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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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중독과의 만남 6 / 이중교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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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하느님 품에 안기신 가장 존경했던 사제이자 가장 좋아했던 형이 보좌신부로 있을 때, 신학생들에게 자주 했던 말씀은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미사와 성무일도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놓치지 마라.’

‘놓치다’는 할 수 있었던 일을 하지 못하여 가졌던 것을 잃어버린다는 뜻이다. 사제의 길에 있어서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은총만큼 큰 은총이 또 무엇이 있으랴. 성무일도만큼 사제의 시간을 지켜줄 수 있는 기도 생활이 또 어디 있을까. 그런 소중함을 스스로 놓쳐버려 자신에게 주어진 은총을 잃어버리지 말라고 매일같이 당부하셨다. 그리고 몸소 아침과 저녁기도는 물론 초대송과 독서기도, 낮기도, 끝기도까지 모범을 보이셨던 선배 사제의 일상생활은, 사제가 된 뒤 ‘이것만큼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아주 쉽게 답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다.

‘오늘 독서가 뭐였더라….’

기억이 날 때보다 기억이 안 날 때가 더 많다. 시간이 없을 때는 자동차에서 굿뉴스 성무일도 음성을 들으며 바칠 때도 많다. 그러나 그 습관은 무섭다. 이제는 안 하면 큰일이 날 것 같은 마음도 아니다. 그냥 내 삶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예전에 신학교 뒷자리에 앉으셨던 원로 신부님께서 성무일도를 거의 눈을 감으신 채 바치셨던 모습이 절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점점 이해된다. 하지만 그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습관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몇 번의 경험들은 ‘자만은 절대 금물’이라는 사실을 잊을 때가 되면 다시 상기시켜 준다.

AA 모임에서는 ‘24시간 열망칩’이 있다. 지난 24시간 동안 술을 마시지 않았고 술을 끊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초심자에게 증정하는 칩이다. 알코올중독자들은 오늘은 아니지만 내일 술을 마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일 누가 살아 있을지 어떠할지는 누가 알 수 있을까? 그래서 오늘 하루 24시간 동안은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이다. 술을 마시고 싶은 어떤 감정이나 유혹이 있더라도 오늘 하루만은 마시지 않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하기로 결심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처럼 하루 24시간의 계획을 실천함은 오늘 하루만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알코올 중독자들은 경험을 통해서 ‘단주’는 오랜 기간 동안 약속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오직 오늘 하루만은 마시지 않겠다’는 결심이 더욱더 현실적이고 성공적인 방법임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오늘 하루는 마시지 않겠다’가 내일부터 마시겠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내일은 또 새로운 오늘이라는 의미이다. 어제 술을 마셨다고 하더라도 다시 오늘은 마시지 않겠다고 계획한다. 그러나 그 하루의 결심이 내일을 살 수 있도록 허락해주고, 그 하루의 결심이 내일의 습관이 된다.


이중교 신부
(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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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5-19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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