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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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성탄'' 손꼽아 기다려요"

서울대교구 목3동본당 ''성탄반'' 예비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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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일인 5일 오전 10시. 열여덟 살 여고생부터 머리 희끗희끗한 초로(初老)의 어르신까지 상기된 얼굴을 한 이들이 하나 둘 교리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추운 겨울 날씨 탓에 을씨년스럽던 서울 양천구 목3동성당(주임 황흥복 신부) 교리실은 생애 `첫 성탄`을 기다리는 이들 열기로 금세 따뜻해졌다.

 이들은 19일 세례를 앞둔 `주일 낮 성탄반` 예비신자들. 16명의 예비신자들은 지난 6월부터 매주 교리를 받으며 주님 자녀로 다시 태어날 순간을 고대해왔다. 5일은 이들의 마지막 수업일. 모두 `고지에 다다랐다`는 뿌듯함과 왠지 모를 시원섭섭함에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 서울 목3동본당 `주일 낮 성탄반` 교사와 예비신자들이 한데 모여 환히 웃고 있다.
생애 첫 성탄을 기다리는 이들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경건하고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 각자 사연은 달라도 마음은 하나

 교리반을 담당하고 있는 교리교사 원희연(가타리나, 63)씨는 "1992년부터 줄곧 예비신자 교리반을 맡아 가르쳐왔지만, 이 반은 왠지 모르게 특별하다"며 "다들 얼마나 열정적인지 오히려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얼핏 보기에도 이색(?) 구성원들이 많다.

 뒤늦게 수업에 들어온 박찬언(54)씨는 붕대를 감은 팔을 들어 보이며 "오늘도 병원에 가서 치료하고, 집에서 쉴까 하다가 `그래도 교리가 먼저지`하는 마음이 들어 부리나케 달려왔다"고 말해 모두의 박수를 받았다.

 박씨가 처음부터 이렇게 열심이었던 것은 아니다. 아내와 자녀 모두 일찌감치 세례를 받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박씨는 종교에 대한 확신이 없어 세례를 미뤄왔다.

 "운동하다 만난 스테파노 형제님이 대부가 돼주겠다며 세례를 끊임없이 권유하더라고요. 사실 그분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그냥 나가는 시늉만 해야지`하는 마음으로 나왔었지요."

 하지만 한 번이 두 번, 두 번이 세 번이 되면서 박씨는 조금씩 신앙의 기쁨을 알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주 출석한 모범생으로 불리며 무사히 예비신자 교리를 수료하게 됐다. 박씨는 "하느님 도구가 돼 아직 하느님을 모르는 많은 이들을 선교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 장애도 주님의 자녀가 되려는 김철씨의 열정에는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교리교사 원희연(가운데)씨가 도와주는 가운데 성경을 읽고 있는 김씨.
 또 한 청년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뇌병변 1급 장애인 김철(21)씨다. 성당 근처 임마누엘 목동공동체에 거주하고 있는 김씨는 "지난 부활에 세례를 받고 미사에 참례하는 공동체 식구들이 부러웠다"며 세례를 결심한 이유를 털어놨다.

 김씨는 "성경을 읽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선생님과 다른 학생들이 나서서 도와준 덕에 큰 무리 없이 수업에 임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몸이 불편한데도 열심히 임했던 김씨의 정성에 감동한 교리교사 원희연씨는 묵주를 선물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이 반은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대모가 되는 진풍경(?)을 앞두고 있다. 대모가 될 이순옥(베로니카, 63)씨는 이미 10월에 견진까지 받은 어엿한 주님 자녀다.

 "10대에 세례를 받고 긴 세월 냉담해왔어요. 그러다 우연히 다시 성당을 찾게 됐고, 견진성사까지 받았지만 마음이 허하기는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예비신자 교리를 받게 됐죠. 이번 성탄을 앞두고 온전한 그리스도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었어요."

 이씨 바로 옆자리에 앉은 덕에 이씨를 대모로 세우게 된 강계자(62)씨는 "때로는 친구처럼 신앙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받으며 함께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따뜻한 소식과 함께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함께 의지해 교리에 나오던 이경수(75)ㆍ김영순(60)씨 부부가 아내 김씨의 갑작스런 대장암 판정으로 더 이상 나오지 못하게 된 것.

 원씨는 "노부부가 함께 나오던 모습이 참 아름다웠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다행히 주임신부님 배려로 세례는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주일 낮 성탄반` 교사와 학생 모두 수업시간마다 이들 부부를 기억하며 기도한 덕분이다.


 #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성탄 선물

 앳된 얼굴의 여고생 박세은(18)ㆍ김아름(18)양은 어린 시절부터 친한 친구 사이다. 함께 세례를 준비해 온 두 소녀는 "예전에는 크리스마스하면 무조건 선물 받고, 노는 날이라고만 생각했다"며 "이제는 아기 예수님이 우리 곁에 오시는 소중한 날이라는 생각에 다른 때보다 더 뜻깊을 것 같다"며 떨리는 마음을 드러냈다. 두 소녀 모두 신자로서 처음 맞게 될 `첫 성탄`에 설렘이 가득한 표정이다.

 이승은(38)씨도 "그리스도인이 되고 나서 맞이하는 가장 큰 축일이니 만큼 경건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싶다"며 "퇴근 후 지치고 힘든 몸을 추슬러 성경을 읽고 기도하며 주님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첫 성탄에 대한 기대와 감사를 말하던 학생들 눈에 기쁨의 눈물이 고이자 교리교사 원씨가 이들을 격려했다.

 "여러분이 주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 제겐 가장 큰 성탄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끝이 아니라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19일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될 여러분이 매 순간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길 기도할게요. 사랑합니다!"
이서연 기자 kitty@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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