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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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선조 흔적 찾아 문화재 탐방] (4) 하우현성당과 사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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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는 순간까지 조선의 신자들을 생각했던 성 볼리외 신부

프랑스 보르도교구의 랑공에서 태어난 성 루도비코 볼리외 신부(한국명 서몰례)는 1863년 사제품을 받고 2년 뒤 한국 땅을 밟는다. 서울을 거쳐 뫼논리(현 경기도 성남시 운중동) 교우촌으로 간 볼리외 신부는 그 곳에서 신자들에게 성사를 주며 조선어를 익혔다. 조선어 공부를 마치고 1866년 2월 베르뇌 주교로부터 새 임지를 부여받았으나 출발 직전 병인박해가 일어났다.

교우들의 안전을 위해 청계산 중턱에 있는 동굴을 찾아가 은신했던 볼리외 신부는 그의 식부 장제철의 밀고로 둔토리 굴아위 동굴에서 그해 2월 27일에 체포됐다. 이후 3월 7일에 서울 새남터에서 국가 최고형인 군문효수로 치명한다. 순교 당시 볼리외 신부의 나이는 25살이었다.

청계산과 광교산맥을 잇는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는 하우현성당 주변은 짙은 녹음으로 가득하다. 나무와 풀이 무성하다는 것은 박해시대 때 신앙선조들이 숨어 살기 좋은 환경이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박해받던 천주교인들은 하우현 일대에 모여들었고 자연스럽게 교우촌이 형성됐다. 교우들이 때로는 땅을 파고 토굴 속으로 살던 곳이었다고 하여 ‘토굴리’라고도 부른다.

볼리외 신부도 청계산 중턱 동굴에 숨어 한국어를 익히고 밤마다 교우들을 찾아 사목에 힘썼다. 낯선 이국땅에서 신앙에 의지한 채 힘든 상황을 버텨냈을 20대의 젊은 신부. 조선의 천주교인들을 위한 그의 간절한 기도는 150여 년간 이어지며 하우현성당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하우현본당은 1982년 9월 5일 공식적으로 볼리외 신부를 본당 주보성인으로 모셨으며 기념비를 세워 그의 뜻을 기리고 있다.


■ 100여 년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신앙의 깊이

하우현에 신앙공동체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1866년 병인박해 이후다. 1893년 하우현공소를 방문한 왕림본당 주임 알릭스 신부는 김기호 회장 등 공소 신자들의 청원을 받아들여 공소 강당을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알릭스 신부가 제공한 자금과 공소 신자들의 노력이 더해져 초가 공소 강당이 건립됐고 1894년 6월 2일에 축성식이 거행됐다.

1888년 왕림본당이 신설됐는데, 양평, 여주 이천을 제외한 현재 수원교구 지역 대부분에 해당하는 넓은 지역을 관할했다. 이에 본당 신설 8년 만에 미리내본당을, 12년 만에 하우현본당을 분리시켰다. 1900년 9월에 설립된 하우현본당은 1894년에 세워진 공소 강당을 그대로 사용했고 1904년에 사제관을 신축했다. 지금의 성당 건물은 1965년에 공소 강당을 신축한 것이다.

설립 당시에는 16개 공소를 포함해 광주·용인·과천 등지를 담당했으며 신자수는 1105명에 달했다. 당시 하우현본당 신자들의 열정은 대단했다고 전해진다. 주일마다 성당은 비좁을 정도였고 대축일에는 전체 신자의 반에 가까운 500여 명이 미사에 참례했다.


현재 하우현본당은 신자수 180명에 불과한 작은 본당이지만, 100여 년간 켜켜이 쌓인 시간과 기도들이 모여 있기에 영적인 안식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신발을 벗고 들어서는 성당은 좌식으로 구성됐다. 100석이 안 되는 좌석이지만 한 사람씩 앉을 수 있는 책상에는 각각 성경책과 성가책이 놓여있다. 언제든 이곳에 들러 성경책을 보며 조용히 묵상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신자들을 배려하고 있다.

성당을 나오면 오른쪽에 마련된 작은 정원같은 십자가의 길도 인상 깊다. 한눈에 보이는 십자가의 길 14처는 예수 수난을 입체적으로 재현해 이곳을 찾은 신자들이 묵상하고 기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이곳에서는 특별한 사제관도 만날 수 있다. 초대 주임이었던 샤플랭 신부가 1904년 신축한 사제관은 서양식 석조에 한국 전통의 골기와를 올린 한불 절충식 건축양식이다. 건축할 당시 초대 주한프랑스 공사가 종을 기증, 헌납식과 함께 축성식을 거행했으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사제관은 평면 및 구조 의장 등이 갖는 건축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판단돼 경기도 지정기념물 176호로 등록됐다. 현재의 사제관은 2005년 보수작업으로 새로이 단청한 것이다.

볼리외 신부 기념비를 뒤에서 감싸고 있는 사제관은 이 땅에서 못다 핀 볼리외 신부의 사목 열정을 응원하며 신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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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8-2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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