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커버스토리] 누구나 먹을 권리가 있다 : 왜 식량권인가? - 전 세계 기아 현황·실태

식량권 박탈 원인은 식량 부족 아닌 ‘나눔 부족’
지난 40년 간 세계 식량 생산
오히려 두 배 증가 ‘풍족’
식량권 보장 받지 못한
가난한 지역서 빈곤 ‘악순환’
한 사람 한 사람 작은 나눔이
세계 기아 퇴치 원동력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지난해 태풍 ‘하이옌’으로 피해를 입은 필리핀 아이들이 ‘We need food’(식량이 필요합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CNS】
 

“거리는 무너진 집들, 뒤집어진 차들과 시체들로 뒤죽박죽입니다. 누군가가 도시 전체를 들어 올려서 공중에다 내팽개친 것 같습니다.”

태풍 하이옌에 의해 처참한 폐허로 변한 필리핀 타클로반시의 참상을 CNS통신이 보도했다. 태풍으로 생긴 5m 크기의 파도는 나무며 전봇대를 뿌리째 뽑아버렸고 집들도 흔적도 없이 없애버렸다. 태풍의 위협에도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생존자들에게는 여전히 위협이 도사리고 있었다. 파도에 쓸려온 시체가 썩으며 내는 악취도, 전염병의 위험도, 주거공간의 부재도 시급했지만, 이재민들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문제는 바로 ‘식량’이었다.

재난으로 인한 피해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었지만 식량권의 박탈은 그렇지 않았다. 재난 현장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은 소외됐다. 상대적으로 재산이 있는 사람들이 구호에 관한 정보에 접근성이 높아 식수와 식량을 확보할 수 있었고 더 수월하게 피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자연재해에서 살아남았음에도 식량권의 위협으로 다시 생사의 갈림길에 서야만 했다.

가난한 이들의 식량권 위협은 비단 필리핀 재해현장만의 일이 아니라 세계 전역의 일이다. 세계 기아 인구의 98가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다. 특히 그 3/4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의 농촌 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굶주리며 고통받는 이들은 여성과 어린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EP)의 조사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어린이 6명 중 1명이 저체중 상태일 뿐 아니라 5세 이하 유아의 3명 중 1명은 기아로 사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지역이, 그리고 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식량권의 위협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난한 이들이 겪고 있는 식량권의 박탈은 식량부족 때문이 아니다. 세계 인구 8명 중 1명이 굶주리고 있고 세계 어린이 4명 중 1명이 영양실조로 발육부진을 겪고 있지만 전 세계를 두고 봤을 때 식량은 오히려 풍족하다. 세계 식량 생산량은 지난 40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고 단순히 곡물 생산량만 따지더라도 세계 인구가 충분히 먹고도 남을 식량이 생산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농업생산량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매일 최소 2700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1일 권장 칼로리가 성인 남성이 2200~2600칼로리, 성인 여성이 1800~2100칼로리임을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양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세계에 식량이 충분하게 생산되고 있음에도 가난한 이들은 여전히 인간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할 식량권을 박탈당하고 있다.

교회는 식량권 박탈의 원인은 식량의 부족이 아닌 ‘나눔’의 부족임을 가르치며 나눔을 실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교회는 특히 가난한 이를 위한 ‘나눔’이 ‘자비의 행위’라기보다 ‘정의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가난을 이유로 누리지 못하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나누는 것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을 되돌려 주는 것”이라는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사목헌장」을 통해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주지 않으면 그대가 죽이는 것이다”라는 교부들의 말을 언급하며 “각자의 능력대로 자기 재화를 참으로 나눠주고, 개인이나 민족이 스스로 돕고 발전할 수 있도록 원조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호소하고 있다.

1996년 교황청 사회사목평의회가 발표한 「세계의 기아」는 영양실조와 기아의 주된 희생자들이 “가난한 이들”임을 상기시키며 “오늘날 온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은 무엇보다 윤리적, 정신적,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라고 나눔의 부재로 기아가 증가하는 현실을 진단했다.

교황 프란치스코 역시 유엔 세계식량계획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기아는 세계식량계획이 강조하듯 해결 가능한 문제”라며 “가톨릭교회를 대신해 전 세계 기아인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약속한다”고 세계 기아 퇴치를 향한 의지를 표명했다.

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복음적 요청에 따라 각종 원조기구들을 통해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나눔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있다. 그 가장 대표적인 원조기구가 바로 ‘국제 카리타스’다.

1897년 독일 카리타스를 시작으로 각국에서 설립되기 시작해 1957년 지금의 명칭으로 활동하게 된 ‘국제 카리타스’는 전 세계 201개 나라와 지역에서 활동하는 164개 카리타스 회원기구들의 연합체다.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사회복지, 긴급구호, 개발협력 사업을 총괄 조정하는 국제 카리타스는 인도주의적 긴급 상황에 도움을 주고 복음과 교회의 가르침에 비춰 세상에 사랑과 정의를 널리 전하는 데에 이바지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제 카리타스는 지난해 태풍 하이옌으로 피해를 당한 필리핀이나 2011년 일본대지진, 2010년 아이티대지진 등에 긴급구호활동을 펼쳐왔을 뿐 아니라 굶주린 이들을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 역시 세계교회와 함께하는 기아퇴치에 함께 나서고 있다. 한국은 1960~1970년대 미국을 비롯해 유럽 등 선진국의 원조를 받아왔지만 1992년 주교회의에서 한국교회의 해외원조실시를 결정하면서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들을 돕기 시작했다. 특히 2003년 사회복지주일을 해외 원조 주일로 지정, 해외원조에 관한 관심을 촉구하면서 지속적으로 지원이 증가해 한국 카리타스는 20년에 걸쳐 약 300억 원을 지원했다.

세상에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들을 없애기 위해 교회는 지금 이 순간에도 노력을 기울이며 신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교회가 진행하는 세계 기아 퇴치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나눔이다.


 
▲ 한 시



가톨릭신문  2014-01-12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8

요한 1장 34절
과연 나는 보았다. 그래서 저분이 하느님의 아들이시라고 내가 증언하였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