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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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르포] ‘이웃 모습’ 예수 만나는 곳 서울 삼양동선교본당

“내 이웃이 예수님” 나눔 충만 소박한 행복 공동체
도시재개발사업 등으로 갈 곳 잃은 이들 모인 곳
일반 가정집서 미사 … 본당 대소사 함께 논의
사회서 소외됐지만 ‘나눔’ 실천은 누구보다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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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성탄절입니다. 온 세상이 기뻐하며 우리 곁에 오신 예수님을 경배하며 축복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잊고 있었습니다. 인간을 사랑하시는 그분은 한 번도 우리를 떠난 적이 없고, 언제나 함께 계셨음을 말입니다. 알아보지 못했을 뿐 주님께서는 가족과 직장동료 그리고 가난한 이웃의 모습으로 늘 찾아오셨음….

가톨릭신문은 성탄을 맞아 항상 우리와 함께해 주시는 주님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리고 ‘행복’과 ‘나눔’ 속에서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그분을 만났습니다.



행복 공동체

서울의 명산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강북구 삼양동, 유명 스키장의 중급코스에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경사진 언덕길이 곳곳에 보인다. 말 그대로 산동네다. 지금이야 주거환경개선 사업 및 재개발 사업으로 여느 도심 지역과 마찬가지로 고층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섰지만 불과 몇 년 전만하더라도 가난한 이들의 마을이었다.

1960년대를 전후해 도시재개발 사업으로 갈 곳을 잃은 사람들, 화재와 장마 등 자연재해로 집을 잃은 이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받은 이들은 자신들의 공간에서 기쁨을 나누고 슬픔을 함께했다. 그들의 희로애락이 아직도 묻어나는 삼양동 한 가운데에 언제나 우리 곁에 계시는 주님의 또 다른 모습으로 삼양동선교본당(주임 이강서 신부)이 있다.

삼양동선교본당은 ‘성당’이라고 불리만한 건물은 물론 위치를 알리는 표지판도 없다. 집들이 미로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좁은 골목에서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한참을 헤맨 끝에 소박한 주택 하나를 찾았다. 모바일 지도 대신 성탄을 한 주 앞둔 자선주일(15일) 교중미사의 시작을 알리는 성가가 길을 안내한 덕분이었다. 현관문 앞에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가 반겨주는 것을 보면 그곳이 분명했다.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가니 30여 명의 신자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내부는 일반 가정집과 차이가 없었다. 무척이나 단출한 살림살이가 다르다면 다른 점. 미사를 주례하는 주임 이강서 신부의 모습조차 검소했다. 하지만 전례만큼은 소박하지 않았다. 사제의 강론에 모두가 귀 기울였고, 영성체 시간에는 신자들이 직접 성체와 성혈을 서로에게 전달하며 하느님 안에서 친교를 이뤘다. 박해 중에도 거룩한 마음으로 미사를 봉헌한 신앙선조들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미사 중에는 본당의 진가를 보여주는 ‘공동체 회의’가 진행됐다. 본당의 대소사를 모두가 같이 의논하고 결정했다. 의견이 달라도 비난하지 않고 소수의견까지 존중하면서 정말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삼양동본당을 자랑해 달라는 기자의 우문에 복음화위원회(일반본당의 사목협의회) 장영오(클라라·53) 위원장이 현답을 내놨다.

“좋은 거요? 그런 거에 이유가 있나요. 좋으니깐 다 좋은 거죠. 우리 가정이고 한 가족인데 안 좋을 게 뭐가 있대요.”


 
▲ 한자리에 모인 삼양동선교본당 신자들.
그리스도의 사명을 실천하는 선교(宣敎)본당이자 예수님을 닮은 착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뤄지는 본당이다.
 


나눔 공동체

삼양동에서만 15년을 보낸 본당 공동체는 나눌 수 없는 것 빼고는 다 나누는 사이가 됐다. 미사 후 성탄맞이 대청소 및 성탄 장식이 한창이던 순간에도 ‘나눔’은 계속됐다.

“걸레 나 줘요.”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 괜찮아요(웃음).” “아녜요. 나도 걸레질 잘 해요.” 창틀을 닦는 걸레를 두고 할머니와 젊은 여성 간에 쟁탈전이 벌어졌다. 오죽 나눔이 생활화되어 있으면 하다못해 청소까지도 서로 하겠다고 싸우나 싶었다. 결과는 할머니 승리. 걸레를 뺏긴(?) 이는 발 빠르게 다른 도구를 들고 청소를 한다. 사제와 수도자까지 두 팔을 걷어붙이고 함께한다. 누구 하나 남의 일처럼 하는 사람이 없다. 본당 일이 곧 내 일이고, 내 가족의 일이었다.

3주 전 세례를 받은 김연향(소피아·46)씨는 “강북 평화의 집에서 반찬 봉사를 하다가 딸과 세례를 받았다”면서 “가족적이라서 낯설지 않고 이렇게 계속 나오게 된다”고 고백했다.

이런 분위기이니 가정사에 대해서 서로 모르는 게 없는 것이 당연할 정도다. 며느리의 예비자 교리 소식, 새롭게 이사 가서 적응하는 사연 등 생활을 나누고 기도를 청한다. 이들의 나눔은 공동체 안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림기간의 봉헌금 일부는 필리핀 태풍 피해 지역을 비롯, 더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과 나눌 계획이다. 바로 옆에 있는 이웃이 그리고 가난한 이들이 바로 예수님의 모습임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강서 신부는 “우리가 기다리는 메시아는 우리 안에 있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기로 하신 그 분이 바로 ‘나’라는 것을 깨닫는 날이 예수 성탄 대축일”이라고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자가 체험한 삼양동본당 공동체의 준비는 특별하거나 화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사랑이 녹아있었다. 나눔과 감사로 충분했다. 2000년 전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는 목동들이 즐거워하며 노래하는 베들레헴의 소박한 마구간, 바로 그곳의 재현이었다.

또한 그리스도의 사명을 실천하는 선교(宣敎)본당이자 예수님을 닮은 착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뤄지는 친교의 공동체였다.



 
▲ 미사 참례 중인 신자들.
살림살이는 단출하지만 그들의 전례는 그 어느 본당보다 거룩하다.
 



가톨릭신문  201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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