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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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특집] <3, 끝> 영적 빈곤

채워지지 않는 영적 빈곤, 복음과 공동선 증진으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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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의 사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사순시기 담화 주제도 `가난해지라는 초대`에 초점을 맞춘다. 이에 물질적, 도덕적 빈곤에 이어 `영적 빈곤`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고, 영적 빈곤의 해결책은 무엇인지를 살핀다.


▲ 영적 빈곤은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고 그분 사랑을 초래할 때에 빠져들기에 영적 가난의 삶을 사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사진은 지난 2012년 12월 서울역에서 벌어진 꽃동네 송년의 밤 행사 당시 꽃동네 자원봉사자와 노숙인들로 이뤄진 합창단이 노숙인들에게 희망의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이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정선 카지노에서 전 재산을 잃고 오도가도 못하는 노숙자는 사북과 고한 일대에만 수백 명에 이르고 있다. 2009년 2000명을 넘겼던 데 비하면 상당히 줄었지만, 국내 유일의 내국인 전용 카지노 `강원랜드`에는 아직도 밤낮이 따로 없다. 이 주변 일대에는 일명 `카지노 앵벌이`라고 불리는 노숙자와 가산을 탕진한 채 쪽방촌에 거주하는 사람들, 실직자, 도박 폐인, 사채업자 등이 도처에 깔려 있다. 강원랜드가 자리잡고 있는 정선군의 자살률은 2010년 기준으로 10만 명당 72.9명으로, 전국 평균 자살률 31.2명에 견줘 두세 배는 높다. 요즘엔 강원랜드가 시시하다며 마카오로 떠난 한국인들이 재산을 탕진한 채 마카오의 주요 카지노 지하주차장에 자리를 잡았으며, 비자가 만료된 불법체류자도 최소 1000명을 넘기고 있다고 한다.
 
○…반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긴급구제금융 당시 ㅇ은행을 퇴사해 창업했던 김 미카엘(63)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지면서 친구와의 동업이 위기를 맞았고 결국은 파산하고 집마저 날렸다. 이후 외판원으로 근근이 생업을 잇게 됐지만 그는 생활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봉사의 끈을 놓지 않고 신앙생활에 열심을 보였다. 그 덕인지 이미 환갑을 넘긴 고령에도 최근 재취업에 성공, 외국에 지사장으로 나가 생활의 안정을 되찾았고, 가난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는 그 이유를 "다 신앙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영적 빈곤, 어디까지 왔나

 세계 15위 경제대국이라곤 하지만,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국민행복지수는 33위다. 경제활력이나 재정지속, 복지수요, 복지충족, 국민행복, 보건의료 등 6개 부문을 모두 포함한 종합복지지수도 20위에 그친다. 씁쓸하지만 최하위권 수준이다. 물질적 가치관에 매몰된 영적 빈곤이 그 이유다.

 첨단 과학기술로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빠른 산업화와 도시화로 내면은 피폐해졌다. 영적, 정신적 빈곤과 가치관의 혼란으로 인간성 상실과 소외 현상은 한층 깊어졌다.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남을 이기는 게` 행복이라는 인식이 일상화됐고, 공동선과 윤리성이 결여된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이상기온과 생태계 파괴, 반생명적 생명경시 풍조로 치닫고 있다. 서로 나눠 가질 몫이 한정돼 있기에 한 쪽이 제 몫보다 더 차지하면 상대편 몫이 줄어든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대립 교섭, 곧 제로섬게임(Zero-Sum Game)에 빠져든다. 이로 인해 노동자와 고용주, 국가와 국가 사이에는 극단적 대립과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 보편교회가 권장하는 협력 교섭 방식인 플러스섬 게임(Plus-Sum Game), 곧 `윈윈(Win-Win)`전략은 설자리를 잃어간다.

 교회 또한 물질적 가치관에서 예외는 아니다. `채움의 영성`보다 `비움(가난)의 영성`을 우선시해야 하고, 공동선을 사회 존재의 목적으로 제시하는 데 앞장서야 하는 데도 대형화와 중산층화, 제도화로 복음의 생명력을 잃어간다. 주일미사 참례율은 2012년 말 현재 22.7로, 사상 최저치를 보이고 있고, 냉담교우 비율도 여전히 20 중ㆍ후반대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영적 빈곤`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가 하느님께 등을 돌리고 하느님의 사랑을 거부했기 때문에" 영적 빈곤이 생겼다고 지적한다. 프란치스코 성인도 "모든 선은 하느님의 것이고, 우리 것이라곤 악습과 죄뿐이다"며 모든 선을 주인인 하느님께 돌려드리지 않는 데서 영적 빈곤이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물질적, 도덕적 빈곤에서 비롯된 영적 빈곤은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을 현대사회에 안겼다.

 프 란치스코 교황은 "영적 빈곤의 참된 해결책은 복음"이라고 강조한다. 개발과 발전이 가져온 물질적 풍요라는 긍정적 가치와 가능성의 이면에 도사린 인간의 무분별한 이기심과 탐욕에 따른 실업과 빈곤, 빈부격차 심화, 인간 소외, 자연환경 파괴와 같은 `어두운 그림자`가 사라지도록 복음을 통해 세상을 정화하고 공동선을 증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개발 이익과 풍요로움이 모든 이들에게 충분히 돌아가도록 복음화를 이뤄야 하는 소명이 교회에 주어져 있기에 영적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결국은 하느님의 섭리를 믿고 의탁해야 한다.

 작은 형제회 고계영 신부는 "말씀의 씨앗이 뿌려지는 밭이 결국은 마음인데 그 마음에 육이 들어와 근심 걱정이나 욕심이 들어와 자리잡게 되면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마르 4,1-9;루카 8,4-8)`에서처럼 마음이 결국은 길이나 돌밭, 가시덤불이 되고 마는 것"이라며 "모든 선이 하느님의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하느님께 돌려드려야 영적 빈곤에서 벗어나 진정한 복음적 가난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허성석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자신과의 영적 투쟁을 통해 어린이와도 같은 단순함을 찾는 것, 모든 걸 하느님께 의탁하는 것이 바로 영적 가난의 핵심입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허성석 신부는 "영적 빈곤은 우리가 하느님의 섭리를, 이끄심을 믿지 못하고 의탁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며 `어린이와 같이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되찾으라`(마태 18,3 참조)고 주문했다. 이어 "내일 걱정은 내일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마태 6,34)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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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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