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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 안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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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청년회 회합 때의 일이다. 새로운 청년 회장단을 꾸려야 할 때가 됐다. 이때가 되면 모든 청년회원들은 고민하고 걱정한다. ‘누가 회장이 돼야 좋을까?’, ‘내가 회장이 되면 어떡하지?’하는 걱정이다. 올 한 해 부회장이었던 나 또한 같은 고민과 걱정을 했고, 마지막은 ‘아, 내가 안 됐으면 좋겠다’하고 생각했다.

총회가 시작됐다. 나의 바람과 다르게 내 이름이 회장 후보에 올랐다. 이미 수년 동안 청년회 간부로 봉사해왔던 나는, ‘하느님, 제발 이제 그만하게 해주세요’하고 간절히 바랐다.
긴장감 넘치는 투표 끝에 내가 아닌 다른 청년회장이 선출됐다. 채 입을 막을 새도 없이, 나도 모르게 기쁨의 소리를 질렀다.

이어진 부회장, 회계 투표가 끝나고 나의 심장은 철렁하고 저 아래 땅 끝까지 곤두박질치는 듯했다. 당선된 동생들이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하고 말하는데 내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웠다.

누구나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자리임이 분명하고, 피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피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나 또한 그 자리를 피할 수 있게만 해달라고 바랐다. 그런데 나보다 어린 이 동생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할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나는 이 동생들의 모습에서 예수님을 만났다. 스스로 박해받을 것을 알고도 “아버지, 아버지께서 원하시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 22,42)라고 기도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동생들에게서 만났다.

이번 체험을 통해 나의 신앙과 봉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많은 봉사를 하면서 감사의 마음으로 기쁘게 봉사했던 적이 언제가 마지막이었을까?’

그리고는 생각의 끝자락 어렴풋한 기억 속에 머물러 있는, 그때의 풋풋하고 뜨거웠던 마음을 끄집어내려 노력했다. 내게 주어진 역할 속에서, 많은 이웃들과 함께한 그 행복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려 노력했다.
더불어 세상 모든 가톨릭 청년들도 같은 마음이길 바라본다. 현생과 신앙의 생 둘 다 살아가야 하는 우리 청년들이, 스스로에게 주어진 일에 ‘왜 또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가 아니라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당신 뜻하신 대로 해낼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하고 기도할 수 있었으면 한다.

어느 것 하나에 치우쳐 고통받기보다, 모든 일에 기뻐하고 즐거워 할 수 있길 바라본다. 현생이 곧 신앙의 생이자, 신앙의 생이 현생이 되길, 모두가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청년들이 되기를 바라본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마태 5,12)
안은혜 미카엘라
제1대리구 매탄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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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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