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신앙에세이] 나의 사랑, 나의 소명(2) / 박보연 레지나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그렇게 시간이 지난 지금, 납득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허덕이는 그 시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울부짖으며 찾으려 했던 설명과 해답들이 명쾌하게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삶은 원래 고통이고 삶 속에는 많은 문제들이 내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고통이, 그 문제들이 모두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고통들은 우리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그러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던), 나만의 독특한 삶의 의미(로고스)를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러면서 우리는 좀 더 멋진 사람이 되고, 더 멋지게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고통 속에 있었던 나의 삶은, 결국 하느님을 만나게 해주었고 그 안에서 이미 사랑을 받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사랑은 또한 내가 주변을 사랑할 수 있게 하는 또 다른 힘을 주었다.

그래서 나는 고통을 겪고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보면 안쓰러움과 함께 희망을 갖게 된다. 결국 그 고통 속에서 더 멋들어지게 성장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학급 영상 과제를 만들며 밤잠 못 자고 낑낑거리고 있는 우리 반 유형이. “이제 그만하고 자라” 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벽 2시 30분 넘어 “제가 만족할 때까지 했어요. 이제 후회 없어요”라는 메시지가 ‘띵똥’ 오는 순간, 영상의 결과를 넘어선 아이의 성장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아이 안에 있는 로고스에 감사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혼나게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사실대로 말하는 것을 선택하는 태헌이. 그 아이 안의 로고스를 보고 감사한다. 장마 기간 빗물로 흥건해진 교실 바닥을 스스로 조용히 닦고 있는 규빈이에게서 그 아이만의 로고스를 보고 감사하게 된다. 고2 남학생인 우리 반 아이들이 합창을 한다고 무대 위에서 손을 모으고 떨면서 4부로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모습 속에서 나는 아름다움의 로고스를 보고 감동을 받는다.

하느님께서 이처럼 한 사람 한 사람 안에 고유하고 아름다운 영, 로고스를 담아주셨다. 그리고 나에게 이러한 아름다운 로고스를 볼 수 있는 눈을 주셨다. 그래서 그들을 맘껏 사랑할 수 있게 해주시고, 나의 삶을 풍성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셨다.

“선생님~!!”, “쌤~”

이 얼마나 아름답고 감사한 말인가? 나를 부르는 그 예쁜 목소리에 나는 반응하고, 고개를 들어 나를 부르는 제자와 눈을 맞춘다.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아주 오래 전부터 하느님께서 손수 계획하신 신비이며 감사이며 소명이며 사랑이다.

박보연 레지나
안법고등학교 교사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08-0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14

요한 13장 34절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