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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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주일] ''쟌 쥬강의 집'' 수녀들 거리모금 동행 취재

"사랑과 자선 베푸는 이웃이 쟌 쥬강의 산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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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우리 집 거덜 나! 혼자 천국 가려고 그래?"
 서울 외발산동 농협 강서공판장의 한 채소가게.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옛 경로 수녀회) 수녀 두 명이 "양로원에 계시는 어르신들 밥 한끼만 도와달라"고 하자, 함께 장사하던 남동생이 언짢은 표정으로 한 마디 내뱉었다. 누나가 진열된 대파 몇 단을 챙기려던 참이었다.
 미소를 거두지 않은 수녀들은 수녀원으로 돌아가려고 승합차에 올랐다. 그런데 언짢은 얼굴을 보였던 남자가 대파 열 단을 들고 와 뒷유리창을 두드렸다.
 "이거 가져가세요. 그냥 보내려니까 마음이 불편하네요…."
 대림 제3주일인 12일은 자선주일이다. 교회는 자선주일을 통해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기 위해서는 이웃에게 사랑과 자선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자선주일을 맞아 가난한 어르신들을 돌보기 위해 주변 상점과 시장을 돌아다니며 모금을 하는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쟌 쥬강의 집` 수녀들을 동행 취재했다.


정부 지원 없이 모금만으로 무료 양로원 운영
채소 과일 성금 동냥으로 어르신들 밥상 차려
따뜻한 마음 나누는 이들 있기에 기쁘고 행복



 
▲ 강서공판장에서 한 채소가게 주인이 오이 한 상자를 수녀들에게 건네고 있다.
 

#거리로 나간 수녀들

"성녀 쟌 쥬강, 저희를 위하여 빌으소서."

 2일 오전 9시. 모금 활동을 하기 위해 승합차를 타고 출발하자, 수녀들은 십자성호를 긋고 기도를 한다.

 "우리는 정부 지원 없이 모금으로 무료 양로시설을 운영하고 있어요. 설립자 쟌 쥬강(St. Jeanne Ju gan, 1792~1879) 수녀님이 바구니를 들고 나가 빵을 얻어다 어르신들을 봉양하며 사셨거든요. 그 정신을 그대로 이어 받아 살고 있어요."

 승합차가 수녀들을 상점이 밀집한 도로에 내려놓고 떠났다. 대로변에는 안경점과 한의원, 꽃집, 부동산, 미용실 등 상점들로 즐비하다. 먼저 홍삼을 파는 상점 문 앞에서 전은태(마리 요안나) 수녀가 긴장된 미소로 "오, 주님…" 하며 십자성호를 긋는다. 상점 문 손잡이를 밀고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무료 양로원에서 나왔는데요. 저희가 모금을 해서 얻어 먹고 살아요.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전 수녀가 양로원 `쟌 쥬강의 집` 소개 팸플릿을 건네며 말했다. 주인이 팸플릿을 받아 펼치자, 안에 있던 (후원) 지로통지서가 바닥에 떨어졌다. 팸플릿을 훑어본 주인은 계산대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들고 왔다.

 "여기 앉으세요. 좋은 일들 하시네요. 저 성당 다녀요."

 수녀들 얼굴에서 편안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주인은 따뜻한 홍삼 음료를 건넸다.

 수녀들은 다시 발을 옮겨 부동산으로 들어갔다.

 "지금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예요. 죄송합니다."

 이어 한의원, 법무사 사무소, 자동차 부품회사에 들어가 팸플릿을 내밀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후원하는 다른 곳이 있다" "요즘 어렵다, 미안하다"였다. 다만 꽃집과 세탁소 주인만 말없이 5000원 짜리 한 장씩을 건넸다.

 "이렇게 모금을 다니면 제 자신이 가난해져요. 거절 당하면 예수님께서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마태 5,3)이라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나요. 물론 거절 당하면 처음엔 속상하죠. 제 자신이 살아 있다면 마음이 아플 일이에요. 하지만 살아 있지 않기에 괜찮아요."(전은태 수녀)

 모금을 나가면 자신을 잊게 된다는 전 수녀는 "우리는 하느님의 도구로서 사람들에게 도와줄 수 있는지를 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첫 서원을 하고 40년 넘게 수도생활을 해온 길순금(마리 앙드레) 수녀는 "국제 수도회여서 입회한 후 처음 프랑스 파리에서 모금을 했던 기억이 난다"며 "워낙 주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데, 모금을 하니 얼마나 미안하고 창피했는지 모른다"고 회고했다.
 전 수녀도 혹독한 기억을 꺼내놨다.

 "1990년대 후반 사무실을 돌며 모금을 하는데, 경비 아저씨가 따라와서는 `동냥하면 안 된다`면서 `근데 수녀들 맞느냐`고 묻는 거에요. 수녀원에 확인 전화까지 하셨어요. 그런데 저희가 이렇게 가난한 어르신들을 위해 동냥을 하는 건, 하느님의 것을 고루 나눌 수 있게 하는 거예요. 서로가 나눌 때 부유해지고 부족한 게 없어지니까요."

 이들이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이유는 하느님 섭리에 무조건적으로 의탁하는 수도회의 카리스마를 살기 위해서다.


 
▲ 쟌 쥬강의 집 신혜경(왼쪽), 전은태 수녀가 모금을 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자선은 함께 가는 것

 차를 타고 채소와 과일상회로 가득한 공판장으로 이동했다. 열댓 곳을 돌았을까. 어느 새 빈 승합차는 고구마 두 상자, 귤 두 상자, 콩나물, 시금치, 양배추, 버섯 등으로 가득 찼다. 직접 들어다 차에 실어주는



가톨릭평화신문  201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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