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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4대 강 하천정비사업의 실체

생명 파괴 막는 녹색순교에 동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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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백지화한 대운하 사업과 유사한 규모
체계적 연구·여론수렴 없이 밀어붙이기식 추진
한반도 생태계 악화·정국 혼란·국력 소모 우려

한반도 대운하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에 이명박 대통령은 새로운 물류 운송을 위한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발표했다. 국민 여론이 부정적이자 관광 및 지역개발 계획으로 그 목적을 변경하였다가 선거 막바지에는 공약에서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운하 공약은 다시 살아났다. 일방적으로 추진된 광우병 쇠고기 수입 파동과 더불어 대운하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심해지자 대통령은 지난 6월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여론 조사에서 대운하에 대해 60 이상의 국민이 반대로 나타난 것으로 보아 대통령의 언급은 대운하 백지화 선언이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4대 강 하천정비 사업

정부는 ‘4대 강 살리기 프로젝트’에 14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홍수예방과 하천환경 개선을 위해 제방 축조와 보강, 하천변 저류지 설치, 하도정비 등 치수사업, 인공습지 조성과 수질정화식물식재 등을 함께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 사업은 대운하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마치 공영사업에 대한 민영화 반대의 목소리가 높게 일자 선진화라는 새로운 표현을 사용하듯이 이름만 바뀐 똑같은 사업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거의 완성된 하천정비

국토해양부 자료에 의하면 2008년 우리나라 하천은 국가하천 96.9, 지방하천 84.3의 정비율을 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렇게 거의 완성 단계에 있는 하천을 정비하는데 갑자기 그토록 많은 예산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홍수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은 강원도와 같은 상류의 소하천과 지방하천들이므로 홍수예방을 위해 4대 강을 정비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4대 강 하천정비 사업 계획의 전체 예산 14조원 중 약 6조7000억원이 낙동강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는 한반도 대운하 당시 밝힌 예산과 유사한 규모이며, 그중 낙동강 운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는 당시 계획처럼 낙동강에 전체 예산의 약 47를 배정하고 있다.

하천정책의 역행

낙동강 정비 예산 중 댐과 제방 건설비가 전체 예산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은 기존 건교부 치수정책의 핵심을 무시한 것이다. 2002년 태풍 루사 발생 이후 우리나라는 치수정책의 근본기조를 변경하였는데 과거의 제방과 댐 중시의 홍수 방어 개념에서 천변저류지, 침습지 조성들과 같은 유역차원에서 홍수를 방어한다는 개념을 도입했다. 댐, 제방을 쌓고, 하천을 준설하고 뱃길을 복원하겠다는 계획은 대운하를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비민주·편법적 정부 운영

정부의 치수정책이 전혀 반대의 방향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연구와 토론을 통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임에도 일방적으로 새로운 정책을 내놓은 것은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한 행위다. 또한 지방자치 시대에 자치단체의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지방경기를 부양해주겠다는 명목으로 대규모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것 역시 시대착오적인 비민주적 발상이다.

작년 5월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한반도 물길 잇기 및 4대 강 정비계획의 실체는 운하 계획”이며, 정부가 대운하 연구를 위해 과천 수자원공사 사무실에 몰래 대운하 TF팀을 꾸리고 활동하고 있다는 양심선언을 한 바 있다. 정부는 해체했던 대운하추진사업단에서 활동한 국책 연구원들과 수자원공사 관계자 등을 중심으로 국토해양부 산하 한강홍수통제소에 4대 강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비공개 조직을 운영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국가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하는 대규모 사업이 어찌하여 제대로 된 연구와 여론수렴 절차도 없이 밀실에서 연구되어 일방적으로 발표되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되어야 하는가?

녹색순교의 자세로

정부는 정권 초기 광우병 쇠고기 수입 파동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대운하 계획을 이렇게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면, 대한민국은 소고기 정국과 같은 또 한 번의 큰 혼란과 국력의 소모를 겪어야 할 할 것이다.

그동안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의 환경소위원회는 대운하가 한반도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여 한반도 대운하 특위를 구성해 활동하였다. 대운하이든 하천정비, 혹은 경기부양이든 정부가 이름만 바꾸어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를 강행하려 한다면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시고 보시기 좋다고 하신 이 초록별 지구를 지키는 녹색 순교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이동훈 신부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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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9-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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