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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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성월 특집] "여보, 내가 하늘나라에 우리의 천국을 만들어 놓을게"

말기 암환자 전문의료기관 ''갈바리의원'' 호스피스 병동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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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에 가서 언젠가 다시 가족들을 만나고 싶어요."
 최종순 수녀와 환자가 햇살이 드는 병원 로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백영민 기자
 

   자기 죽음을 미리 아는 것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나에게 남은 시간이 한 달이라면 어떻게 보내야 할까. 위령성월을 맞아 강원도 강릉에 있는 말기 암환자 전문의료기관`갈바리의원`(원장 최종순 수녀) 호스피스 병동을 찾았다.
 

 #죽음은 누구나 두렵다

 호스피스 병동을 들어가는 기자의 발걸음이 무겁다. `곧 세상을 떠날 이들에게 무슨 질문을 던져야 할까` `누가 죽음에 대한 질문에 곱게 대답할 수 있을까`….

 2층에 자리한 호스피스 병동의 풍경은 생각과 사뭇 달랐다. 죽음 하면 떠오르는 무겁고 어두운, 절망의 그림자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가을볕이 드는 아늑한 로비 창가에서 휴식을 취하는 환자부터 복도에서 산책하는 환자들 모습이 일반 요양병원과 다르지 않았다.

 병동에서 만난 갈바리의원 최종순 원장 수녀는 "나이가 적고 많음을 떠나 자신이 앞둔 죽음을 인정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라며 "환자들이 오늘 마음을 정리하고 다가오는 죽음을 받아들여도 내일이면 삶에 대한 미련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예수 그리스도 외에는 죽음에서 부활한 이가 없기에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설명이다.

 똑같은 죽음 역시 없다. 환자들은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석 달 가량을 이곳에서 보내며 생을 마감한다. 하지만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저마다 다르다. "기적이 일어난 적 있냐"고 묻는 환자부터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본인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하는 보호자도 있다.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삶의 희망을 놓지 못하는 이들도,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이고 세상을 떠나는 이들도 있다.


 
▲ "우리 귀여운 손자가 왔구나."
암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와 가족의 정을 나누는 가족들.
 

 폐암 말기로 입원 중인 노지원(가명, 59)씨 얼굴에 엷은 웃음꽃이 피었다. 9개월 난 손자의 재롱에 굳게 닫았던 말문도 열었다. 직장에 휴가를 내고 아버지를 찾은 아들 노진석(33)씨는 "아버지는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인정하지 않으며 말씀도 거의 안 하신다"고 말했다. 아들 노씨는 "아버지가 섭섭한 게 있으면 풀고 가셨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바람"이라고 털어놨다.

 수도자와 의사, 간호사 등 호스피스 공동체 구성원은 환자가 영적ㆍ육체적으로 고통 없이 생을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돕는다. 환자와 가족이 마음에 응어리를 남기지 않고 잘 이별할 수 있게 돕는 역할도 한다. 최 원장 수녀는 가족의 이별 준비도 중요하다고 했다.

 "얼마 전 한 자매님이 휴가를 내고 환자인 어머니와 두 달간 시간을 보냈어요. 마음속 응어리를 풀고 서로 떠나보낸 이들은 임종도 평화롭게 맞으며 남은 가족 역시 슬픔을 빨리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신앙인에게는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길

 "오래 냉담을 했었죠. 이제야 하느님 앞에 다시 서고 신앙을 되찾게 됐습니다."

 간암 말기로 투병 중인 이요셉(54)씨와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씨는 "간경화로 오랜 투병 후 간암 말기 선고를 받았다"며 "청주 성모꽃마을에서 암환자 세미나를 듣고 냉담을 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몸은 힘들지만 다시 신앙을 찾아서 마음은 너무 편하다"고 웃었다. 그를 따라 자녀들 역시 오랜 냉담을 풀었다. 가족은 그들에게 닥쳐온 가장 큰 시련을 신앙의 축복으로 바꾸는 기적을 보여줬다.

 이씨는 갈바리의원에 입원 후 마음이 안정되자 속마음을 가족에게 털어놨다. 아내와 세 자녀 역시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아쉬운 감정을 솔직히 드러냈다. 십수 년 넘는 오랜 투병 탓에 진솔한 대화가 어색했던 가족은 종이에 마음을 담아 서로에게 전했다.

 이씨는 큰딸에게 띄운 편지에서 "여유가 없어 해달라는 것을 해주지 못해 미안했다. 너는 나의 첫 행복이었어. 그만큼 영원히 간직할게. 언제 다시 만나도 너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는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딸 역시 "오늘 아빠의 마음과 생각을 들을 수 있어 좋았어. 이제야 아빠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 늦게 철든 딸이라 미안해. 지금도 앞으로도 나에게 최고의 아빠야. 내일부터는 울지 말자 아빠"라는 말을 편지에 담았다. 이별을 앞두고 가족은 서로를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됐다.

 문득 햇살에 비친 이씨의 눈을 바라봤다. 죽음에 대한 공포도, 불안함도 찾을 수 없었다. 죽음을 앞둔 이의 눈이 어쩌면 저토록 티 없이 맑을 수 있을까. 인사를 건네고 병실을 나서는 길, 이씨 병실 침상 머리맡에 붙은 아내에게 보낸 편지 마지막 문장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당신이 나를 만나러 올 때 하늘나라에 우리의 천국을 만들어 놓을게. 당신도 함께할 수 있는 굳은 믿음을 갖고 하느님께 매달려보자. 진정으로 사랑했어. 아름답게 마무리하자. 사랑해 여보."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 갈바리의원 원장 최종순 수녀 인터뷰

 "준비없는 죽음, 본인과 가족 모두에게 고통"

 "젊을 때부터 죽음에 대한 묵상이 필요합니다."

 최종순 수녀는 "신앙인이라도 죽음을 기쁘게 받아들이기는 어렵겠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생의 끝을 어떻게 잘 마감할 것인가에



가톨릭평화신문  201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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