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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6주년] 어제의 교구가 내일의 교구에게 / 초대교구장 윤공희 대주교에게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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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 교구의 시작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우리는 그 시작에서 무엇을 바라볼 수 있을까. 1963년 10월, 교구가 설정되면서 주교품에 올라 초대교구장으로서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교구의 토대를 닦은 초대교구장 윤공희(빅토리노) 대주교에게 교구 초창기의 모습을 들었다.

신앙의 전통을 이어온 교구

“지금도 우리 교구는 분위기가 좋은데, 60년 전에도 아주 좋은 분위기였어요. 신앙이 깊고 전통이 있는 교구, 신자들의 열성이 있는 지역이었지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만, 교구가 겪어온 60년의 역사는 상전벽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만큼 커다란 변화와 성장 속에 이뤄졌다. 오늘날 수원은 경기도의 도청소재지이자 큰 도시고, 교구 내 대도시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60년 전 교구가 설정되던 당시 만 해도 교구 관할 지역에 시는 수원뿐이었고 나머지는 군이었다. 수원 역시도 농촌이 대부분인 지역이었고 경기도청도 아직 들어서기 전이었다.

“교구 복음화가 잘 이뤄지기를 바랐어요. 사제가 참 필요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또 한편으로는 가난한 교구였어요. 복음화를 위해 활동도 해야 하고 성당도 지어야 하는데 재정이 부족했어요.”

설정 당시 교구는 인적 자원도, 물적 자원도 부족했다. 본당 24개, 사제 28명, 신자 4만2648명에 불과한 규모가 작은 교구, 지역적으로도 농촌이 대부분인 교구였다. 윤 대주교는 24개 본당을 순방하며 본당 복음화를 다지고, 교구 조직과 체제를 갖춰 교구의 기틀을 세웠지만, 인력과 재정이 부족한 것은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윤 대주교는 “신학생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관심을 기울이니 신학생들이 많아져서 앞으로 인력은 해결되겠다고 생각했지만, 재정은 많이 부족했다”면서 “기회가 되면 미국에도 가고, 독일에도 가서 전교지역을 도와달라고 모금을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윤 대주교는 희망을 바라봤다. 윤 대주교는 “교구 설정 축하 현수막이 시내에 붙었는데, 거기에 경기도청 수원 이전 축하 현수막도 함께 붙어있었다”면서 “그걸 보면서 경기도에서 수원이 교회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중심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윤 대주교가 본 희망의 뿌리는 무엇보다 교구에 자리잡은 순교자에게 이어온 신앙의 전통이었다. 윤 대주교는 “교구는 역사적으로 신앙의 전통이 있는 아주 유서 깊은 지역”이라면서 “12월 21일 교구장 착좌식을 마치고 첫 번째로 한 일이 주님 성탄 대축일에 미리내성지를 순례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순교자들의 믿음과 용기를 더욱 잘 본받으며 복음화에 열성을 쏟은 교구는 현재 본당 222개, 사제 560명, 신자 94만5000여 명이 함께하는 큰 공동체로 성장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함께 시작하다

“설정 60주년이 된 교구의 모습을 보니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가르쳤던 교회의 공동체성이 많이 강조되는 분위기를 보고 아주 좋았고, 감사했어요. 소외되고 주변에 밀려나 있는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두면서 하나 되는 교회로 나아가면 좋겠어요.”

지난 10월 6일 교구 설정 60주년 기념미사에 함께했던 윤 대주교는 기념미사의 모습을 기억하면서 성장한 교구의 모습에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윤 대주교는 “그동안에도 이따금 방문했지만 교구 분위기가 좋았다”면서 “특히 요새 ‘시노달리타스’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그런 교회의 공동체성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론적인 성찰을 담은 시노달리타스는 교구의 시작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대주교가 교황청에서 성 바오로 6세 교황에게 주교품을 받을 당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제2회기가 열리는 중이었다. 윤 대주교는 서품을 받자마자 공의회에 참석했다.

“그때 논의한 것이 교회헌장에 나오는 ‘하느님 백성’에 관한 내용이었어요. 한국으로 들어온 다음에도 우리가 하느님 백성으로서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꾸려나가는 사도적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교우들하고 공동체성을 살리려 했어요.”

교구장으로서 주교품을 받은 윤 대주교는 가장 먼저 ‘하느님 백성’ 교회론이 논의되는 한복판에 자리했다. 이 교회론이야말로 ‘하느님 백성’인 교회의 구성원들이 각자 동등한 품위와 활동 안에서 서로 경청하며 성령이 이끄는 길을 찾아가는 시노달리타스의 근간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윤 대주교는 이 공의회의 정신을 새로 설정된 교구에서 구현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윤 대주교는 “공의회가 말한 공동체성은 교회가 한 사람, 한 사람을 구원으로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하느님 백성이라는 가르침을 깨우치는 것”이라면서 “교구에 공의회로 변화한 개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했던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어 “「가톨릭신문 수원교구」가 교구 모든 신자들이 소통할 수 있고 교회의 공동체적인 복음화에 함께할 수 있도록 힘과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면서 “「가톨릭신문 수원교구」 창간 16주년을 반갑게 생각하고 축하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윤 대주교는 “소외된 이웃에 대한 사랑은 항상 필요하고, 또 항상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이라며 교구가 앞으로도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 곁에 함께하는 공동체이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특별히 우리 교회가, 우리 신자들이 가난한 사람들, 버려진 사람들에 대한 우선적인 사랑을 실천하는데 마음을 더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교구 공동체에 하느님의 무수한 축복을 빕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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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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