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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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청소년·청년이 가볼만한 성지] (2) 구산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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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에 열중하며 숨 돌릴 틈 없이 지난 6개월을 보냈던 청소년과 대학생들에게 여름방학은 잠깐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다. 2019년의 남은 시간을 더욱 알차게 보내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하는 이 시기. 청소년과 청년들이 신앙을 더욱 단단하게 다질 수 있는 신앙의 못자리를 살펴본다.



■ 김성우 성인이 이끈 교우촌 ‘구산’

‘정직하고 온화한 인품의 양반’.

경주 김씨 집안의 후예인 김성우(안토니오) 성인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한결같았다. 부유한 양반 집안의 자제였지만 자신의 부를 과시하거나 교만하지 않았던 김성우 성인은 당시 지역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1795년 경기도 광주 구산에서 태어난 성인은 1830년경 두 동생과 천주교에 입교하며 친척과 이웃에 복음을 전파했다.

1833년 유방제 신부가 조선에 입국하자 성사를 자주 받기 위해 서울 느리골(현 효제동)로 이주하기도 했다. 이후 다시 구산으로 내려와 자신의 집에 작은 강당을 마련하고 모방 신부를 모셔 미사를 봉헌했다. 그가 복음을 전파했던 구산마을은 훗날 교우촌으로 변모했다.

모방 신부로부터 구산의 초대회장으로 임명된 성인은 신자들에게 교리문답을 가르치고, 임종을 앞둔 이들에게는 대세를 주며 전교에 매진했다. 1839년 기해박해가 일어난 뒤 얼마 안 된 3월 21일 포졸들이 구산으로 들이닥치고, 그의 동생과 사촌이 체포된다. 당시 김성우 성인은 포졸이 온다는 사실을 알고 지방으로 피신했다가 1840년 1월경 붙잡히고 만다.

감옥에 갇혀서도 그의 신앙은 꺾이지 않았다. 그 곳에서 죄수들에게 교리를 전파해 2명을 입교시켰을 뿐 아니라 치도곤 60대를 맞고도 배교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가혹한 형벌에도 신앙을 버리지 않겠다는 그에게 관장은 교수형을 내렸고 1841년 4월 29일 순교했다. 하남시 망월동에 위치한 구산성지에는 김성우 성인의 무덤을 비롯해 순교자 여덟 명의 흔적이 남아있다.


■ 천주교 신자의 정체성을 알리는 푸른 소나무 숲

“나는 천주교인이오. 살아도 천주교인으로 살고 죽어도 천주교인으로 죽을 따름이오.” 배교와 죽음. 선택의 기로에서 김성우 성인은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이같이 말한다. 강직한 성품만큼이나 굳건하게 자신의 신앙을 지켰던 그의 신념은 구산성지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200여년이 넘게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구산성지의 주변은 도시재개발로 몇 년 새 고층 아파트가 촘촘히 들어섰다. 우뚝 솟은 아파트 단지 사이로 빼꼼히 보이는 흙빛 무덤모양의 문. 은총문이라 불리는 구산성지의 입구는 현대적인 주변 건물들과 대비되며 지나온 시간을 가늠케 한다. 문을 넘어서자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작은 언덕 위에서 순례자를 바라보며 환영하는 성모마리아상과 정면에 펼쳐진 푸른 잔디밭, 지저귀는 새소리까지 더해지니 마음이 금세 평온해진다. 편안한 마음으로 기도할 수 있게 꾸며진 구산성지에는 두 곳의 십자가의 길이 조성돼 있다. 이 중 개인순례자를 위한 십자가의 길은 구산성지만의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다. 예수님의 생애를 닮으려했던 순교자들의 삶을 묵상할 수 있도록 구상한 십자가의 길은 한복을 입고 머리에 옹기를 진 이들이 예수님의 뒤를 따른다. 신앙을 지키다 세상을 떠난 순교자들처럼 주님을 향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15처에 담아냈다.

묵주알처럼 이어진 하늘색과 흰색 구슬도 순례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하얀 도자기 구슬과 성모송을 바치는 파란 도자기 구슬로 조성된 묵주기도의 길은 예쁜 구슬을 보며 정성들여 기도를 드릴 수 있게 꾸며져 있다. 특히 선조들이 만들던 옹기 형상위에 구슬을 올려 구산성지의 역사적 의미를 생각하며 기도할 수 있다. 푸른 구슬 사이로 하늘을 향해 뻗은 기둥의 끝에는 이곳에서 순교한 9명 순교자들을 상징하는 십자가가 걸려있다. ‘복음전파의 십자가’, ‘나의 주님 십자가’, ‘끈기의 십자가’ 등 각각 이름이 붙은 9개의 십자가는 하느님과 우리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돼 준다.

성모마리아상과 십자가의 길, 묵주기도의 길까지 기도할 수 있는 성물들 사이로 뻗어있는 푸른 소나무들은 구산성지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나는 천주교인이오’라고 말했던 신앙선조들의 절개는 곧게 뻗은 소나무에 깃들어 이 시대를 사는 신앙인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구산성지 전담 정종득 신부는 “‘나는 천주교인이오’라는 김성우 성인의 마지막 신앙고백은 가톨릭신자로서 신원의식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말”이라며 “청소년들이 구산성지를 순례하며 천주교인으로서 정체성을 찾고 기도하며 특별한 신앙의 추억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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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7-09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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