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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살아줘서 고마워(3) / 전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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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없이 지낸 시간에 많은 분들이 함께 아파해 주시고 안타까워해 주시고 의식이 없는 제 손을 잡아주셨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도 덕분에 내가 살 수 있었구나.’
‘그동안 내가 봉사했던 수고를 기도로 다 돌려받았구나.’
정말 감사의 눈물이 가슴깊이 흘러나왔습니다.

6년 전 우리 본당에 노인분과는 있었지만 노인대학이 없어 고민하시던 신부님께서 저에게 노인대학을 개설하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노인대학은 나이 드신 분이 봉사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거절을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어느 날 묵상 중에 ‘요양병원에 계신 시어머니를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효를 다하지도 못하는 저에게 성당 어르신들께라도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하느님께서 주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주 수요일이면 우리 성당은 노인대학인 하늘의 문 대학생들의 출석 체크를 시작으로 시끌벅적합니다. 미사 후 여정 공부를 하고 노래, 라인댄스, 기타 교실, 캘리그래피, 목공교실, 요가교실 등 동아리 활동을 합니다. 레지오 단원들의 도움으로 화요일에 손수 장을 보고 수요일 오전부터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들어 맛난 점심식사를 해 드렸습니다.

매주 집밥처럼 정성과 사랑이 가득 담긴 식사를 해드리면서 힘이 들기도 했지만 기뻐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보람이 더 컸습니다. 봄에는 제주도와 남해로 2박3일 소풍을 가고 가을에는 성지순례를 하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신부님의 열정과 사랑에 힘입어 줌(zoom)을 모르는 어르신들을 가가호호 방문해 화상회의 앱을 깔아드리고 가르쳐 드렸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적막하던 성당에서 유일하게 하늘의 문 대학만 활기가 넘쳤습니다. 수요일이면 어르신들은 줌으로 또는 성당에 나오셔서 미사를 하시고 바로 집으로 가셔서 핸드폰으로 여정 공부와 노래교실을 하면서 우울했던 코로나 시기 힘든 시간을 이겨 나가셨습니다. 사랑과 열정을 보여준 저에게 어르신들께서는 ‘고맙다’, ‘수고한다’, ‘고생한다’ 하시며 예뻐해 주셨고 사랑해 주셨습니다.

드디어 비대면으로 하던 하늘의 문 대학이 2022년 봄 대면 수업을 하게 됐습니다. 예전대로 하던 수업을 시작했으며 신부님께서는 어르신들께 개인 보온 도시락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보온 도시락은 어르신들에게 ‘인기 짱’이었습니다. 봉사자들은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싸주는 엄마의 마음으로 밥을 넣고 반찬을 담아주면서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전난실 사라
제1대리구 죽전1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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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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