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특집/ 봉헌생활의 날] 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 서울관구, 여주 성바오로 너싱홈 탐방

세월이 지나간 자리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기쁨 가득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2월 2일은 주님 봉헌 축일이자 봉헌생활의 날이다. 특별히 봉헌생활(Vita Consecrata)의 의미를 다시 새기고, 봉헌생활을 하는 모든 수도자들이 그에 합당한 삶을 살도록 기도하고 격려하는 축제날이다. 이에 봉헌생활에 늘 정진함으로써 교회와 사회에 오롯이 `영성의 샘터`가 되고 있는 영적 도반들, 수도자들의 일상으로 들어간다. 1888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진출한 수도회인 샬트르 성 바오로수녀회 서울관구가 경기도 여주 북내면 중암리에 세워 운영하는 `여주 성 바오로 너싱홈(Nursin g Home)` 요양원에서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는 일곱 원로 수녀들을 만났다.


 
▲ 여주 성 바오로 너심홈에서 휴양 중인 노수녀들이 올해로 105살을 맞은 최고령 남형우 수녀를 찾아와 안부를 묻고 있다.
 
 
   1909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올해 105살. 16일 찾아간 고령의 남형우(요한 세례자) 수녀는 바오로 너싱홈 숙소에서 눈을 감은 채 침잠해 있다. 요즘 들어선 일상 대화가 힘겨울 정도로 기력이 부쩍 쇠약해졌다. 그렇다고 특별한 지병이 있는 건 아니지만 워낙 고령에다 기력이 없어 묵주 알을 돌리며 기도를 바치는 게 요즘 일상이다. 2008년 9월 서울관구 본부에서 개관한 역사박물관에 103위 성인과 무명 순교자들 코너가 설치됐을 때만 해도 100살 고령이면서도 휠체어에 의지한 채 참석할 정도로 기력이 좋았던 것과는 딴판이다.

 남 수녀 침상 오른쪽 머리맡엔 증조부 성 남종삼(요한, 1817~66) 초상이 걸려 있다. 열심했던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늘 기도를 바치는 뜨거운 신앙의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듯하다.

 요즘 남 수녀를 보살피는 김정순(골룸바) 수녀와 노수녀들이 수런대는 소리에 남 수녀가 눈을 뜬다. 누군가, 하고 의아해하는 모습이지만, 창가에서 비껴드는 빛에 눈이 부신지 이내 눈을 감는다. 창 밖으론 진눈깨비가 조금씩 흩날린다. 김 수녀가 침대 머리맡 회전 손잡이를 돌려 등받이를 올리자 남 수녀는 그제야 다시 눈을 뜬다.

 김 수녀는 "어제 박문여고 졸업생 제자들이 왔을 때 들으니, 학교에 계실 때 수녀님이 얼마나 예의가 바르시고 반듯하셨는지 학교에서 거의 전설이셨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박문여고에 계실 땐 예절교육시간이면 촛불을 켜놓고 학생들이 지나가게 한 뒤 촛불이 꺼지게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시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는 60대 제자들의 고백을 들으며 가르침이 평생을 이어진다는 생각에 수녀님께선 참 교육자다운 삶을 사셨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청주교구 장호원(현 감곡) 본당 출신으로 1934년 입회, 평생을 계성여중ㆍ고와 박문여고, 순심여고, 쌘뽈여고 등에서 프랑스어와 가정 담당 교사로, 또 공소에서 전교 수녀로 살아온 남 수녀의 삶이 겨울 산 잔설처럼 반짝인다.


 
▲ 빨래방에서만 35면을 살아온 노충신(왼쪽) 수녀가 아기 예수에게 이불을 올려 놓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모든 것 내려놓고 무릎꿇은 겨울 산처럼

 인생을 사계에 비유하자면, 노년은 겨울쯤일 터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릎을 꿇은 겨울 산만큼이나 노년도 맑고 겸허하다.

 바오로 너싱홈에서 노후를 보내는 수도자들의 삶은 이제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마지막 여정에 있다. 물론 교육이나 사회복지 사도직 현장에서 물러난 지는 이미 오래고, 건강도 여의치 않다.

 그럼에도 노수녀들의 얼굴은 예수님이 주는 기쁨으로 가득차 있다. 일생을 보육원과 가난한 가정 돕기, 한글 미해독자 교육, 장애인 돌봄 등 사회복지에 헌신한 이춘근(시몬 스톡, 92) 수녀는 "하느님을 향해 가는 마지막 시간에 동반자들과 햇볕을 쬐고 꽃향기를 맡으며 오순도순 살아가는 게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며 "하느님께서 부르셨고 우리 스스로가 응답하면서 생애 하루하루 살아왔으니 노후가 기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귀띔한다.

 그래서 노수녀들은 기도의 끈을 바짝 조인다. 40년에서 60여 년을 사도직에 전념하느라 부족했던 기도를 벌충하느라 날마다 새벽 5시 30분부터 6시 30분, 7시, 11시, 오후 4시, 7시로 이어지는 아침기도와 시간전례, 미사, 묵주기도, 낮기도와 묵주기도, 끝기도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몰두한다. 기도 지향은 수도 공동체가 하느님을 향한 동반자가 돼 이 세상에 하느님을 드러내는 데 둔다.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 사회에 예수 그리스도의 실존을 드러내는 증거가 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봉사자이자 예언자가 되기를 기도한다.


 
▲ 기도 속에서 묵주를 만드는 수도자의



가톨릭평화신문  2013-02-03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19

1사무 16장 7절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는 대로 보지만 주님은 마음을 본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