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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뇌물 이야기(양승규 시몬,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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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물과 사회윤리의 타락
 뇌물은 부정부패의 고리이고, 사회를 병들게 한다. 사람들이 뇌물을 주고 받는 것은 사회적 암을 키워 자신은 물론 사회를 파멸로 이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뇌물이 오가는 현상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우리나라는 정치권력의 타락으로 권력형 비리가 양산돼 역대 대통령이 하나같이 추한 모습을 띠고, 사회적 부패가 심화되면서 이권이 있는 곳에서는 으레 부정한 돈이 오가고, 뇌물사건의 보도는 끊임이 없다.

 잠언은 "뇌물을 주는 자의 눈에는 그것이 요술 보석 같아 그가 몸을 돌리는 곳마다 안 되는 일이 없다"(17,8)고 적고 있다. 이것은 공직자들이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게 되면 악마의 유혹에 걸려들어, 준 자의 청을 거절할 수 없고 시키는대로 따르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일 께다. 뇌물을 줄 때까지는 굽실거리던 사람이 일단 상대방이 그 돈을 받아 챙기면 이를 미끼로 오히려 큰 소리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공화당 시절에 어느 장관에게 돈심부름을 했다는 말을 우연하게 엿듣고, 그 공직자에게 좀 더 깨끗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없느냐고 거든 일이 있다. 그는 `요즘 그런 돈을 못먹는 것이 바보다. 뇌물죄는 쌍벌죄로서 준 자가 돈을 주었다고 말하지 못하므로 안전하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소리이고, 사회윤리의 타락현상을 드러낸다.
 
 관뚜껑까지의 비밀과 양심의 고통
 강의 중 뇌물에 관한 말을 하면서 "나는 뇌물을 좋아한다. 다만 나에게 뇌물을 가져온 자에게는 관뚜껑을 덮을 때까지 절대로 비밀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하게 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부터만 돈을 챙기고 있다. 다행히 누구도 그 사실을 발설하지 않아 매우 깨끗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죽음을 맞이해 하느님 앞에 섰을 때 하느님께서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실 것으로 보느냐?"고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진 일이 있다.

 물론 학생들은 모두가 `하느님께서는 곱게 받아주시지 않을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하느님께 "제가 얼마나 잘 살았으면 저 세상 사람들이 참으로 청렴하고 모범적으로 살았다고 칭송하는데 하느님만 저를 그렇게 몹쓸 사람이라고 나무라십니까?"하고 하소연하면 하느님은 어떻게 대하실 것으로 보느냐고 학생들에게 되물었다. 역시 부정적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은 누구나 이성과 양심을 지니고, 무엇이 옳고 그르냐를 판별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나의 행실을 알았느냐 몰랐느냐는 상관이 없다. 거짓과 위선으로 사람을 속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의 양심은 속일 수 없고, 더구나 하느님 앞에 떳떳하게 설 수는 없다. 내가 스스로 교묘하게 불의를 저지르고도 남들이 그 사실을 눈치채지도 못해 성인군자처럼 행세하고 남의 칭찬을 받고 있다 하더라도 내 양심은 얼마나 괴로울 것인가?
 
 영혼의 파멸과 재앙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우리 삶에 필요한 도구일 뿐 행복의 잣대는 아니다. 돈에 집착하거나 물질적 가치에 치중해 부정한 돈이라도 가리지 않는다면 악마는 미소를 짓고 덤비게 된다. 성경은 우리에게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마태 6,24)고 가르치고 있다. 인간이 도덕적 가치를 도외시하고 뇌물을 주고 받아 선량한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은 자신의 영혼의 파멸과 재앙을 불러오는 끔찍한 범죄다.

 "욕망은 잉태하여 죄를 낳고, 죄가 다 자라면 죽음을 낳는다"(야고 1,15)는 말씀처럼 사람의 죄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노자(老子)도 "재앙은 만족함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고, 허물은 얻으려는 욕심보다 더 큰 것이 없다"(도덕경 46장)고 이른다. "불의하게 모은 보화는 소용이 없지만 정의는 사람을 죽음에서 구해준다"(잠언 10,2)는 성경말씀을 깊이 간직하면서 뇌물과 같은 부정한 거래가 없는 밝은 사회를 이룩하도록 힘쓰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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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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