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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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르포] 희망의 여정 시작하는 울릉도 천부본당 (하)

울릉도를 새로운 관광사목 전진기지로!
50주년 준비하며 전 공동체 ‘선교터전’ 의지 충만
활력 떨어지는 현실 관광사목 청사진 속에서 ‘돌파구’
본당 소개 홍보물 만들어 나누고 비슷한 사례 연구
“한마음 모으는 일 우선”… 젊은 신자 중심 재교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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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여객선이 오가는 포항에서 217㎞ 떨어진 섬 울릉도는 아름다운 풍광만큼 이곳에서 살아가는 신자들의 신앙에도 아름다움이 뿜어져 나온다.
 
 
희망을 품은 터전, 울릉도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4000여 개를 헤아리는 섬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바다는 친숙한 풍경이다.

멋진 풍광을 품은 곳이 지천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울릉도는 발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사람도 자연을 닮았을까, 울릉도 신자들의 신앙에서도 아름다움이 뿜어져 나온다.

정기여객선이 오가는 포항에서 217㎞ 떨어진 외로운 섬 울릉도. 하지만 아름다운 삶을 열어가는 신자들로 쓸쓸하지만은 않다.

희망 엿보기 - 천부본당의 성탄

절간 같은 적막감마저 드는 성당이 신자들의 기척으로 들썩일 때면 어김없이 예수 성탄 대축일이다.

천부본당(주임 나기정 신부)에서 1년에 한 번 있는 잔칫날. 전날부터 성당 마당 한편에는 큰 솥이 내걸린다. 그릇을 닦고 음식 재료를 다듬는 신자들의 손길에선 설렘마저 전해져온다. 인근 공군부대 군인들도 성탄 대축일을 맞아 모처럼 성당을 찾았다.

울릉도 토종한우 칡소를 넣은 국밥이 구수한 냄새를 풍길 때면 성탄 대축일을 알리는 성가가 성당을 가득 채운다.

친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어른들 앞에서 한해 결실을 선보이는 자리, 장난기를 걷고 조금은 긴장한 듯한 주일학교 학생들의 순박한 얼굴이 신선하다. 평소에는 열 명도 모이기 힘든 터라 함께 입을 맞춰보기도 쉽지 않은 현실, 본당의 유일한 주일학교 교사인 허태영(미카엘라·43)씨가 더 미안해하는 표정이다.

아이들의 짧은 공연은 어렵게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신자들에게 청량제나 다름없다. 어른들의 박수가 길게 이어진다.

울릉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인 본당 사목회 총무 박영식(안드레아·49)씨도 복사로 성탄 미사에 힘을 보탰다. 거룩함이 넘치는 전례는 하느님을 향한 오롯한 믿음을 더욱 다져주는 느낌이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것은 인간을 지극히 사랑하셔서 우리와 함께하시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통해 들려주시는 주님의 징표와 말씀을 더 잘 들으려고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순수했던 초심으로 돌아가도록 일깨워주는 게 구유의 모습입니다.”

강론이 가슴 깊이 와 박힌다.

미사가 끝나자 성당 교육관에는 조촐한 잔칫상이 차려진다. 양아버지 윤전중(바오로·62)씨의 초대로 성당을 찾은 독도경비대 송길용(44) 팀장은 “가족적이고 푸근한 분위기 때문에 저절로 마음이 열리는 것 같다”면서 “기회가 되면 가톨릭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송 팀장처럼 우연히 성당에 들렀다 본당공동체 분위기에 반해 주님의 자녀로 거듭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나리공군부대에 근무하며 신자 병사들을 이끌고 있는 김진희(베드로) 상사는 “육지 본당에 비해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좋지 않지만 오히려 하느님을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img3}{{img4}

희망의 발걸음 - 관광사목 전진기지

“성당을 내 집처럼 생각하고 본당 일을 내 일처럼 여기는 신자들에게서 희망과 미래를 봅니다.”

평일에는 채 열 명도 되지 않는 신자들과 미사를 드리는 본당 주임 나기정 신부는 1인 4~5역을 하는 ‘멀티 신부’다. 본당 사무장 역할은 기본이고 성당 곳곳을 직접 손보고 뜯어고치는 관리인 일에, 고령인 신자들의 건강까지 챙기는 사회복지사 역할까지 해야 한다. 빠듯한 본당 살림살이에 따로 식복사를 둘 수 없어 손수 세탁소와 식당도 운영(?)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아침 식사를 해결한 나 신부가 귤 상자를 들고 산길을 오른다. 차가운 해풍이 귓전을 때리지만 이내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경사가 가팔라 젊은 사람도 마음을 먹어야 하는 산 중턱에 위치한 김형석(안드레아·74)씨 집을 방문하는 길이다.

“김 회장님 계세요?”

부부가 모두 건강이 좋지 않지만 본당 일이라면 만사 제쳐놓고 나서는 이들이기에 고마움은 말로 다할 수 없다.

본당 설립 50주년 기념사업 준비를 위해 신자들의 의견을 듣고 뜻을 모으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거동하기 힘든 나이 많은 이들이 대부분인데다 멀게는 수십 ㎞ 떨어진 곳에 사는 이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계속 활력이 떨어지는 현실 속에서 본당공동체의 미래를 걱정하는 신자들에게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 나 신부가 눈길을 돌린 게 관광사목이다.

“울릉도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이들과 교류하며 신앙의 활력을 주고받다 보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리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 신부가 처음 나선 게 본당을 알리는 일이었다. 본당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홍보물을 만들어 곳곳에 나눠주고 육지의 지인들을 초대해 입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관광사목을 펼치고 있는 본당들의 사례를 연구하는 것은 물론이다. 성당 뒤편에 450여 평의 땅을 마련해 누구나 와서 쉬면서 기도할 수 있는 ‘기도 쉼터’를 지을 계획도 그렇게 세워졌다.

울릉 팔경으로 꼽히는 나리분지에도 카페를 열어 관광객들에게 자연스럽게 교회를 알려 나갈 구상도 하고 있다.

“울릉도를 관광사목의 새로운 전진기지로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img2}

함께 꾸는 꿈 - 김득호 회장의 희망

“‘한 사람이 꾸는 꿈은 꿈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같은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는 진리를 믿습니다. 그리고 함께 꿈을 꾸길 바라는 형제들을 믿습니다.”

천부본당 사목회 총회장 김득호(마리아노·52)씨는 새로운 도전을 앞에 두고 신이 난 모습이다. 할아버지 대부터 4대째 나리분지에서 살고 있는 토박이인 김 회장은 활력을 잃어가던 자신의 고향을 선교의 터전으로 일궈갈 꿈을 갖게 되면서 가슴이 벅차오를 때가 적지 않다.

“본당공동체가 하나가 돼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뜁니다.”

본당 설립 50주년을 준비하며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일에 선봉장 역할을 해야 하는 김 회장은 “본당공동체의 마음을 모아나가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새해를 맞으며 젊은 신자들을 중심으로 꾸르실료 교육을 받기로 한 것도 마음을 모아나가기 위함이다.

신자 수가 줄면서 레지오 마리애를 비롯한 단체들도 없어지고 교육의 기회를 갖기 힘든 현실에 큰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드러낸 김 회장은 기쁜 신앙생활을 강조했다.



가톨릭신문  201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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