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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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특집] 우리 생애 가장 아름다운 40일 II [1주차]

작은 절제로 사순체험 나선 기자들의 ‘도전 4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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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끊기’ ‘술 끊기’ ‘스마트폰 끊기’.

가톨릭신문 기자들이 사순절을 맞으며 일상 안의 ‘즐기고 좋아하는’ 습관들을 절제해 보는 실천 프로그램, ‘작은 절제로 실천하는 기자들의 도전 40일 - 우리 생애 가장 아름다운 40일(이하 기자들의 도전 40일)’ 의 시즌2에 도전한다. 예수님의 부활, 파스카의 축제를 준비하면서 통회와 보속 그리고 희생으로 재(齋)를 지키는 사순절의 뜻을 몸으로 살아보기 위함이다. 지난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로 준비된 기자들의 도전 40일에는 이주연 기자(커피 끊기), 서상덕 기자(금주), 조대형 기자(스마트폰 끊기)가 참여한다.



‘커피 끊기’ 이주연 기자

‘커피’ ‘커피’ ‘커피’.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을 앞두고, 커피에게 절연장(絶緣狀)을 보내기 앞서 결연함을 북돋우기 위해 주문을 외우듯 ‘커피’ 단어를 중얼거려 본다.

재의 수요일 13일 0시를 기해 40일 동안 일상에서의 커피를 일절 끊어보는 생활을 해보기로 했다.

기자들 스스로 참여해 보는 사순절 기획에 ‘예스’를 표한 것은 ‘이번 시기엔 선배님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생글거리며 떠미는 후배 기자들의 ‘꼬드김’을 떨쳐버리지 못한 탓이기도 하지만, 사실 습관처럼 하루의 많은 시간을 커피와 함께 하는 입장에서 마음 한편에서는 ‘커피 한잔의 즐거움’을 참으며 다소나마 사순절 의미를 체험하는 나 자신을 보고픈 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문사 녹을 먹은 연차 만큼 그간 여러 차례 사순절과 관련한 기사들을 취재하고 작성했던 경험이 있지만 한편 얼마나 극기와 절제, 희생, 사랑, 실천이 앞서는 사순시기를 살았던가 반성하는 고백의 의미이기도 했다.

‘쿨’ 한 듯 결정을 하긴 했지만, ‘커피 없이 하루하루를 넘기는 게 가능할까’ 걱정이 밀려왔다. 커피 없는 나날을 생각해 본다. 벌써부터 금단증상이 오는 듯 하다.

그윽한 향을 집안 가득 퍼트리며 ‘쪼로록’ 커피머신에 떨어지는 모닝커피 소리를 들으며 하루일과를 준비하는 나로서는 아무리 출근 준비가 바쁘더라도 한모금이 될 망정 커피맛을 음미하는 짧은 여유를 지나치지 못한다.

업무 속에서도 커피 한잔은 얼마나 큰 ‘일’과 ‘쉼’의 친구인가. 마감을 하는 중 제대로 기사가 풀리지 않아 잠시 멈춰야 할 때, 그리고 전쟁을 치르듯 탈고를 한 후, 또 취재나 인터뷰를 마치고 잠시 느림과 여유의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때 어김없이 곁에 두게 되는 가장 친근한 대상이기도 하다.

잠시 마음과 몸이 피곤해 질 때 들렀던 친근한 카페에서의 뜨겁고 향 깊은 아메리카노, 풍미 가득한 카푸치노, 악마의 유혹 같은 에스프레소 커피의 매력을 어떠한 것에 비길까. ‘커피한잔 하자’는 표현 속에서 찾아지는 ‘마음’과 ‘인사’의 이미지는 또 항상 얼마나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었던가.

이제 40일 동안은 이러한 커피와의 향긋한 인연을 끊어야 한다. 커피로 인해 가졌던 기쁨과 즐거움을 예수님의 십자가 위에 놓아보는 작업을 시작해 보는 것이다. 카푸치노 커피 위 얹혀진 거품위에 ‘예수님’을 새겨 넣어 본다. 그리고 그 작은 절제를 통해 아껴진 것을 주변의 어려운 이들에게 나누자는 결심을 덧붙인다. 커피를 마셔야 할 상황이 발생할 때 마다 돼지저금통의 배는 불러지리라. 고통스럽겠지만 보람이 느껴지는 상상이다.

기사를 준비하며 찾은 자료 중 2009년에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 있다. ‘모든 것에 대한 사고 방식을 바꾸라’(Change The Way You Think About Everything)라는 것이었다. 아침마다 마시는 커피 한 잔을 위해 얼마나 많은 물이 필요한지, 또 물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이번의 커피끊기 노력은 사순시기의 뜻을 실천해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간 모른채 지나쳤던 새로운 삶의 가치들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생긴다.



‘금주’ 서상덕 기자

헉! 금주라니!

나를 아는 사람들은 안다. 술과 나라는 인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을…. 내가 있는 자리에 술이 빠진 적이 있었던가? 지금껏 살아오며 백도 아니고 만에 한두 번 있을까말까 했을 것이다. 술은 고사하고 청량음료 한 잔 상상할 수 없는 아프리카 오지에서도 원주민을 구슬려 기어이 술을 구해 마신 역사의 담지자가 아닌가.

연말연시면 매스컴을 타는 기사 가운데 빠지지 않는 만 19세 이상 성인 1인당 소주 소비량은 내게 의구심으로 다가오기 일쑤였다. 참고로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성인 한 명이 92병씩을 마셨다고 한다. 난 도대체 이 통계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 달에 그 정도 마시지 않나?’(갸우뚱) 이미 소싯적에 ‘주귀’(酒鬼, 술귀신)라는 별명을 얻으며 ‘1000병클럽’(1년에 소주 1000병 이상 마시는 사람)에 가입한 나로서는 참 해석하기 힘든 노릇이다.

그런 내게 20년 넘게 장복(長服)해온 술을 끊으란다, 사순이란 시기를 핑계로. 거기다 ‘독자서비스’라는 올가미를 씌워서…. 처음 기획안이 나왔을 땐 코웃음을 쳤다. ‘알잖아, 당신들도. 불가능한 이야기 하고 있는 거….’

지금껏 소소한 사고로 병원 출입(?)을 할 때를 빼곤 술에 대한 생각을 끊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고 난생 처음 고통의 시기에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가당키나 한 소리란 말인가! 말인가! 말인가!’ ‘안 돼, 안 돼. 불가능한 얘기야!’ 내 속에서는 또 다른 내가 아우성을 쳐댔다.

‘너도 알잖아, 불가능한 일이야!’ ‘40일은 고사하고 한 주도 못 갈 걸. 일찌감치 포기해.’

어린아이 손에 제일 좋아하는 과자를 쥐어주고는 무려 40일 동안 먹지 말라고 하는 소리나 다름없는, 아니 그보다 더 심한 일이다.

그런 내가 기어이 불가능할 것 같은 40일간의 도전에 나서려고 한다. (이건 순전히 동료 기자들의 농간에 떠밀려서다.)



가톨릭신문  2013-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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