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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천주교 원목실 탐방

"환자들과 정신적 아픔 함께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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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충희 신부(가운데)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입원한 신자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아파본 사람은 안다. 병마와 싸운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외로운 일인지를. 병원에 입원한 환자처럼 하느님이 간절한 사람들이 또 있을까. 그런 환자들에게 하느님의 위로와 사랑을 전하는 곳이 바로 원목실이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동관 6층에 있는 천주교 원목실(실장 이충희 신부). 40㎡(12평, 경당 포함) 크기의 원목실에 상근하는 이는 원목 사제와 수녀 각 2명씩에다가 사무장까지 총 5명으로, 사제가 2명이 있는 병원은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 두 곳 뿐이다. 자원봉사자도 100명이 훌쩍 넘는다.

 원목실의 기본 활동은 환자 방문. 방문은 먼저 봉사자들이 병실을 다니면서 입원환자 중에 가톨릭신자가 있는지를 파악한 뒤 신부와 수녀들이 신자로 확인된 환자들을 다시 찾아가 그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전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한달 평균 방문 횟수는 7600여 명. 매일 255명 꼴이다.

 물론 미사도 필수다. 환자와 가족, 직원 등 150여 명이 참례하는 주일미사는 강당에서, 40여 명이 참례하는 평일미사(월요일 제외)는 경당이 있는 원목실에 빼곡히 둘러앉아 봉헌한다. 퇴원 후에도 일부러 원목실 미사에 참례하러 오는 신자들도 있다. 환자로 누워 지내는 동안 원목실을 통해 받은 은총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성체조배실(경당)을 24시간 개방하는 것은 환자들이 언제든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성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원목실의 역할이다. 원목실로 연락하면 사제가 달려가 고해성사는 물론 병자영성체와 병자성사, 대세를 집전한다. 원목신부가 주례한 장례미사도 37건(2006년)이나 됐다. 가톨릭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해 자원봉사자들 가운데서 교리교사를 따로 뒀다. 신앙 상담을 원하는 이들은 언제든 원목실 문을 두드리면 된다. 질병과 맞서 싸우느라 몸과 마음 모두 지친 신자들에겐 더 이상일 수 없는 사랑의 휴식처가 원목실인 것이다.

 이 병원에 입원 중인 장 루치아씨는 "번잡스러운 병실에 있다 보면 심란할 때가 많은데, 성체조배실에서 조용히 묵상하거나 신부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기도할 때는 마음이 참으로 평화로워진다"면서 원목실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충희 신부는 원목실이 왜 꼭 필요하냐는 질문에 자신의 체험담을 털어놨다.
 "말기 췌장암 환자가 있었습니다. 너무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참 힘들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 환자가 `그동안 잘 대해준 원목실 신부, 수녀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임종했다는 말을 전해 듣는 순간 아무 것도 안 한 것이 아님을, 하느님께서 나를 통해 놀라운 은총을 베푸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신부는 "원목실의 가장 큰 역할은 환자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육체적 고통보다 더한 것이 마음의 고통이고, 마음의 상처가 육체적 질병의 원인이 되는 것을 많이 봐와서다. 의사는 육체적 질병을 치료할 뿐, 병든 마음까지 치유할 수는 없기에 환자들의 정신적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게 원목실의 가장 큰 역할이라는 것이 이 신부 생각이다.

 그럴려면 환자들과 더 많은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지만 지금의 서울아산병원 원목실 상황으로서는 그게 쉽지가 않다. 4명의 사제와 수녀로는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전문적 소양을 가진 자원 봉사자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뜻있는 이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대목이다.
 이 신부는 "아는 사람 중에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하는 신자가 있으면 연락해달라"면서 "알려만 주면 찾아가 꼭 돕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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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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