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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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 (24) 화해의 성사 - 고해성사를 고하다 2

깊은 성찰을 통해 만끽하는 ‘치유의 은총’/ 자신의 죄 제대로 바라보면 회개·성장 힘 얻어, 교회도 참된 성사 의미 일깨우는 노력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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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는 ‘화해의 성사’이자 ‘치유의 성사’다. 죄로 인해 끊어진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치유)하고, 참회자가 자신과의 화해를 청하는 성사다. 이러한 화해와 치유의 과정에는 ‘고백’과 ‘보속’이 꼭 필요하다. 죄를 물리치고 자기 자신을 바로 잡아 하느님께 돌아갈 마음 자세가 돼 있을 때, ‘구원의 치유’(교회법 987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고해성사에 담겨 있는 구원의 치유를 얻고자, 고해성사에 대한 신자들의 문제적 인식을 고백하고 보속의 길을 모색한다.



고백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무거운 죄들을 경각심 없이 대한다면 우리는 매일 죄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하느님이 마련해 놓은 화해와 치유의 시간을 외면하는 신자들이 많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말처럼 매일 ‘죄’에 빠진 셈이다. 그렇다면 신자들이 외면하는 이유는 뭘까? 고해성사에 어려움을 느끼는 신자들의 인식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서울 명동성당에서 만난 김모(베드로·56)씨는 “수치스러운 죄를 고백할 때 본당 신부님께서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된다”면서 상설고해소를 찾은 이유를 밝혔다. 또 몇 년 째 냉담 중인 이모(크리스티나·36)씨는 “형식적으로 응하는 고해사제에게 실망하면서 성사를 멀리했다”면서 “이제는 다시 성당에 나가고 싶어도 고해성사를 봐야한다는 생각에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는다”고 고백했다.

이밖에도 “같은 죄를 계속 반복해 고백하기 부끄럽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서둘러 마쳐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내 죄를 왜 신부님께 고백해야하는 지 모르겠다”, “고해성사를 하지 않아도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신자들의 이러한 인식은 결국 ‘2012 한국 천주교회 통계’와 같이 고해성사 지표가 전년 대비 4 감소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는 신자들이 고해성사의 참된 의미에 집중하기 보다는 과정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다. 고해성사는 신자들에게 ‘잊혀진 성사’가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한국교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러 개별교회도 약한 믿음으로 성사생활과 신앙실천에서 멀어지는 신자들이 늘어나 시름하고 있다. ‘그리스도 신앙의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 방법을 모색하고자 지난해 10월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3차 정기총회에서 일곱 성사 특히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거의 사라진 고해성사에 주목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참다운 성사 거행을 통해 진정한 교회 체험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교부들은 고해성사가 성사적 화해 실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 인천교구 여월동성당의 고해소 입구.
부조로 새겨진 예수상의 한 손은 문을 두드리고, 한 손은 고해소에 들어오는 이들과 악수하려는 듯 부각돼 있다.
 


보속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로운 모습을 실제로 경험하는 데 본연의 의미가 있는 고해성사는 개인과 교회 공동체 모두를 회개와 성장으로 이끈다(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3차 정기총회 의안집 144항). 하지만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고백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절대 하느님의 용서를 체험할 수 없다.

지난 4월 29일 도무스 산타 마르타의 소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한 교황 프란치스코 역시 강론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강조했다. 교황은 “우리 모두는 죄인이고 이것은 (구원의) 출발점이다”면서 참회자 스스로가 죄와 직면할 것을 당부했다. 이어 “죄를 고백한다면 신앙이 있는 사람이고, 모든 죄는 용서받아 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참된 그리스도인의 덕목이자 인간적 덕목으로 ‘부끄러움’을 언급한 이유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자신을 부끄러워 할 때, 언제나 정직하고 용기 있는 모습으로 주님을 향해 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 명동성당 상설고해소를 지원하는 여경수 신부(글라렛선교수도회)는 “죄를 제대로 바라보는 사람은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면서 “성찰을 얼마나 깊이 있게 했느냐에 따라 고해성사를 통한 치유의 은총도 커진다”고 전했다.

자신의 죄와 직면하며 참회자 스스로가 고해성사에 임할 준비를 한다면 그 다음은 교회의 몫이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3차 정기총회는 모든 교구가 상시적으로 고해성사를 할 수 있는 본당이나 경당을 지정하도록 강력하게 권고하며, 신자들이 성사의 참된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고해성사는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를 체험하고, 사람들을 교회와의 완전한 일치로 이끄는 성사’기 때문이다. 교부들은 권고 내용을 통해 상설 고해소에는 항상 사제가 머물러야 한다고 당부, 신자들이 하느님의 자비로움을 언제나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한다고 전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용서하기 위해 우리를 기다린다. 그런 의미에서 고해성사는 주님의 매질이 아닌 사랑을 전해주는 성사다. 그 끝에서 만나는 치유의 은총을 만끽하려면 우리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준비돼야 한다.

“우리가 죄 없다고 말한다면 우리 자신을 속이는 것이고 우리 안에 진리가 없는 것입니다.”(1요한 1,8)


이지연 기자 (mary@catimes.kr)
사진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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