리들에게 목자로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해 준다. 성탄은 지존하신 하느님께서 비천한 인간과 함께하시기 위해 몸소 비천한 몸으로 오신 사건을 경축하는 것이다. 나라를 위해 정치하는 분들에게 예수님 성탄의 진정한 의미가 새겨져 국민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또한 교황님 지적대로 경제만 살리겠다는 정책이 아닌,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 수 있는 참된 발전을 도모하는 좀 더 성숙한 정부로 거듭 태어나는 정부가 되길 구유에 오시는 아기 예수님께 간절한 기도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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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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