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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가톨릭성가 개정 작업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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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윤석 신부 (대전 정림동본당 주임)
 

1984년에 만들어져 25년째 사용되고 있는 가톨릭성가집은 아직도 손에 쥘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다. 전체의 ⅔정도나 되는 기존 성가곡을 부분적으로 뜯어고쳐서 전국 신자들이 십수 년 동안 분심 들었다고 생각하니 지금도 화가 난다.

성가는 기도다. 멋대로 고쳐서 타인의 기도를 망쳐놓으면 안 된다. 다행히도 주교회의 전례위원회가 지난 2006년 ‘성음악분과’를 설치하고 새 성가집 간행을 위한 노력을 시작,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이 글을 통해 제시하는 나의 제안들 또한 부족하지만, 이 글이 도화선이 되어 더 좋은 의견이 많이 쏟아지길 기대한다.

우선 ‘가톨릭성가’에는 어처구니없게도 같은 곡이 이중으로 들어있다. 이는 처음 출판한 398개 곡과 나중에 부록이라는 이름으로 추가한 129개 곡의 대조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게다가 추가곡들은 성탄·부활·성모 등의 주제별 성가 뒷부분에 덧붙여 앞의 것보다 질이 떨어지는 노래로 인식됐다.

잘 알려진 곡을 함부로 뜯어고쳐 못쓰게 만든 것도 큰 문제다. 어린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산토끼’ 노래를 음높이 하나라도 고쳐 보라. 아마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가톨릭성가에서는 신자들이 아무런 문제없이 즐겨 불러오던 성가를 인정사정없이 부분적으로 고쳐놓았다. 너무 많아서 이루 다 말할 수조차 없다. 작곡자의 양해도 없이 멋대로 고쳤다. 당시 통일성가집 편찬 위원들은 과감히 고쳤다고 자부할지 모르나 어리석은 생각이다. 혼란만 오랫동안 계속되었을 뿐이다.

특히 편찬 과정에서 누군가가 못갖춘마디의 시작에 토씨가 들어가면 안 된다고 주장했던 것 같다. 별문제 없던 몇몇 성가 가사의 토씨를 뺀 결과, 신자들은 헷갈리다 못해 나중에는 기분이 나빠 노래를 빼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어이가 없는 것은 어린이 미사책에서는 한동안 토씨를 그대로 살린 원곡이 실렸다는 것이다.

가톨릭성가에는 쓸데없는 곡도 많다. 별로 불리지 않는 노래가 너무 많이 실려 있다.

동일곡 반복이 많이 되는 후렴도 군더더기이며 지루함으로, 반복을 없앨 필요가 있다.

아울러 4성부에도 문제가 많다. 남성 성가대원을 찾아보기 어려운 수많은 본당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았다. 반주도 쉽잖게 만들어져 있어 음을 놓치기 십상이다.

십사처 성가가 없는 것도 문제다. 또 263번 ‘십자가 길의 성모’는 총20절까지인데 각 처별로 내용을 맞췄으면 한다.

박자가 안 맞는 노래도 빨리 수정했으면 한다. 예를 들어 528번 ‘축하합니다’를 신자들에게 불러보게 하면 거의 대부분 박자를 맞춰 부르는 때가 없는 것을 경험한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청소년성가집도 누군가 비판을 했으면 좋겠다. 청소년성가에 실린 미사곡도 원래의 악보와 차이 있는 것이 많다.

또한 ‘인간’ 편의 성가가 부족해 아쉽다. 출산과 입학, 졸업, 생일, 취업, 입·퇴원 등과 관련한 악보를 부록으로라도 넣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개신교에서 들여온 성가는 아예 가톨릭성가에서 제외시켰으면 한다.

방윤석 신부

대전 정림동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9-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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