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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 (15) 과학기술 만능주의 3 - 인터뷰 / 심종혁 신부

과학-종교 융합의 열쇠는 ‘신학적 성찰’/ 영속적 가치는 신학적 진리에 의해서만 규명/ 과학-종교 이견 좁히는 대화·통합 작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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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종혁 신부
(사진 이우현 기자)
 

많은 사람들은 과학과 종교가 각을 세우기 시작한 때를 1633년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종교재판에서 찾는다. 재판정에서 그는 지동설을 부정할 것을 맹세하고 풀려나지만 법정을 나서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중얼거렸다고 전한다. 당시 교회는 진리의 세계를 독점하고 과학을 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과학주의의 비극은 종교와 과학의 위치가 이제는 뒤바뀌고 있다는 것에 있다.

심종혁 신부(예수회·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는 과학과 종교가 갈등되는 영역이라고 인식되기 시작한 것을 1300년대 유럽의 흑사병이라는 참극에서 찾는다. 그는 “신앙인들은 비극에서 우리를 구원해달라고 하느님께 매달렸고, 다른 한 쪽은 원인을 규명하고 실질적 대책을 강구하며, 과학적 노력을 하기 시작한 부류로 갈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예전과 달리 현대사회에서 진리와 견해를 독점하는 세력은 종교보다 과학적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은 예전 종교가 했던 역할, 즉 사회에 진리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역전된 상황이다. 과학주의의 대표적 상징으로는 스티븐 호킹 박사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는 「위대한 설계」라는 책을 출간하고, 종교는 진리에 대해 말하려고 했으나 이렇다할만한 의미를 답하지 못했으며, 종교와 철학, 신학은 영향력을 잃고 과학이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는 요지의 논리를 편 바 있다.

심 신부는 “대중들은 호킹의 학문적 영역을 언론매체가 전달한 그대로만 여과 없이 받아들인다”며 “과학자의 발견 업적이 일반 대중에게 전달되는 과정 중에 성찰이라고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찰의 부재는 교회의 신앙인들과 신학자들이 갖고 있는 한계점과도 맥락을 함께한다.

그는 ‘과학자들은 호기심 때문에라도 탐구를 계속해나갈 것인데 이를 보고 안 된다고만 할 것인가’하고 묻고, 교회 신학자들도 과학의 무지에서 해방돼야 하며, 끊임없는 신학적 성찰을 통해 교리를 재편하거나 과학적 사고에 젖은 현대인들에게 맞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적 사고의 젊은이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합리적 설명을 해줘야 합니다. 과학과 신앙에 대해 사제에게 묻는데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하는 식의 대답은 지양해야 하지요. 이렇다 할 설명 없이 자기고유 사고방식에 얽매여 그것을 주입하려고만 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이니까요.”

그는 사제가 되기 전 학부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이론물리학을 전공했다. 때문에 누구보다 과학자들의 고유 사고방식을 이해한다. 그는 과학자들을 가리켜 ‘이해될 수 있도록 설명하고, 보편 법칙을 만들고자 염원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끊임없이 평행선을 내달릴 것 같은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한 모델링을 크게 4가지로 나눴다. 대립과 독립, 대화와 통합이다.

“대립은 영원히 갈등하는 것이고, 독립은 과학과 신앙, 서로의 영역을 구분 짓고 침범하지 않는 것입니다. 답변하지 못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침묵할 수밖에 없지요. 대화는 서로의 이견을 좁혀나가는 것이고, 통합은 그것보다 진일보한 견해입니다. 서로의 추구 영역에 대해 보완할 수 있겠지요.”

그는 과학에 대한 신학적 성찰의 부족에 대해 지적하면서도, 과학적 진리로만 모든 것을 재단하는 현대사회의 세태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인간은 고귀하다’는 명제는 과학적 진리로 증명할 수 없고 오직 철학과 신학적 진리에 의해서만 규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과 역사를 통틀어 영속적이고 지속적인 가치를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것, 그것이 종교가 하는 일이라고 했다.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해야 할 일은 현대과학이 갖고 온 새로운 가치체계를 성찰해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요즘 인간관계의 양상도 변해가고 있지요. SNS를 통해 젊은이들이 ‘내가 오늘 어묵을 먹었네’등의 사사로운 사건들을 인터넷에 올리고 나누는 것을 보면서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것도 결국 저의 고전적 사고방식으로 그들을 판단하는 것이지요. 교회도 마찬가지로 과학을 재래적 사고방식으로만 판단해버린다면 이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사랑, 공동체성 등 그리스도 고유의 가치도 신앙인들에게 끊임없이 교육돼야 하는 문제다. 그는 떼이아르 드 샤르뎅 신부를 언급하며 과학과 종교를 융합하고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모델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라고 했다. 샤르뎅 신부와 같은 작업이 오늘날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그리스도는 우주 궁극의 원리로서의 하느님을 말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믿는 신은 인격적 하느님이지요. 그리스도는 인격적 관계를 맺고 한 사람에 대한 배려와 관심, 사랑으로 다가섭니다. 우리 역시 그렇게 살아야하지요. 일반신자들은 종교와 과학 모두에 순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에게 과학주의가 위협적 사고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신학적 성찰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심종혁 신부는

- 서강대학교 수학, 이론 물리학 전공

- 미국 웨스톤신학대학원 영성신학 전공

- 로마 그레고리안대학교 교의신학박사 학위 취득

- 현재 예수회 회원,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


오혜민 기자 (oh0311@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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