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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그리스도의 향기 / 박결 마티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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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 나들이로 태백을 갔다 온 적이 있습니다.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저녁 식사로 근처에 있는 삼겹살집에 갔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붐벼 활기찬 곳이었습니다. 고기가 구워지는 소리는 식욕을 돋워주기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옆 식탁을 보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의식을 못했는데 젊은 이주민과 아버지뻘 되는 한국 분이 같이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뻘인 한국 분이 젊은 이주민에게 영어를 써가며 웃으며 대화를 시도합니다. 그러면서도 소주를 건네며 주도를 가르치는 모습이 신기하면서 재밌었습니다.

그분의 마음이 와닿은 것일까 젊은 분도 웃으며 한국어와 영어를 번갈아 사용하며 분위기를 이어갔습니다. 서로 알아가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고 희망을 느꼈습니다. 이주민과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을 해보니 글을 쓰는 저 자신에 대해서도 반성하게 됩니다. 저는 이 글을 쓰면서 제도 안에서, 문화 안에서 차별을 받는 이주민의 모습을 다루며 한국 사회에 대해 비판적으로 쓰게 됐습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고용주나 근로자들, 이주민 센터와 같이 연대하는 사람들의 노력을 외면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들이 있기에 이주민들이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비판적으로 쓴다고 하면서도 어느새 비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본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비관적인 삶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채 그저 불평만 하게 됩니다.

분명 삶은 힘들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삶이라도 올바로 살아갈 책임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삶의 모습입니다. 힘들다는 이유로 비관주의로 일관해서는 결코 변화할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를 믿는다면 어려움에 놓인 이주민을 만나는 모든 상황을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기회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한국교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다양한 이주민들과 이러한 만남으로 생겨날 수 있는 문화 간 대화를 통하여 우리는 교회로서 성장하고 서로를 풍요롭게 할 것입니다.

분명 이주민과 한국사회 사이에 교회가 해야 할 과제들은 많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주민들에게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교회가 된다면 하느님 나라에서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오늘도 이주민들을 위해 힘쓰고 있는 많은 분들을 위해 기도하며 그렇게 퍼져나가는 그리스도의 향기는 세상을 바꿔나갈 것입니다.
박결 마티아 신부
시흥시외국인복지센터 센터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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