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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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해, 뿌리깊은 나무가 되어] 5. 사랑으로 열매맺는 신앙 (3) 사랑 실천의 누룩

<20> 작은 ''나눔의 씨앗'', 커다란 ''사랑의 열매'' 맺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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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은 자선에 대해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마태 6,3 참조)고 하지만, 때로는 알게 할 필요가 있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성실하고도 지속적인 나눔은 본보기가 되기 때문이다. 한 봉사단체의 사랑실천이 누룩이 돼 공동체 구성원이 모두 나눔에 적극성을 갖게 된 본당이 있는가 하면, 음악을 전공한 대학생들의 `재능기부`가 이제는 사회적 기업 설립을 눈앞에 둘 정도까지 됐다. 나눔이 낳은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서울대교구 대치2동본당 나눔회


 
▲ 대치2동본당 나눔회 회원들이 5일 인천교구 갑곶성지에서 성우회 할머니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나눔회
 


#나눔은 마르지 않는 `화수분`

 5일 낮, 가을빛 가득한 단풍이 우거진 인천교구 강화도 갑곶성지를 방문한 할머니들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최고령 할머니가 100세, 평균 나이 80세인 할머니들이 소풍을 떠난 소녀처럼 들뜬 표정들이다. 이 할머니들은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노인전문요양원 성우회 소속 어르신들이다. 마당이 없는 시설 구조 탓에 답답한 일상을 보내다 서울 대치2동본당(주임 홍기범 신부) `나눔회`(회장 정기호) 회원들 덕분에 당일치기 가을여행을 떠난 것이다. 점심으로 입에 `짝짝 붙는` 맛있는 간장게장과 꽃게탕을 먹으니, 없던 입맛이 다시 돈다.

 자녀가 없거나 있더라도 연락마저 끊긴 탓에 정(情)이 그리운 할머니들은 종종 찾아와 선물도 안겨 주고, 말벗도 돼주는 50~60대 나눔회 회원들이 자녀 같고 사촌 같다. 그래서인지 이번 가을여행이 더 고맙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나눔회 회원들은 이처럼 거의 매달 어려운 장애인과 노인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봉사를 하고 있다. 때로는 군 본당이나 공소를 찾아 장병 간식거리를 선물하기도 한다. IMF로 인한 실직으로 위암에 걸린 환자에게는 적지 않은 성금을 전하면서 그가 기초생활수급권 혜택을 받도록 주선해 주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미혼모 돌봄시설인 마인하우스에 성금을 전달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했다.

 나눔회 회원들의 봉사는 지역에 머물지 않는다. 한마디로 전국구다. 어려운 이웃이 서울 강남구보다는 다른 지역에 더 많아 회원들이 어려운 이웃을 찾아 나서는 덕분이다. 나눔회 회원은 15명. 하지만 이들이 나눔활동으로 집행하는 한 해 예산은 1억 원이 넘는다. 나눔회가 대치2동본당 사회복지 예산의 대부분을 집행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그래도 모자라는 부분은 회원들이 그때그때 자발적으로 추가 성금을 모은다.

 나눔회 원명숙(율리안나, 59) 부회장은 "나눔은 내가 가진 것을 이웃에게 주는 것이며, 신자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사랑 실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눔회 사랑이 본당의 나눔으로

 올해로 설립 14년째를 맞은 나눔회는 일반 본당에는 없는 특별한 단체라고 할 수 있다. 나눔회와 유사한 단체가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다. 대치2동본당에는 빈첸시오회가 없다. 그 빈자리를 나눔회가 대신하고 있다. 빈첸시오회가 있었으나 본당 사정으로 해체된 뒤 다시 설립한 것이 나눔회다.

 나눔회 활동의 이면에는 나눔회를 설립한 권혁노(프란치스코) 전 사목회장의 적극적 활동과 지원이 있었다. 사업가 출신인 권 회장이 설립 초기부터 해마다 적지 않은 성금을 맡겨 나눔활동을 지원해 줬고, 주변 지인들을 나눔활동으로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든든한 지원 덕분에 나눔회가 지역 사회 울타리를 넘어 어려운 이웃에게 그리스도 사랑을 전하는 일을 꾸준히 펼쳐올 수 있었고, 함께 하려는 이들이 생겨나 오늘날에 이르렀다는 후문이다.

 나눔회는 한 평신도 단체 회원들만의 나눔활동에 그치지 않고, 본당 공동체에 나눔의 중요성과 의미를 전하는 없어서는 안 될 단체가 됐다. 지난 9월 본당이 개최한 `사랑 실천 나눔 바자`에서 나눔회 회원들은 반ㆍ구역장들과 함께 사랑을 실천하는 바자의 의미를 전하고, 신자들에게 적극적 참여를 독려하는가 하면, 자신이 가진 물건들을 기부하도록 이끌었다. 이러한 준비와 참여 덕분에 대치2동본당 공동체는 하루 바자에서 4000여 만 원의 순수익을 올렸고, 수익금 전액을 교구 장애인 시설 등 모두 17곳에 전할 수 있었다.

 나눔회 회원들은 `나눔이 성금을 보내는 일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여긴다. 그래서 성금을 전할 때도 온라인 송금을 하지 않고, 전국 어디든 직접 찾아가 그곳 현황을 살피며, 사람 냄새와 온정까지 전하고 있다. 회원들은 또한 `나눔은 진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려운 이웃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봉사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금전적 지원 역시 중요하지만, 봉사자 없이는 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의 여행이나 여름 캠프, 유람선을 태워주는 행사를 열어 성금을 지원하고 함께 나서는 것이다.

 회원 김재흠(바오로, 60)씨는 "각종 신심단체 활동을 하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느꼈는데, 그것은 이웃을 위한 사랑 실천이었다"며 "나눔회 활동 2년 만에 그리스도인에게 사랑 실천이 왜 필요한지 깨달았고, 신앙생활의 변화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홍기범 주임신부는 "우리 본당은 한 달 치 교무금을 더 걷어 전액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는데, 나눔회가 사랑 실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고 치하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청년 행복 전도사 `라에뚜스 앙상블`



 
▲ 라에뚜스 앙상블이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어린이들을 위해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라에뚜스 앙상블



가톨릭평화신문  201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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