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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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살아줘서 고마워(5) / 전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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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죽전1동 하늘의 문 본당으로 이사 왔을 때였습니다. 소공동체 반장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고 있을 때 성당 형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사라, 누군가 사라에게 봉사를 하라고 하면 무조건 해야 해. 그것은 그 사람 입을 통해 하느님께서 하시는 말씀이야.”

그 형님께서는 무심코 하신 말씀이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때의 말씀이 가슴 깊이 와 닿았기 때문에 항상 순명하며 신앙 생활을 했었습니다. 6년 전 노인대학을 개설하라고 하신 신부님의 말씀에도 노인대학은 나이 드신 분이 봉사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묵상 끝에 순명할 수 있었습니다. 쉼 없이 일해 왔던 제게 하느님께서 그 영광을 드러내 보여주신 것이라고 느낍니다.

11월이면 한 해의 전례력이 마무리되고 새롭게 한 해를 준비해 나갑니다. 그래서 우리 성당도 모든 상임위원들이 바뀌는 시기였습니다. 제 짝꿍 아브라함은 제가 아프기 전, 신부님께 사목회 총회장을 권유받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병원 생활을 하게 되자 아브라함은 어느 날 병실에 누워 있는 제게, 신부님께 면담 신청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총회장을 못하겠다고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은 제가 아픈 상황에서 총회장을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특히 딸 데레사는 극구 반대를 했습니다.

저는 기도하며 생각했습니다. ‘하느님의 뜻이 무엇일까?’, ‘하느님께서 저의 아픔과 고통을 통해서 무엇을 깨닫게 하시려는 것일까?’

그리고 공동체가 일치돼 한마음으로 기도하며 일치를 보여준 것에 감동해 감사 헌금을 봉헌하신 분의 따뜻한 마음과 신부님의 마음, 하느님의 마음을 생각해 봤습니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한 달여 동안 병원 생활을 하면서 견딜 수 있었던 힘은 많은 분들의 기도와 하느님 사랑이었습니다.

병원 생활 이후로도 본당 신자분들은 신장 손상으로 식사가 어려운 저의 상황을 아시고 날마다 밥을, 반찬을, 국을, 과일을 문 앞에 걸어놓고 가시는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이 큰 사랑을 어찌 갚을까요?

저는 아브라함과 데레사를 설득했습니다. 신부님과 본당 교우들께 감사함을 표현하고 제가 살아난 것에 대해 보답하는 길은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는 것뿐이라고…. 하느님 곁에 가면 내 꼬리를 붙들고 당신도 함께 가게 해달라고 하던 아브라함은 이제 총회장으로서 내 꼬리를 붙잡지 않고도 당신 스스로 하느님 곁으로 가기 위해 열심히 봉사하고 있습니다.

저를 위해 간절히 기도해주신 우리 신부님과 수녀님, 본당 교우님들께, 그리고 좋은 몫을 선택한 아브라함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창세기 1,18)

전난실 사라
제1대리구 죽전1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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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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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를 오래 살게하여 흡족케 하고 내 구원을 그에게 보여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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