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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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저의 뜻대로 되지 않음에 감사합니다” / 추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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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성가 찬양크루 ‘열일곱이다’의 ‘그 사람을 위한 기도’라는 곡에는 다음과 같은 노랫말이 나온다.

“자비하신 하느님, 그 사람 하는 일이 힘겨워도 언제나 활기차게 살아가도록 인도하소서.”

얼마 전 교황주일에 이 곡을 무심코 듣다가 지구 반대편 교황청에서 고생하고 계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떠올라 주님께서 교황님에게 활력과 기쁨을 불어 넣어주시기를 기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나의 신앙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나의 데뷔곡 ‘찬미받으소서’를 비롯하여 내가 만든 성가 중 세 곡이 교황님의 문헌을 기반으로 쓰여지기도 했고, 교회 안팎에서 ‘프란치스코 리더십’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하고 다니기도 했다. 교황님이 어떤 매력을 가진 사람이기에 내가 이렇게 교황님의 팬이 된 걸까?

2013년 11월, 교황님이 즉위하신 지 몇 개월 안 됐을 때 우연히 영상 하나를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교황 강론 중 난입한 꼬마’라는 제목으로 기억하고 있을 유명한 이 영상을 보면 거룩한 미사 중 제대에 올라온 한 꼬마가 교황님의 허벅지를 와락 끌어안기도, 교황님의 의자를 차지하고 앉기도 한다. 돌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뜻밖의 상황에 쩔쩔 매는 경호팀과 달리, 교황님은 그저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씩 웃고 만다. 오히려 그 꼬마가 자유롭게 움직이게 그냥 놔두셨다.

나는 생각했다. ‘세계인이 모인 이런 중요한 행사에 이런 돌발 상황이 발생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태연하고 온화하신 걸까?’ 고민 끝에 결론이 나왔다. 교황님은 ‘인생이 원래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주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고 계셨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교황님이 가진 매력의 본질이었다.

‘내 인생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사람은 삶의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오히려 은총의 순간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거룩한 미사 중 난입한 꼬마가 교황님의 담대한 대처로 오히려 그날 미사에 모인 사람들에게 기쁨이 된 것처럼 말이다.

내 인생을 내 통제 하에 두고 내가 채워가는 것이 아니라, 주님 뜻대로 하시도록 빈 공간을 남겨두는 것. 그런 가난한 마음을 주님께 봉헌하는 것. 이것이 교황님이 내게 알려준 삶의 태도이다. 나 역시 앞으로의 인생에 다가올 수많은 역경과 돌발 상황들까지도 주님께서 은총으로 채워주실 것을 믿고 그 모든 순간에 감사하며 살아가고자 한다. 내 삶을 내 뜻이 아닌 당신 뜻으로 기쁘게 채워주실 주님을 찬미한다.




추준호
(예레미야·찬양 크루 ‘열일곱이다’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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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7-09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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