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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얼렁뚱땅 반주자에서 작곡가가 되기까지(3) / 손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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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감독은 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그러면 저는 “감독이 사실은 연기도 촬영도 편집도 음악도 다 직접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음악파트에 고용한 스태프 1”이라고 설명합니다. 어느 정도는 농담도 섞여 있지만 영화제작과정의 본질을 잘 담은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곡가는 대체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토대로 자유롭게 음악을 창작합니다. 영화음악감독은 약간 다릅니다. 감독이 원하는 음악을 감독이 원하는 형태로 영화에 적합하도록 창작해야 합니다. 감독과 음악감독의 생각이 다를 경우 의견충돌로 인한 갈등이 종종 발생하기도 합니다.

음악 전문가인 음악감독이 옳을 수도 있습니다. 연출가인 감독이 옳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둘 다 옳은 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양쪽의 의견 다 영화제작에 분명 도움은 될 것입니다. 하지만 갈등과 투쟁 끝에 작품이 완성되고 나면 창작자들의 마음에는 무엇이 남을까요?

영화제작과정은 스무고개와 비슷합니다. 등장인물은 어떤 사람인지, 영화 속 세상은 어떤 형태인지, 감독이 어떤 말을 전하고 있는지를 점점 선명하게 알아가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훌륭한 음악을 만드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함께하는 동료들과 그들의 작품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더욱 중요함을 느낍니다.

매 순간 사랑하는 것을 잊지 않아야만 비로소 영화에 꼭 맞는, 그 영화만을 위한 음악을 완성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신앙 공동체 안에서 자주 싸우고 충돌합니다. 대체로 신앙심이 깊고 봉사를 향한 열정이 뜨거울수록 충돌은 더욱 빈번합니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더 좋은 무언가를 바라기 때문이겠지요.

돌이켜보면 싸움 끝에 쟁취한 결과가 좋을 때도 있었지만 그로 인해 사람을 잃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살다보면 결국 사랑의 힘이 가장 세다는 것을 배웁니다. 완고한 마음에 사로잡히다가도 상대방의 입장을 한 번 더 생각하다보면 부질없는 것들에 집중하느라 사랑을 잊어버렸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교만과 아집이 불쑥 튀어나오려 할 때, 예수님의 가르침을 떠올립니다.
‘모든 일에 앞서 서로 진정으로 사랑하십시오.’(1베드 4,8)
‘겸손과 온유를 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서로 참아 주며, 성령께서 평화의 끈으로 이루어 주신 일치를 보존하도록 애쓰십시오.’(에페 4,2-3)
‘가장 으뜸은 사랑입니다.’(1코린 13,13)

손희정 크리스티나
제2대리구 중앙본당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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