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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미완성의 아름다움 / 추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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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새로운 청년이네! 청년 활동 해보는 거 어때?”

성당에서 우연히 마주친 주임신부님의 첫 마디였다. 군에서 세례 받고 제대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그저 교적이나 옮겨볼까 하고 집 근처 성당에 찾아간 것이었는데, 하필 그 첫 방문에 신부님을 만났다. ‘잘못 걸렸다’ 싶으면서도 나름 용기를 내어 이렇게 말했다.

“신부님, 저 대학에서 교육 전공하고 있는데, 혹시 청소년들 만나는 활동은 없나요?”

저 말을 입에서 뗀 직후 신부님의 친절한 안내로 주일학교 교감을 만났으며, 놀랍게도 그 다음 주에는 이미 주일학교 교사로 소개됐다. “저 군대에서 세례받아서 아무 것도 모르는데 괜찮을까요?”라는 최후의 항변은 소용이 없었다. 신부님도, 교사들도 모두 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다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주님께서는 예상치 못한 전개로 나를 주일학교 교사로 부르셨다.

그때 나는 주님께 말했다.

“아니, 세상 천지에 나보다 신앙심 깊고 교리 지식 많은 사람이 넘쳐나는데, 왜 하필 저를 부르셨나요? 뜨내기 신자가 교사라니, 이건 너무 말도 안 되잖아요!”

청소년들과 함께한다는 건 참 좋았지만, 내가 과연 이들을 가르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다. 심지어 주일학교 학생 대부분이 나보다 신앙생활 선배라는 사실이 더욱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곧 모든 근심을 거두어 주셨다. 역설적이게도, 주님께서는 아이들의 부족한 모습을 통해 나에게 사랑의 비밀을 알려주셨다. 분명 아이들은 대부분 철도 없고 말썽도 많이 부리는데, 그런 아이들 모두가 그 모습 그대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친구와 싸우고 씩씩거리는 아이, 미사 시간만 되면 조는 아이, 교리 시간에 떠드는 아이… 이런 아이들의 ‘미완성된’ 모습들이 내 눈에는 그저 사랑스럽게만 느껴졌다. ‘아, 내가 보기에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주님께서 보시기에 얼마나 행복하실까!’

그 생각의 방향을 그대로 나에게 돌려보았다. ‘그래, 주님께서는 부족한 나를 보실 때도 흐뭇하게 웃고 계시겠구나. 그분이 나를 사랑하셔서 나를 미완성의 존재로 내신 거구나. 미완성에서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행복을 나에게 허락하신 거구나!’

그렇게 주님께서 부족한 도구를 통해 일하신다는 것을 깨닫게 된 후, 나는 더 큰 자신감을 가지고 살게 됐다. 이제는 언제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주님의 부르심에 이렇게 대답할 수 있게 됐다.

“주님, 부족한 저를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추준호
(예레미야·찬양 크루 ‘열일곱이다’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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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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