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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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신자인 이들이 왜 ''가톨릭''이름으로 활동할까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르포- 가톨릭농민회 효선분회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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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 돌릴 틈도 없다`는 말을 들으면, 도시에 사는 이들은 업무와 회의 등으로 정신없는 직장인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농촌에 가보면 1인 10역을 해도 모자란다는 말이 나올 만큼 농부들은 바쁘다. 농부만큼 바쁜 직업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도 1년에 꼭 한 달, 12월 말부터 1월 말까지는 농부들도 꿈같은 휴가를 보낸다. 하느님께서는 오묘하게도 이 시기 가운데 한 주를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18~25일)으로 만드셨(?)다. 이 주간은 전 세계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등 그리스도인이 한마음으로 기도하는 시기다.

 가톨릭농민회(이하 가농) 분회 가운데 개신교 신자들로만 이뤄진 특별한 분회가 있다. 경북 의성군 춘산면 효선리에 있는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효선분회(분회장 박창원)다. 형제 그리스도교 신자인 이들이 왜 `가톨릭`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됐을까.


생명의 농사짓는 효선분회 농민들



 
▲ 108년 역사를 자랑하는 효선교회
 

 주말인 11일, 서울에서 5시간이 넘게 걸려 찾아간 효선리 마을은 도로 끝 산자락에 있어 분지처럼 아늑하고 고즈넉한 모습을 자아냈다. 마을 입구에는 올해로 108년 역사를 자랑하는 효선교회가 터줏대감처럼 은빛 첨탑을 뽐내고 있었다. 오랫동안 마을을 지켜온 교회 덕분에 이곳에서 나고 자란 이는 자연스레 효선교회 신자가 된다.


 
▲ 효선리 마을에 흐르는 개천. 날이 추워 물이 꽁꽁 얼었다.
 

 마을길은 지나다니는 이가 없어 고독하고 평화롭다. 차가 겨우 한 대 지나갈 것 같은 좁은 마을길을 따라 걷자, 뺨과 코끝을 스치는 비봉산 겨울바람이 차갑다. 하지만 신선하고 달콤했다. 효선리 마을길을 따라 흐르는 개천은 동장군 기세에 꽁꽁 얼어붙었다.
 
 분회원들은 모처럼 농한기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박희태(44)ㆍ이정하(40)씨 부부는 최근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모두 합해야 4가구뿐인 효선분회는 겨울방학을 맞은 초등학교 운동장처럼 한가하다. 요즘은 지난 가을 수확한 마늘로 담근 마늘장아찌나 마늘쫑, 쑥과 채소를 발효시켜 만든 `풀의정` 등 가공식품을 판매한다.
 
 분회원들은 10만 2479㎡(3만 1000여 평) 농지 가운데 절반가량인 4만 9586㎡(1만 5000평)에서 저농약 및 유기농 감, 사과, 오미자, 마늘 등을 기른다. 박정현(38)씨 부부는 안동교구 의성본당과 자매결연을 맺은 `입식소`를 포함한 유기 한우 14마리도 기르고 있다. 축사에는 농사지을 때 퇴비로 쓸 소 분뇨들이 마치 보물들처럼 쌓여 있다.
 

 
▲ 효선분회 회원들이 박희태씨 집에 모여 다과를 나누며 화기애애하게 대화하고 있다.
 

 박희태씨 집에서 반갑게 기자를 맞은 여섯 회원이 차와 단감 등 다과를 내놓으며 꺼낸 첫 마디가 `유기농 마늘 농사` 이야기다. 마늘의 고장에서 마늘 얘기가 빠질 수 없다. 의성 마늘은 달곰하고 알싸해 가장 맛있기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효선분회 유기농 마늘은 품질이 매우 뛰어나고 맛이 좋다.
 
 "석회질과 한서(寒暑) 차가 마늘 맛을 좌우한다"는 농대 출신 박희태(가톨릭농민회 가공위원회 위원장) 효선분회 총무는 "의성이 마늘로 유명한 이유는 토양 속에 마늘이 자라는 데 필요한 석회질이 풍부해서"라고 했다. 또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이가 클수록 알싸한 맛이 난다고 말했다.
 
 "농사짓기 힘들어요. 손으로 일일이 풀 뽑고 벌레 잡고 퇴비 줘야 하는 유기농은 정말 힘들지요. 관행농 마늘(농약을 친 일반 마늘)과 가격 차이가 없으면 유기농을 많이 찾는데, 차이가 크면 판매가 뚝 끊깁니다."
 
 농부의 아내로 산 지 26년째인 분회원 김정희(48)씨는 "지난해에는 마늘 값이 올라 그나마 버텼는데(팔렸는데), 요즘은 유기농 마늘의 절반 이하인 ㎏당 2000~3000원 선"이라며 "힘들게 농사 지어도 팔리지 않으면 다음 농사짓기가 너무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분회원들이 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힘든 길을 가는 것에 대해 "우리가 돈 때문에 농사를 짓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톨릭농민회 정신은 생명운동 정신=그리스도인 일치
 
 박창원(41) 분회장은 "모두 개신교 신자인 우리가 가톨릭농민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이유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생명의 농사`를 짓는 가톨릭농민회의 농사 철학과 정신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1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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